弟一。라이브 방송을 접하게 되다
이 글의 초안을 쓴 지는 4개월도 훨씬 넘었지만, '라이브앱'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게 상당히 조심스럽기도 했고, 끊임없이 변하는 라이브 시장에 대한 명확한 통찰력을 가졌다고 하기에는 섣부른 감도 있었다. 직접 사용을 해보면서 나만의 철학(?)을 결론짓기 위해 글을 미뤄왔다는 시덥잖은 핑계거리를 대본다.
세간에 알려진 왕홍( 网红)까지는 아니었지만 지인이에게든 타인에게든 비용을 들이지 않고 나만의 브랜드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 어떤 일의 시작은 누군가의 제안으로부터 우연히 시작되기 마련이다. 상하이에 있던 절친 파트너 孙策(Sunce)가 '유창하게 중국어 잘하는 중국인 같은 한국인보다 너처럼 중국어 초보인 한국인이 라이브 해도 재미있을거 같다' 라는 한마디에 앱을 다운 받고 실행해 본 것. (팔랑귀 다시 한번 인증 )
카페에서 한국 음식을 팔기 시작하면서 요리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남겨봐야겠다고 생각을 해왔기도 해서, 706카페에 있는 중국 친구들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하고 시간 날때마다 영상을 찍어 봤었다.
<(왼쪽)화장도 하지 않은 채로 라이브 방송을 한 통 큰 1인...(오른쪽) 라이브 앱의 대문 사진이었던 한복 사진>
< 706青年空间, 준비를 가장 많이 했었던 '한국 김치만두 만들기' >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대가 밤9시나 10시 이후여서, 라이브를 찍는 날은 지하철이 끊기기도 했고, (베이징 지하철은 일찍 끊기는 편인데, 13호선 五道口역은 10시 30분 조금 넘으면 끊긴다.)
흔들린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의 와이파이가 한국처럼 빵빵하지 않아,
서버가 불안정해 오래 진행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같이 방송을 찍을 중국인 친구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한 두번은 내가 살았던 집에서 친구들의 일이 끝나면 함께 요리하는 장면을 찍기도 했다.
요리 컨텐츠를 한번 찍고 나면 정말 힘이 쭉 - 빠졌는데, 요리 + 방송진행을 한다는 게 보통이 아니었다.
최근 한국에 있을 적에는 한국친구와 함께 '삼겹살 방송' '치맥 라이브' '베트남 국수 만들어 먹기' 등등의 테마로 방송을 찍어 보기도 했다. 확실히 '韩国'라는 키워드가 있으면 일단 관심 끌기는 성공!
내가 현재까지 시도해 본 앱으로는 ‘映客直播(Yingkezhibo),花椒直播(Huajiaozhibo),美拍(Meipai), 一直播(Yizhibo)’ 이 네 가지 앱이고, 마지막 美拍라는 앱은 웹으로 이용하기가 편리해서 특정한 몇 사람을 찾아보고 팔로워 한 후 지속적으로 연구해보았다.
어느 앱에서나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독특한 타이틀은 기본. 내가 주로 라이브 방송의 제목으로 내건건 맨 처음 영상앱을 접해봤을 때 친구들이 정해준 타이틀인 ‘韩国美女做韩国菜’. (해석을 차마 못하겠다는..)초창기에 앱을 사용했을 때에는 단지 제목만을 보고 들어오는 친구들이 많다는 느낌이었는데, 요새는 커버이미지 형태를 사람들이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멋드러지게 찍는다.
가끔 전문가처럼 마이크를 턱에 달고 영어를 가르치키도 하고, 어떤 정해진 주제를 가지고 전문 DJ처럼 이야기도 하는데, '남녀노소 수다를 잘 떠는 민족' 답게 정말 쉴새 없이 말 잘한다~
<(왼쪽)독특한 커버사진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일으키는 수법 등장>
<(오른쪽)마이크를 통화하는 것처럼 사용하는데 친구들과 수다 떠는 느낌을 준다>
第二。각 라이브 앱별 특징을 적어보았다
1. 映客直播
처음 시도 해 본 앱은 상해 파트너가 알려준 映客直播. 가장 많은 시청자가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초반부터 많은 사람들을 끌여들였기에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졌고, .라이브 앱 시장을 이끌었던 선두주자라고 불리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프리카 티비 같은 영상채널과 구조가 많이 다르지 않은데, 앱에 가입한 시청자들이 재미있어 보이는 방에 들어가 채팅도 남기고, 좋아요도 누를수 있고, 선물들(아프리카 티비로 치자면 별풍선)을 방송하는 사람(主播)에게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일반 앱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컨텐츠를 만드는 제작자들과 운영사의 수익 분배인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린다는 映客는 그 비율이 무려 8:2 라고 들었다. 처음 비율을 들었을 때 ‘회사에서 8이나 먹으면 제작자가 너무 손해 아냐? 그럼 누가써?’ 라고 생각했었지만 워낙 시청자들이 많이 몰리기에 다들 감수하고 방송을 하는 것 같다.
단점이 있다면 다른 앱과 다르게 라이브 했던 영상이 저장 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초반에 한 두번 연습으로 찍어보고 다른 앱을 쓰게 되었다. 혹자에게는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에 진정한 라이브 앱이란 느낌이 날 수도.
(*참고: 7:3 이라는 주장도 분분한데, 시청자가 얼마만큼의 돈을 지불했는지 확실히 알 수 없기에 앱이 얼마큼의 수익을 챙기는지도 알 수 없음. 거참..중국스럽다는 말밖에 안나온다)
2. 花椒直播
花椒는 쓰촨고추 중에 요상하게 매력적으로 매운 고추의 이름인데, 짐작컨데 이 앱을 만든 친구들이 그 음식의 엄청난 팬이 아닐까 싶다. 사천사람(四川人)일 가능성도 꽤 높다. 내가 가장 많이 쓰는 앱이고, 그나마 좀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앱. 방송해보니 접근성도 편하고, 웹에서도 지난 방송을 찾아서 볼 수 있어 편하다. 지난 9월 추석 특집으로 영화배우 판빙빙(范冰冰)이 직접 라이브로 출연 했었다.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서 유동 인구가 제일 많은 10호선에서 13호선으로 갈아타는 ‘知春路’역 통로 전부를 ‘추석날 판빙빙이 라이브에 출연합니다!’라며 도배했었다. 그래서 당시 약 1시간동안 그녀의 라이브를 봤던 사람들의 숫자는 약 600만명!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숫자! 전세계에서 이 숫자를 기록할만한 나라는 중국 뿐일 듯)
홍보비도 홍보비지만 서버비도 엄청났을텐데..정말 기획을 잘 하긴 했었던 듯 하다. 추석이 끝난 후에 중국 친구들끼리도 입에 회자될 정도였으니까. 나는 제때 시간을 맞추지 못해 전에 라이브했던 것을 친구가 보여줬는데, 판빙빙 정말 여신미모긴 하다. 30대 중반이라고 믿을 수 없는 정도. 확인해보고 싶다면 밑에 링크를 클릭해서 영상중 하나를 보길 바란다. (万은 우리나라 숫자로 '만'을 의미)
*http://www.huajiao.com/user/59819854
3. 美拍 (http://www.meipai.com/)
웹사이트에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인 케이스이고,단순히 라이브앱보다는 영상 블로그 같은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UI 디자인에 신경을 쓰기도 했고, 웹사이트를 찾은 사람들이 보기 쉽게 잘 나열, 특히나 영상을 특징별로 분류함으로써 접근성을 높였다. 내가 팔로우한 몇 명들이 라이브를 시작할 때만 알림이 메시지로 오는 편으로, 광고에 점철되어 있는 일반적인 라이브앱 보다는 진중한 느낌이다.
이번 여름께에 매일 3000명씩 팔로워가 늘었었다는 ‘구하준’ 이라는 主播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분은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로 성실하고, 이쪽 세계(?)로 들어오기 전에는 'HEYJUN TV'라는 이름으로 유투브에서 꾸준히 1여년정도 활동하셨었다. 유튜버 활동 내용은 ‘영어 콘텐츠’ '핵직구 컨설팅' ‘연애상담’ 등 정말 열심히 컨텐츠를 제작 하셨으나 생각보다 조회수가 높지 않았던 듯.
그래서 중국 라이브를 선택하신 게 아닐까 싶다. 유창하지 않은 중국어로 약 2시간씩 (방학중에는 거의 날마다) 라이브를 진행하셨다. 지인에게 약 3개월 정도 과외를 받았다고 했었지만, 몇 개월동안 의도치 않게 Speaking이 연습되고 참석자들이 질문하는 걸 이해해서 답해야하므로 Reading 역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서인지 꽤 괜찮은 실력이었다. 처음 구하준님 영상을 봤을 당시에는 아직 중국에 한번도 가보지 않으셨는데도 (여름에 잠깐 西安을 다녀오셨다고만 들었음), 꾸준하게 중국어로 활동을 하셨다는데에 존경심이 일었다.
지금 찾아보니 팔로워수 8만 2천이다. 라이브 컨텐츠의 주 내용은 ‘밥을 준비하고, 카메라 앞에서 먹으면서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 이 기본. 가끔은 노래방도 가고, 스파게티도 요리하고, 저번에는 중국 노래를 준비해서 깜짝놀랐다! 중국인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마케팅 회사들에게 ‘왕홍’처럼 콜을 받으시기도 하신다는데..
현재직업은 대학생이신데, 개학을 해서인지 하루에 3천명씩 느는 정도의 속도는 아닌 듯 하다.
궁금하신 분은 메이파이에 들어가셔서 ‘구하준’을 검색해 보시라!! (http://www.meipai.com/user/1083492495)
4. 一直播
중국판 트위터와 블로그의 개념으로 많이 알려진 微博(Weibo)에서 만든 라이브 앱이다. 다른 앱에 비해 가장 화질도 안정적이고, 영상을 찍고 나면 자동으로 자신의 웨이보 블로그에 저장이 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퀄리티는 좋다. 하지만, 라이브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어 중국 친구들 조차 웨이보가 라이브앱을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것이 문제. 라이브 앱을 하다가 사람 숫자가 너무 적어 자존심이 상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사람들이 왜 이 앱을 사용하지 않을까? 이유를 굳이 찾자면, 쉴 새 없이 알람을 울려대는 앱의 광고 때문은 아닐지. 컨텐츠를 기록으로 남길 겸 계속 사용해보려했으나 어느 순간 '중국인 인증'을 위해서 주민번호를 입력하라고 해서 몇 번 찍어보고 사용을 중지하게 되었다.
第三。가짜조회수를 포함한 숫자들
혹자는 가짜 댓글과 거짓으로 조회수 늘리기 기능이 있다고 하던데, 역시 가짜의 천국 중국 답다. (특히映客直播가 숫자 부풀리기는 걸로 유명하단다 )사실 라이브 하는사람, 보는 입장 둘다가 숫자가 어디까지 진짜인지 얼마나 늘렸는지 알 수는 없다. 쭉 라이브를 시도해 보면서 알아차린 것은 ‘봇(Robot)’이라 불리는 것들이 라이브를 시작한 초반에 질문을 던지거나, 아니면 라이브 중간에 들어와서 ‘主播我喜欢你’ 뭐 이런 식으로 칭찬을 날리기도 한다는 것.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들어갔다가 나오는 사람들의 숫자, 즉 현재 방송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세는 것은 아니고 이미 들어왔었던 숫자들만 뜬다는 것. 라이브 방송인 만큼 언제 끝날지 모르는 방송을 끝까지 보는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第四。직접 방송을 해보고 관망하면서 나는 이리 느꼈다
가입했을 초반기에는 주로 이 친구들의 컨텐츠의 내용이 ‘关注我'(나를 팔로우 해주세요),谢谢你的礼物!’(선물 주셔서 고마워요) 라고 이야기 하거나 사람들 질문에 답하는 내용이 전부였다.
하지만 일이 있어 한국에 들어와 있는 중간중간에 앱을 잘 들여다보지 않았던 사이, 더 많은 사람들이 라이브를 보면서 먹방 관련한 컨텐츠도 나오고, 피아노 치거나 노래부르는 친구, 댄스 보여주는 친구 등 컨텐츠가 다양해짐을 느낀다. 유명한 라이브 앱으로 갈 수록 컨텐츠가 다양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예쁘고 잘생기기만 한 것보다 재미있는 컨텐츠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들에게서 열정이 느껴진다.
앱을 더 많이 시도해보고, 라이브로 계속 컨텐츠를 만들어 나가려 했으나 요즘들어 라이브의 한계와 미모의 ‘극단적 실력차(?)’를 느끼면서 이 곳이 작은 엔터테인먼트의 시발점이 되는 곳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업그레이드 되는 프로필 사진의 퀄리티도 높아지고 예전처럼 ‘사기스런 포샵 사진과 실물의 차이’로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일도 줄어들었다. (이젠 수많은 시청자들이 가짜 사진을 분별할만큼 수준이 높아진 것도 있다.)정말 연예인 수준의 사람들만 남은 듯한 느낌이다.
탄탄한 베이스가 있는 유투브나 아프리카 티비처럼 정기적인 구독자가 영상을 본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중국의 라이브 앱. 정말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이쁜지 잠깐 들어가서 봐야지’ 라는 느낌이랄까. 빠르게 변화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어쩌면 라이브 앱은 가장 중국스러움을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관망하는 나로써도 예쁜 친구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니 라이브를 보는 이유가 점점 ‘단기적인 쾌락주의’ 같다. 점점 ‘예쁨과 잘생김’이라는 자극에 반응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불편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나의 철학과 상충되는 것 같다. 라이브 앱을 사용하고 다른 이들을 구경하면서 일시적인 찰나의 순간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저 마음 구석 한켠이 불편하다. 시나브로 다양한 컨텐츠로 중국인들의 다양성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리라 기대하며 이번 길고 긴 라이브 앱의 여정을 마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