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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냥 Sep 03. 2017

아하, '기획은 2형식' 이군요

매력터지는 책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7월 독사모 성장독서로 선정되었던 남충식 작가의 책. 

책이 출판된지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다루고자하는 본질적인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듯 하다. 

책의 내용 뿐 아니라 구성 역시 엄청난 시간을 들였구나

라고 생각이 들만큼 작가만의 색깔, 

전달력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느껴진다.


이 책의 독특한 구성을 몇 가지 키워드로 정의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SIMPLE_스타카토 같은 간단하고 심플한 말투

‘~보았습니다' '~말합니다.’ ‘~그렇습니다’의 

짧은 호흡으로 글의 내용이 흡입력 있게 다가온다.


2. EASY_쉬운 언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야기 하듯이

새로운 용어가 나올 때 하나하나 설명해가며 예시까지

함께 곁들여준다. 참으로 기분 좋게 해주는 글이 아닐 수 없다.


3. SECRET_ 작가와독자, 우리들만의 비밀언어를 만든다.

P코드/S코드/플래닝 코드/월리 등 글을 읽는 내내 

비밀 은어를 통해 어떤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책을 재미나게 읽고 서평에 쓰일 내용을 찾으려 목차를 보았을 때, 

은어적인 용어 때문에 어느 파트였는지 단방에 기억 나지 않을 정도.


읽으며 기억에 남았던 몇 가지 내용들을 정리해본다.



#1 짧게, 더 치열하게 짧아져라


이 작가 역시 책을 쓰며 고민했던 것처럼,

수 많은 고민들의 귀결점은 하나.


‘어떻게 심플하고 명확하게 전달할 것인가'


줄줄이 나열하며 길게 늘여 설명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아마추어적인 방식이다. 

파스칼의 말 역시 정곡을 찌른다.


  

책 안의 시의적절한 인용은 머리속을 맑아지게 한다


우리는 인정해야합니다

우리의 기획은
복잡하고
복잡하며
복잡하다

기획력이 사고의 발현이라고 볼 때,

우리의 생각이
복잡하고
복잡하며
복잡하다.

그래서 맛이 없다.

공감하십니까?

‘단순함’과 ‘복잡함'
고수와 중수의 결정적 차이입니다.

저의 결론입니다.
p.32

수 많은 기획 아이디어를 머리속에 담고 있는 나에게

‘어떻게 하면 단순해질 수 있을까’ 라는 고민거리를 던져준 파트.




#2. 해결해야할 건, 현상이 아니라 문제점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은 본질 또는 핵심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이다.

사람들은 보통 '문제- 해결' 선상에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많은 에너지를 쏟지만

모든 오류와 시간 낭비들은 '문제'를 파악하지 못함에 있다고 작가는 지적한다.

오래된 아파트의 오래된 엘리베이터 이야기

낡아서 속도가 너무 느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주민들의 불평이 계속 터져 나왔습니다.
반상회에서는 비용 부담이 되더라도
새로운 엘리베이터로 교체하기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지요.
정말 '엘리베이터 속도'가 문제일까요?
....
플래닝 코드를 수강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관리인이 이렇게 말합니다.

"음, '속도'가 문제라기보다는
엘리베이터를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
'나를 위해 사용되지 못하고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이 문제가 아닐까요?"

그래서 그녀는 엘리베이터 문 앞과 속에 '거울'을 부착했습니다.
그러자 정말로 주민들의 불편이 차츰 사라졌습니다.

p.104



이는 사실 내가 깨닫지 못했었던 포인트 인데, 

어쩌면 수 많은 시간동안 

'본질적 문제'가 아닌 '현상적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지 않았나. 

라는 뒤통수 서늘해질만큼 명확한 문제의식을 던져준다.


단순히 현상적 문제와 본질적 문제에서만 문제를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

'Why'라는 질문을 통해 문제의 면에서 점으로-

즉,  '문제점' 을 캐치하라는 이야기까지 연결된다.


 

특히나 단순한 도형들을 통해 설명한 개념을 정리해주고,

실제 문제에 적용해 보는 이런 파트들은 보너스.

마치 수학 과목의 한 단원에서 개념 설명 후 

'응용문제'를 함께 푸는 것 같은 통쾌한 느낌이다.


이외에도 현대 정주영 회장이 1952년 12월 정부가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보리싹을 옮겨 심어 '황량한 묘지'를 '푸른 공원'으로 만든 이야기도 나오는데, (p.126)

이는 직접 찾아 읽어보시는 분들을 위해 아껴두어야 겠다.


단순히 '꿀잼'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나의 일상들, 직장 생활 안에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점들, 그리고 그것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10년 내내 천재 기획자들을 따라다니며 배우고,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체험한 것들,

그 응축 덩어리를 이렇게 책으로 마주할 수 있어 감개무량할 뿐.


마지막 멘트마저도 맘에 든다.

기획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라는 것.  


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들께서는 잠시 고민거리를 내려놓고

'머리가 말랑말랑'해질 시간을 마주하시길 바란다.



좋은 책을 만나게 해준 독사모 '성장독서'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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