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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Dec 07. 2020

딘닷의 남한유랑기

딘닷은 대체 무엇이고, 남한유랑기는 대체 왜 쓰게 된 걸까

who is 딘닷(dindout)?


어렸을 때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다. 안 가본 곳에 대한 호기심이 강했고 우리집보다는 남의 집에서 노는 걸 좋아했다. 그렇게 해외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고 실제로도 30여개의 나라를 돌아다녔다. 얼마나 동해번쩍 서해번쩍 돌아다녔는지 오랜만에 연락하는 친구들은 내가 아직도 해외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곤 한다. 

'딘닷'은 내 브런치 주소(@dindout)이기도 한데, 이건 dong in dong out의 줄임말이다. 내 이름에 들어가는 '동' 자를 써서 내가 항상 여기저기를 들락날락하는 걸 익살스럽게 표현해 본 아이디다.



근데 형이 거기서 왜 유랑기를 써?


그렇게 역마살이 낀 나의 인생은 2020년, 코로나 창궐로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되었고 자연스레 그 '들락날락'은 국내에서 이루어지게 됐고 원래는 그냥 사진만 남기고 말려 했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발견한 한국 구석구석의 아름다움을 좀 더 알려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음 같아선 '한 물 간' 블로그보다는 유튜브 브이로그 형태로 전달하고 싶었지만, 영상이 주는 생생감과 재미의 이면에는 현장에서의 나의 생각을 휘발성 있게 전달하기보다는 좀 더 진득하게(?) 전달하기엔 글과 사진이 적합하다고 보았다. (영상 편집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게 결코 아니다)

몇 번 시도해 봤는데 현장에서 드는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려고 자꾸 영상을 키다 보니 '지금'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의' 생각이 아닌 '시청자'들은 어떤 걸 기대할까 무엇을 재밌어 할까에 몰두하게 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결코 '나'를 위한 여행이 아니고 '그들'을 위한 여행이었다. 그렇게 나는 영상 제작에 대한 욕심을 접었다.


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두 번째 계기는, 장대한 역사와 멋스러운 문화 라는 충분히 좋은 '재료'들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느낀 점은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소위 '문화대국'에 비해 지역별로 관광자원이 정교하게 개발되지 않았다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왜 한국의 관광 인프라는 허접했을까


유럽이며 일본이며 봉건주의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지방마다의 특색이 강하다. 각 지역에 가면 지역별 특산품이 아주 정교하게 잘 개발되어 있다. 반면 오랫동안 왕의 중앙집권통치를 받았던 한국(정확히는 조선)은 일부 유명 특산품을 제외하면 지역별 특색이 그리 강한 편은 아니다. 지금도 어딜 가나 비슷비슷한 음식들을 파는 식당에 익숙할 것이다. 


위에서 얘기한 비봉건주의적인 역사라든지, '사농공상'에서처럼 상업이 가장 천시되면서 지역간 왕래, 특산품의 교역 그리고 이로 인한 시장경제가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탓도 있으리라. 소위 '관광 상품'의 퀄리티로 개발된 것들은 대부분 왕에게 진상을 올리기 위한 것이었지 서민들이 즐길만한 거리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일반인을 위한 온천은 과연 언제 생겼을까. 왕이 온천 행차했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평민들이 즐겼다는 온천 시설 이야기는 적어도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근대의 한국은 그냥 동네 샌드백이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일제를 포함한 주변 강국들의 수탈 대상이었고 625 동족상잔으로 인해 국토가 폐허가 되었다. 그나마 있었던 역사 유적과 유물들은 훼손되었고 관광 따위는 사치였다. 



그래도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이유야 어찌 되었건 이런 현재의 상황이 많이 아쉬웠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에게 이러한 역사 유물 유적이 없는 게 아니다. 있는데 잘 가꿔지지 못한 것 뿐이다. 그리고 문화는 옛 것만을 얘기하는 게 아닌, 지금 이순간에도 계속해서 새로 생겨나는 것이다. 지금부터 잘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적으로 식문화만 해도 얼마나 다양한가. 의문화는 또 어떻고. 국제 프로그램에 참가해 한복의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싱가폴 등 신생 국가들 참가자들의 부러운 눈빛도 기억 난다. 


게다가 한류의 바람이 불면서 K-pop, K-drama, K-food, K-fashion 등 갖다 붙이는 곳마다 K 문화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관광산업은 지금도 하나씩 세련화가 진행중이지만 아직도 아쉬운 디테일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에 자주 다녀오고 일본 친구들이 많아 한국에 데려와 소개시켜 주다가 종종 근본이 애매하다고 해야 할까... 디테일의 부재에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결국 이것을 해결하려면 외국인들이 한국에 관심을 갖게 하기 이전에, 우리가 우리 문화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관심을 갖게 되면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디테일에 신경을 쓰게 된다.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다 보니, 일본은 그럼 왜 이렇게 디테일에 강한 관광대국이 되었을까. 그것은 일본인들이 국내여행을 해외여행보다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국내 관광 비율이 80% 이상') 옛날부터 료칸 등 국내 여행 인프라가 잘 갖춰져서 그렇게 된 것도 있지만 이런 자국민들의 관심은 국내 여행 인프라에 투자되게 되는 원동력이 되어 더 정교화되는 계기가 되고 이는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여 관광산업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형성하게 된다. 반면 한국은 돈과 시간이 있으면 국내보단 해외를 선호한다. 왜냐고? 해외에 대한 호기심, 글로벌 마인드, 진취적 탐험가 정신 등 여러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그 저변에는 솔까말 국내 관광거리가 해외의 그것만 못하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은 지난해 국민 2명당 1명꼴로 해외여행을 다녀왔지만, 일본은 7.7명당 1명 수준이었다. 

그래프 출처


이러한 판을 뒤집기 위해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코로나로 '어쩔 수 없이' 국내여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지경이 되고서야 하게 된 나 자신도 한심하지만, 이것도 운명적인 기회일 수도 있었겠다. 겉으로 돌지 말고 속을 들여다 보라는 하늘의 계시... 


요즘의 화두 아닌가. 자존감.

나 자신만큼 한국의 역사와 문화도 충분히 멋지고 칭찬 받아야 할 존재이다. 밑도 끝도 없이 우리 것이 짱이다 하는 국뽕은 잠시 접어두고 정말 왜 우리 문화가 멋지고 아름다운지 먼저 좀 알아보는 건 어떨까.


직접 발품 팔아가며 하나씩 체험한 나의 남한유랑기(북한까지 통일되어 제목을 '한반도 유랑기'로 바꿀 날을 고대해 보지만 지금은 불가피 남한에 한정한다)를 그렇게 시작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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