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얼마나 크면 집에 혼자 있어도 위험하지 않을까?
내 딸 다원이는 8살인데 집에 혼자 두거나 어른 없이 집 앞 놀이터에 나가보지 않았다. 어떤 부모는 8살이면 충분히 컸다고 이야기하고, 또 누군가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집이라는 공간도 위험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위험한 상황에 더 노출되기 싶다. 나는 어릴 적 겪은 일로 불안감이 높다.
희미한 기억으로 내 나이 8-9살 때부터 어른 없이 집에 있었다. 엄마는 일을 가셨고 오빠는 어린 나이에도 친구를 좋아했으니 밖으로 돌았던 것 같다. 나는 집에서 혼자 놀거나 나처럼 엄마 아빠가 일에 나간 친구들과 모여서 놀았다.
우리집 골목길에서 불량 청소년들이 담배를 뻐끔뻐끔 피었다. 간혹 껄렁한 오빠들을 마주치면 지나가는 나에게 “이거 너 담배니?” 하고 농담을 던졌다. 나는 겁을 먹고 “제거 아니에요.” 대답해 주었다. 오빠들은 겁먹은 내 모습을 보며 끅끅 웃어댔다. 뭐 그 정도는 양호한 에피소드였던 걸로. 어느 날은 열쇠로 집문을 따고 들어가려는데 열쇠를 아무리 찾아도 나오질 않았다. 가방을 뒤집어가며 열쇠를 찾고 있었는데 어떤 어른이 조용히 내 뒤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얼굴이었고 의심 없이 저 사람이 누구지? 의문만 들었다. 내가 집으로 들어오니 그 아저씨가 우리 집 대문으로 따라 들어왔다. 아- 모든 위험한 일들은 아차 하는 순간 일어난다.
(지금도 몸이 좋지 않은 날엔 누군가 집에 들어오려는 꿈을 꾼다. 나는 몇번이고 문을 잠궈보지만, 문은 단단하지 않고 나를 지켜줄 수 없다. 두려움에 손발을 달달 떤다. )
그 일이 있고 집이라는 공간이 안정적인 울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열쇠관리를 잘하지 못한 내가 문제였을까? 아니면 초등학교 저학년을 두고 일을 나간 나의 부모가 잘 못한 걸까? 누구를 탓하고 싶진 않다. 나쁜 일이 벌어지고 나면 결국엔 피해자만 고통스럽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겠지만 지금도 그런 일들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로 2년 동안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등학교 또한 예상치 못하게 계속 쉬는 일이 생겼다. 주변에서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는 부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일을 그만두든지, 불안하지만 퇴근시간까지 아이가 집에서 잘 지내길 바라는 거다. (아니면 학원 뺑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