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금요광장] 칼럼
11월 한가운데 묵직하게 자리 잡은 수능 시험 날. 최근 몇 년은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수험생들의 긴장감을 풀어주려는 후배들의 재기 넘치는 응원이나, 두 손 모아 기도하시는 학부모의 간절한 기도도 수능 날의 대표적인 교문 앞 풍경이다. 수능 하면 수능 한파도 빼놓을 수 없다.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서 수능 한파가 정말 있는지 입증해 보이거나, 그 원인이 수험생들의 긴장으로 인해 발생한 뇌파의 영향이라는 그럴듯한 연구 결과가 뉴스에 소개된 적도 있었다. 수능이 딱 하루, 단 한 번의 기회뿐이다 보니, 순간의 실수로 수년간의 공든 탑이 무너질까 하는 우려가, 날씨까지 얼어붙게 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연신 끄덕거린 기억이 난다.
여러 찬반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험이 교육과 학습 성과의 진단(Diagnosis)과 형성 평가(Formative Evaluation)를 위해 꼭 필요한 도구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실제로, ‘부담이 적은 간단한 퀴즈’를 통해 배운 내용을 테스트해보는 것이 막연하게 학습을 반복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테스팅 효과(Testing Effect)’가 여러 심리학 연구를 통해 입증되어 있다. 그런데, 과거에 비해 모든 면에서 기술 수준이 현저히 발달된 21세기에도, 긴장감을 유발하는 ‘20세기 스타일’의 시험이 유지되어야 할까?
최근 미래지향적인 교육기관들은 ‘증거 기반 평가(Evidence-based Evaluation)’를 추구하며, 따로 시험 날을 잡지 않아도 학생의 평소 실력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스텔스 평가(Stealth Evaluation)’를 채택하기 시작했다. 스텔스 평가는 교육용 게임이나 시뮬레이션에서 학생의 응답을 자동 수집하여 개인의 학습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지능화된 평가기법으로, 학생들의 부담감을 덜고 학습과 평가의 경계를 없애는 효과가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다.
전통적인 학교 교육 환경하에서는 교육자들의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어서, 그 틈을 채우기 위해 인공지능을 비롯한 IT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과 도입이 절실하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 과정에 학생들의 불이익이 없도록, 시행착오 없는 적용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과 사회적 공감대를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 미래의 수능과 대학입시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미래 특파원 김미래 기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얼마 전 2030학년도 대입 수험생 50만여명의 수학능력 포트폴리오의 집계가 완료되면서 각 대학들의 신입생 모집 절차가 일제히 시작되었습니다. 각 수험생의 포트폴리오 내에는 유치원부터 초중고 전과정에 대한 수학능력 평가 데이터가 직관적인 그래프로 시각화되어 있으며, 단계별로 구체적인 학습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 영상과 자료도 조회할 수 있습니다. 그 데이터를 근거로, 수험생들은 자신의 재능과 역량 특성에 잘 맞는 대학과 학과를 인공지능 코디로부터 추천받아 관심 학과로 등록해 둘 수 있고, 해당 학과의 관심 지원자 수와 경쟁률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별도의 서류 준비 없이도 원하는 대학에 원서 제출까지 클릭 한 번으로 마칠 수 있습니다. 각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지원자의 포트폴리오에서 제공되는 풍부한 참고자료를 통해 지원자의 수학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수 있으며,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걸맞은 지원자를 인공지능을 통해 추천받고 보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선발 프로세스를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