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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태리 May 12. 2024

인도 여행이 내게 준 선물

Have a Dream, Just Do it


지난 3월, 내 인생에 두 번째로 혼자서 인도 여행을 다녀왔다. 

만 스무 살이 되던 해 2012년 5월, 

세상에서 내가 가장 불행한 것만 같다는 착각에 빠져 있을 때쯤,

인도로 떠나면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한 달간의 인도여행을 마친 나는

내가 가진 것뿐만 아니라 사소한 일에도 진정으로 감사할 줄 알게 됐고

태어나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사실, 혼자 인도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모두 한마디씩 했다.

그렇게 위험한 곳을 혼자 가도 괜찮겠냐는 반복되는 물음이 귀찮았는지 매번 같은 대답을 했다. 

“죽기밖에 더 하겠어?”


그때까지 진지하게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으면서 쉽게 그런 대답을 할 수 있었던 건, 

가진 게 아무 것도 없어 잃을 게 없었기 때문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혼자 떠난 한 달간의 인도 여행에서 온전히 홀로였던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 언니 오빠들과 함께 보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두려움을 가득 안고 인도로 떠났다. 

정말 두려워하는 사람이,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용감해 보이려고 애쓰지 않던가.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인도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꼭 다시 와야만 하는 여행지가 되고 말았다.


애초에 처음 계획은 3주간의 일정이었지만 

‘언제 또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싶어 귀국을 늦추고만 싶었다. 

수중에 갖고 있던 여행 자금을 다 써버린 탓에 체념했지만, 

2주간 함께 여행한 동행 오빠의 도움으로 1주일 더 귀국을 늦출 수 있었다. 

그렇게 선물처럼 주어진 1주일 간의 북인도 여행을 마치고 

서른쯤에 꼭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안고 돌아왔다.



그 이후 11년 동안 수많은 종류의 직업을 경험하며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그런 스스로를 돌아보며,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다음 직장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는 그만둘 생각을 안 했던 내가 

“굶어 죽기야 하겠어?”라는 패기로 5년간 친구와 함께한 회사를 떠났다.

그렇게 서른한 살이 되어서야, 서른쯤에 꼭 다시 가보겠다던 인도를 다녀오고 말았다.  



사실, 인도 여행을 다시 떠난다는 자체가 

마음에 품고만 살았던 꿈을 실현하는 첫걸음이었다.

그렇게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첫 번째 혼자 인도여행과 똑같이 한 달을 보냈지만, 모든 것이 달랐다.


11년 전, 나는 삶이 불행하다고 여기며 그곳에서 행복을 찾으려 했다.

혼자인 게 두려웠고 외로웠다.

같은 문화를 가진 한국인과 함께 있는 게 편하고 안전하다고 느꼈다. 

한 달 동안 쉴 틈 없이 바쁘게 8개 도시를 여행했다. 

*델리, 아그라, 자이뿌르, 조드뿌르, 우다이뿌르, 바라나시, 델리, 마날리, 맥그로드 간즈. 



인도를 다시 가기 전까지, 스스로 한국에서의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곳에서 온전히 ‘나’로 살아가며 느낀 행복 덕분에 

한국에서의 내 삶이 아주 행복했던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혼자인 게 두렵지도, 외롭지도 않았다.


같은 문화에 살고 있는 한국인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나를 ‘11년 만에 다시 찾아온 한국인’으로 봐주는 현지인이 훨씬 편했다. 

한 달 동안 오로지 한 도시, 한 동네에서 머물렀다.



인도도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정말 달라진 것은 나 자신이었다. 


20대에 꿈으로 가득 찼던 내가, 

현실에서 먹고 사는 문제에 몰입하며

더 이상 꿈이라는 걸 꾸지 않으며 살고 있었다.

갖고 싶은 걸 갖게 되면, 다시 더 큰 걸 바라기만 했다.


영혼까지 끌어다 서울에 집을 샀고, 결혼했다.

가정을 꾸리기 위해 더 큰 집으로 이사하려면 

자금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걱정하는 삶이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다. 


내가 20대에 꿈꿔 왔던 것들을 하고 있는 사람들

앞으로 꾸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웠다. 

나는 더 이상 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우다이푸르 올드 시티에 있는 한 동네에 머무르며, 동네 사람들이 사는 걸 보며 문득 깨달았다. 

사실은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노력할 만큼 간절하지 않았거나, 잘할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  

더 이상 스스로에게 변명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마음속으로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모든 것들을 다 해보기로 했다.


결혼은 했지만, 책임져야 할 아이가 있지는 않다. 

소형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이사 걱정 없이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는 내 집이다. 

당장 식구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면 더 큰 집이 필요하지도 않다.

매일 출근해야 할 직장도 없다.

나를 위한 일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약간의 자금도 있다. 



그래서 다시 꿈을 꿔보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꿈꾸기만 하는 게 꿈을 실현하는 것.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게 있다면 그냥 해보는 것이다. 






지금부터 나를 다시 꿈꾸게 해준 인도 여행, 그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Have a Dream,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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