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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냥 Dec 01. 2019

'광주의 예술가, 지역 전문가들의 살롱 지음책방'

별걸 다하는 책방의 매력에 푹 빠진 1인, 타인의 책 지음책방을 예찬하다

누구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공간 하나쯤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늘상 그립고 가고 싶은 그런 곳, 혼자라도 시간 내서 찾아가게 되는 그 곳. 광주의  ‘지음책방’은 소개하기 전부터 설레이게 되는 그런 공간이다. 


‘The Paradise of Book lover’ 라는 책방 타이틀에 어울리게 책방 입구에서부터 아늑한 느낌이 온 몸을 감싼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천국이라니.




지음 책방을 처음 만났을 때는 2017년.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늑한 공간에 열정적으로 책을 추천해주는 사나긴님이며, 정성들인 음식을 내어주시는 별공님 두분의 따뜻함이 참 고마웠었던 그런 시간들이었다. 지음 책방을 알게 된 후, 고향 광주에 갈때마다 가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어 버린 치명적인 매력들을 같이 공유해보려 한다. 


지음 책방의 키워드를 세가지로 요약하면 이렇다. 별 걸 다하는 책방, 요리하는 책방, 번역하는 책방. 


#별걸 다하는 책방


별 걸 다하는 책방의 이야기 중 하나는 ‘지음책방의 옷 지음’이다. 양동시장 근처의 폐업하는 천집 소식을 듣고 관심이 있는 분들을 모아 각각 디자인을 뽑아서 직접 투피스를 제작하기도 했었다고. 맞춤 옷의 금액은 10만원대 초반으로 믿을 수 없이 저렴한 가격. 각자 옷들이 너무 맘에 들기도 해서 제작했던 옷과 다른 소품들을 모아 패션쇼를 기획하실 뻔 했다고 하신다.  


 뿐만 아니라, 지음 책방 맞은 편에 있었던 전통 단청집과 함께 단청 만들기와 진로체험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었고, ‘문학 작품 속 요리 만들기’라는 주제로 5월 광주항쟁의 나눔정신을 기리기 위해 ‘주먹밥 만들기 체험행사’ 등 별공님 주최로 진행하신 적이 있다고. 


뿐만 아니라 매년 지음 책방의 키워드가 있었어서 관련 프로젝트나 활동 들도 함께 했었었는데, 2018년 키워드는 페미니즘. 치마, 하이힐 속옷까지 남성분들이 착용하여 남녀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고 한다. 2019년에도 ‘동물권’이라는 키워드로 ‘펫 로스 신드롬’이라는 주제와 함께 동물에 관한 키워드로 책 나눔 및 활동들을 하셨다. 


별걸 다하는 책방에 대한 에피소드들은 사나긴 님께서 말씀 주셨었는데,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 그 속에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들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의미 있고 재미있는 많은 활동들을 하셨었지만 또 다른 것들을 하시고 싶어하시는 구나.. 열정이 대단하시다’ 라는 것이었고, 가가책방과는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계기도 되었던 것 같다. 


지음책방의 밤은 유난히 더 아름답다. 레이스 달린 조명은 지음책방의 대표적인 보물


#요리하는 책방

먹음직스럽기도 하지만, 지음 책방의 메뉴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는 독특한 메뉴들이다. ‘3시간 카레’’취나물 파스타’‘감자뇨끼’ 등 별공님께서 직접 개발하신 메뉴들이 메인을 차지한다. 특히나 먹고 나면 건강한 느낌이 들어 이전에 그런 식으로 말을 꺼냈더니, 음식에 까다롭고 건강하게 챙겨먹어야하는 사나긴님 때문에 음식을 만들 때 소화가 잘되고 좋은 재료만을 쓰게 되셨다는 별공님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게 되었다. #누가먹어도 #배아프지않은음식 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음식에 예민한 내게도 더 맛있고 실제로 소화도 잘되는 느낌이다.


식사와 후식 세트가 있어서 함께 주문하기에 편하다.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따뜻한 차 한잔을 먹고 나면 책방 곳곳을 슬슬 걸어봐도 좋겠다. 두 분이 여행다니며 모으신 귀한 찻잔류, 그릇들 방도 있고, 책을 살펴볼 수 있는 아늑한 공간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으니. 


귀한 찻잔으로 직접 차를 내려주시는 사나긴님. 이층에 별도로 마련된 방의  그릇 구경은 필수.




#번역하는 책방

이 키워드는 지음 책방에서 가장 밀고 싶어하는 키워드인데, 전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책들이 너무나 많고 거기에 동감하시는 분들이 많아 좋은 책들을 선정하여 공동번역을 늘 하시고 싶어하셨다. 2019년에는 꼭 프로젝트 성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포부를 비추셨고, 실제로 이번 11월에 광주 예술의 거리에서 ‘번역의 첫걸음’ 이라는 키워드로 번역가 분을 모시고 교육 및 모임을 진행하신다고 한다. 거리가 멀어 아쉽게도 참여는 어렵지만 이번 년도의 키워드인 ‘동물권’ 관련 멋진 번역서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2018년 겨울, 가가씨가 책방을 열기로 결정한 후 다시 방문했을 때, 이렇게 인스타 그램에 적었었었다.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서점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몇이나 될까. 멀어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차 한모금, 밥 한술, 큐레이팅 해주신 책 한권 하나하나에 진정성이 느껴진다’ 라고. 그리고 지음 책방을 알게 된지 몇 년이 됐지만 나의 감상은 다를 바 없다.


인테리어 후 외관이 더 멋있어진  지음 책방


그리고 이번 로컬 책방 잡지 발간을 기획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내가 지음 책방을 애정하듯이 많은 광주의 예술가, 지식인들이 이 곳 지음 책방에 모인다는 사실이다.


두분 부부의 인성과 지성이 아름다우실 뿐만 아니라 인생의 철학이 확고하신 분들이기에 광주에 웬만한 분들은 지음책방을 모르는 분들이 없다는 것. 역시 사람들이 느끼고 보는 것은 다르지 않구나 싶었다. 


어머니 몰래 책을 사오시는 아버지와 다락방에 숨겨놓은 그책들을 몰래 읽곤 했다는 사나긴님. 궁금했던 이야기 외에도 책방이 나아가야할 방향, 책방 인증제 등으로 도서관과 연계하는 사업, 내고 싶은 책들 등 수 많은 이야기들이 아직 메모장에 적혀있고,


정신 없이 끄적였던 이 메모들을 볼 때면 조용히 미소지으며 고개 끄덕이시는 소녀같은 별공님과, 반짝이는 눈망울로 신나게 본인이 하고 싶은 걸 이야기하시던 사나긴 님이 떠오른다. 아아, 이런 사람들을 어찌 좋아하지 않을쏘냐. 아아, 이런 분들을 어찌 그리워하지 않을쏘냐. 


지음 책방을 떠올리면 건강한 음식들과 식후 나오는 향기로운 홍차의 냄새가 저절로 나는 것 같다. 광주에 방문하면 가보시라, 라는 말대신 나와 함께 지음 책방에 방문할 지어다. 사람을 ‘짓는’ 지음 책방의 매력에 퐁당 빠지게 될 터이니. 


instagram @zeumbook_ 


-본 글은 '로컬책방 투어 2020'에 게재된 글로, 사진 및 구성이 일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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