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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지영 Dec 06. 2022

미래의 도시 치수 인프라

영남일보 [금요광장] 칼럼

유례를 찾기 힘든 ‘극한 홍수’가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인류를 위협하고 그 앞에서 속수무책인 우리의 모습은 흡사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상황을 연상시킨다. 재난 대응을 위해 마련해둔 도시 방재 장치는 예상을 뛰어넘는 강수량 앞에 무력화되었고, 맨홀이나 하수 시스템 등 도시를 지탱해온 인프라가 오작동하며 오히려 시민의 목숨을 앗아가는 안타까운 일까지 벌어졌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재해 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 한 해 동안 총 28건의 자연 재난이 발생하여 75명의 인명피해와 1조 3,181억 원의 재산피해를 보았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호우 피해로 39명의 인명피해와 1조 372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는데, 이는 전체 재해의 80%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기상관측 이래 최장기간 장마 속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주택 파손·침수, 농경지 침수·매몰, 산사태, 차량 파손·침수 등이 발생해 피해 규모를 키웠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피해를 복구하는데 피해 규모를 몇 배 웃도는 비용이 드는데다 그 여파도 오래 지속된다는 점에 있다. 2020년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복구 비용은 4조 1,615억 원으로 재산피해 규모의 32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거기에 탄저병을 비롯한 농작물 간접 피해, 돈으로 산정하기 어려운 주민들의 불편이나 트라우마 같은 정신적 피해 등을 고려하면 그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인류가 겪고 있는 자연재해의 상당 부분이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와 급격한 도시화에 그 원인이 있는 만큼, 도시 인프라의 전면적 재설계와 근원적인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며, 해를 거듭할수록 피해 규모도 점점 커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치수(治水)’는 기원전 2000년대 요순시대부터 4000년이 넘게 이어져 온 시대를 초월한 난제이다. 기후변화의 흐름을 늦추고 지구를 되살릴 방법은 앞으로 수십, 수백년이 걸리더라도 인류가 감당해야 할 숙제일 것이다. 하지만, 일단 적어도 매년 반복되는 홍수 피해만은 막아보겠다는 목표로, 인류의 과학기술 역량을 총동원해 도전한다면,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도시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미래시에 나가있는 김미래 리포터의 얘기를 들어보자.


“지금 제가 나와 있는 곳은 미래시의 지능형 치수 인프라를 총괄 운영하고 있는 종합상황실입니다. 이곳 중앙에는 도시 전역의 도로와 상/하수도는 물론, 계곡과 하천 등에서 수집된 수위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거대한 홀로그램 형태의 디지털 트윈이 위치하고 있고, 그 주변에 50여명의 데이터과학자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분석과 예측 및 예방적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도시 전역의 하수 인프라와 지하 차도, 상가, 주차장 등 침수에 취약했던 시설물들은 2020년대 홍수를 계기로 강화된 시설물 기준에 따라 전면 재설계되었습니다. 지능형으로 동작하는 방수벽과 배수시설 등이 갖추어져 있고 이곳 종합상황실과 지능형 사물인터넷 망으로 연결되어 있어, 기상 상황과 수위 예측에 따른 자율적 제어가 가능합니다. 도심 곳곳의 배수구는 수요응답형으로 동작하며, 지능형 센서 기반의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사람이나 동물 등이 감지될 경우 자동으로 차단되어 추락으로 인한 부상을 방지합니다. 오늘 하루 미래시에는 시간당 10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으나, 시민들은 큰 불편 없이 평소와 다름없는 귀가가 가능했습니다. 한편 오늘 내린 빗물은 도심 지하의 거대 방수로, 즉 터널형 저류시설을 통해 송수되어 도시 외곽 지역 농촌의 오랜 가뭄 해소에 쓰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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