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타고 일본 일주하며 느낀 한일 교통 습관의 차이
작년 3월말 벚꽃시즌에 한국 친구와 기획한 시코쿠 렌터카 로드트립
그리고 그 맛을 못 잊어 올해 3월말 또 한번의 벚꽃시즌에 (이번엔) 일본 친구와 기획한 큐슈 렌트카 로드트립
두 번 다 너무 재밌고 힐링이 되어 현충일이 낀 연휴에 그 다음에 가고 싶었던 나고야에서 호쿠리쿠(北陸)를 렌터카로 돌고 싶었다.
그런데 연휴 성수기인데다 갑작스레 항공권을 예약하려하니 가격이 무려 60만원대!
그래서 목~일이 아닌 토~화로 일정을 조정했더니 무려 1/3 가격인 20만원대여서 급하게 토요일 출발 일정으로 항공권, 렌터카, 환전, 국제면허증 준비 등등을 마쳤다.
여행에 대한 얘기는 일단 차치하고 내가 4일간 500km를 운전하며 느낀 한국과 일본 간의 교통 시스템의 차이와 거기에서 유래된 여러 행태들에 대해 얘기해 보려 한다.
한국은 운전석이 좌, 조수석이 우 / 진행방향은 오른쪽 차선 즉 우측통행이지만
일본은 완전히 그 반대
그래서 이 글 읽는 사람들 중에서도 딱 처음 일본에서 차를 빌리고 깜빡이 넣을 때 와이퍼가 올라가는 경험 한 사람들 꽤 있을 거다 ㅎㅎ
한국에서는 앞 차가 안 가거나 옆에서 누가 칼치기 할 때 경적을 심심찮게 울리는 경우를 본다
근데 일본에서는 운전하는 동안 경적을 들을 일이 거의 없다 (일본에서 운전 수 차례 해봤지만 딱 한번 오사카 번화가 골목에서 택시 운전수가 사거리에서 하는 것 한 번 봄)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 (오사카인은 한국 사람들이랑 성격 급한 게 비슷해서 제외 ㅎ) 일본인들은 일단 교통규칙을 잘 지키는 편이다. 누가 보든 안 보든. 그리고 인내심이 있어 기다려준다. 조금 늦어도 기다린다.
- 도로가 막히는 상황에서 옆 차선 차가 합류하면 직진 차가 먼저 가고 그 다음에 합류 차 한 대 끼워주고 직진 차 가고 또 끼워주고 이런 식으로 질서정연하게 간다. 따라서 칼치기 하는 사람도 거의 없거니와 있어도 가~~끔 나오니 경적을 울릴 일이 없다.
일본 렌터카에 탑재된 네비는 일단 실시간도 아니고 좀 불편하다.
일단 지명 찾을 때, 일본인 친구조차 지명을 어떤 발음으로 검색할지 몰라서 애를 먹는 경우를 봤다.
그래서 구글맵의 내비를 써봤는데 좋은 점 하나를 꼽자면 확실히 예상도착시간은 거의 칼 같이 맞춘다. 오차 범위가 거의 없다. (카카오나 네이버는 중간 교통 체증 정도에 따라 많이 바뀌는 경우를 봤다. 이건 한국의 교통 상황이 변화무쌍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도시에서 목적지 검색을 해서 차를 가지고 도착했을 때 차가 어디로 진입해야 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한국은 보통 해당 건물의 주차장 입구를 알려줘서 진입까지 수월한 반면 일본의 경우엔 근처에 가면 내비가 그냥 도착 완료가 되어서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하고 빙빙 돈 경우가 꽤 있다. 이건 아마 다음 이유와 연결될 거 같은데
아마도 지진이 많아서 대부분 지하 주차장을 만들지 않아 주변에 있는 유료 지상 주차장에 의존하는 것 같다. 호텔에 예약을 해도 주차는 주변에 있는 조그만 공간의 유료주차 또는 주차 타워와 연계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하주차장에 대한 기억은 없다. 호텔에 투숙하는 데도 500~1,000엔의 주차 요금을 따로 받는다.
이번 일본 여행을 하면서 가장 뜨악 했던 것이 바로 이 비용부분이다.
렌터카는 경차를 빌리면 하루에 한화로 5~7만원 수준이라 비슷하다고 치자, 문제는 차를 빌리고 나서부터다. 기름값은 엔저로 그리 부담스런 수준은 아니나 고속도로 통행료와 주차비가 장난이 아니다.
이해하기 쉽게 가장 최근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면 서울에서 인천공항 갈 때 들었던 고속도로 통행료는 3,200원이었다.
반면 비슷한 거리를 운전했던 일본의 경우, 기후에서 나고야 츄부 국제공항 까지 들었던 고속도로 통행료는 무려 그 10배인 약 3,000엔이었다. ㅎㄷㄷ
주차요금도 무료 주차인 곳이 거의 없고 한국처럼 길가에 차를 세울 수도 없는데 (일본은 도로 폭 자체가 좁음) 주차 요금은 30분에 100엔 이렇게 할 정도로 살인적이다.
결국 렌터카 비용만큼 주유/통행료/주차비가 들었는데 2~3인이 같이 여행해야 가성비가 좋다. (경차로 4인은 짐까지 실을 공간이 안 나옴)
자, 여기서부터 좀 재밌어지는데
일본에서 운전 좀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한 방향이 3차선 이상인 곳이 거의 없다. 고속도로조차도 대부분이 끽해야 2차선이고 국도 및 그 외 도로는 1차선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일본에서는 추월차선 원칙을 엄격히 지킨다. 추월할 수 있는 옵션이 추월차선(1차선)을 타는 방법 밖에 없기 때문에 뒷차가 더 빨리 달리는 듯 하면 앞차는 냉큼 2차선으로 길을 비켜준다.
그래서 고속도로가 비싼 대신 속도 내기는 더 좋다.
다만 국도가 1차선인 경우엔 앞 차가 트럭/버스 등 대형차량일 경우 천천히 달릴 때 앞지를 방법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골목골목이 일방통행도 아닌데 한국 기준으로는 1차선에 가까울 정도...
한국은 골목조차도 도로 폭은 괜찮은데 양 옆에 주차된 차들이 많아 운전하기가 어려운 경우인데 일본은 그냥 도로 폭 자체가 좁다.
심지어 차도와 집 사이에 인도조차도 없는 경우가 많아 집 안에서도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많다. 트럭이라도 지나가면 집이 흔들리는 경우도 있다. 아마 일본에서 전철 타본 사람은 집들이 굉장히 가까이 붙어 있는 경우도 꽤 봤을 것이다.
공간 활용에 있어 타이트한 일본이라는 걸 실감하는 부분이다.
차폭이 좁다 보니 자연스레 차체 폭도 좁은 차량이 주행 시 유리하다.
그러다 보니 폭을 넓힐 수 없으니 차량이 커보이는 효과를 높이로 늘리려고? 만회하려고? 했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높이를 딱히 높일 이유가 없다.
폭좁은 차의 높이를 높이면 커브를 돌 때 안정감이 더 떨어진다 (즉 기우뚱 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편 일본인들의 평균 키 또한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창을 옆으로가 아니라 위로 늘려서 좁은 도로 폭에 맞추면서 내부 공간은 넓어보이게 설계했고 그런 디자인이 일본 경차들 사이에 유행하다가 결국 하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는 나의 추리..ㅎㅎ
이건 내가 모든 한국과 일본의 경차를 타보지 않고 몇 가지 종류만 타 보고 내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겠지만 일본차들 문짝은 경차 답게 엄청 가벼워서 딱히 더 단단하거나 안전한 느낌은 아니었다.
브레이크랑 가속 페달도 한국차(라고 쓰고 현대차) 대비 더 뻑뻑하고 덜 센시티브해서 좀 더 세게 밟아야 했다. 결론은 적어도 경차 레벨에 있어 한국차가 밀린다는 생각도 선입견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감시카메라는커녕 속도제한도 고속도로의 경우 80km가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60km 사인도 봤다. (이게 과연 고속이란 말인가!)
감시카메라가 없기 때문에 내비에서도 카메라 경고 사인을 본 적이 없다.
추월차선에서 달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100km 넘게 달리지만 대부분은 카메라가 있든 없든 교통규칙을 잘 지키는 편이다.
중앙 차선이 '흰색'인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추월이 상황에 따라 가능한 곳은 점선, 주의가 필요한 곳은 실선. 그러나 색깔이 흰색인데다 운전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에 까딱 정신줄 놓았다가는 반대차선으로 차선 변경을 할 수도 있으니 주의!
제일 헷갈리는 건 역시 중앙선이 흰색 실선인 점.. 물론 돌아다니다 보면 노란색도 가끔 보이긴 하지만 흰색이 좀 더 일반적인 듯 했다.
그 외에는 신호등이 빨간불이면 좌회전이든 우회전이든 일단 무조건 멈춰야 한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방향 신호를 받고 나서야 이동이 가능하다.
그리고 웃긴 건, 직진을 파란불이 아니라 빨간 불+직진 화살표에 가는 경우가 있다. (이게 엄청 헷갈린다)
즉 일종의 주의하면서 직진하라 뜻인듯 한데 빨간 불이다보니 앞차 따라가는 경우는 그나마 괜찮은데 나혼자 달리다 저 사인 보면 순간 급정거해야 하나 헷갈리기도 했다.
아무래도 일본에는 지진도 자주 나고 국토가 넓은 데다가 고속철이 발달되어 있어 그런지 도로 표면이 좀 거칠어서 한국에서 운전할 때보다 좀 더 흔들리는 느낌이다.
여러 포인트들을 짚었지만 결국 일본은 자동차로 돌아다니기가 한국 대비 불편한 게 사실이다.
통행료/주차비가 비싸고 도로도 좁다. (그래서 사람들이 왠만하면 차 대신 대중교통을 더 이용하는 것 같다)
그치만 좋은 점은 사람들이 누가 보든 안보든 교통규칙을 잘 지키고 안전하게 운전한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 사람들은 카메라는 조심하면서도 상황에 맞게 즉흥적으로 improvise를 잘 하는 느낌이랄까?!
물론 한국에서의 운전 경력이 더 길기 때문에 익숙한 한국 시스템에 약간의 긍정적인 바이어스가 있을 수도 있단 점은 이해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