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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세 Jun 02. 2021

Ep. 28 힘내라! 김제혁

드라마 '슬기로운감빵생활'주인공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

넷플릭스에서 최근에 보게 된 드라마가 있는데 볼 때마다 매회 몰입을 유발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4년 전에 방영되었던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드라마이다.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라 기본적인 톤은 무거울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 캐릭터를 확실하게 심어주고 다양한 디테일들을 촘촘하게 깔아주면서 그 안에서 유머와 스릴, 감동 등의 다양한 코드가 넘쳐흐르는 드라마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제작했던 작가와 감독답게 장면 장면에 흐르는 디테일이 매우 돋보인다. 한동안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정해인 배우가 이 드라마에 출연했는지도 보면서 알게 되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에게 몰입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박해수 배우가 연기하는 김제혁 캐릭터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극 중에서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드라마가 방영할 당시에는 넥센 히어로즈였고, 지금은 키움 히어로즈이다.) 소속 마무리 투수인 김제혁은 국민 마무리 투수로 각광받으면서 선수 생활 최절정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마운드에서의 날카로운 승부사의 모습과는 달리 일상에서는 느릿느릿한 말투와 다소 어리벙한 모습으로 일관하여 야구밖에 모르는 바보 캐릭터인 그는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시즌 종료 후 여동생 집에 찾아갔다가 그 현장에서 성폭행 미수범을 발견하고 추격하고 격투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도구를 써서 그를 제압했는데... 그것이 과잉방어로 인정되어 1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선수생활 최고의 꽃길을 앞두고 예상치도 못하게 들이닥친 수감생활은 그의 인생에 큰 시련을 불러오게 된다. 그는 특유의 무뚝뚝함과 인내를 앞세워 모두가 힘들거라 생각했던 형무소 수감생활에 차근차근 적응해간다. 드라마에 여러 캐릭터가 나오지만 가장 큰 핵심 줄기는 바로 야구선수에서 순식간에 수감자로 신분이 바뀐 주인공 김제혁의 성장기이다.


극 중에서 교도소장이 김제혁을 위해 온실에 특별히 야구 연습시설을 만들어줬는데 수감생활 도중 그의 생명과도 같은 왼쪽 어깨에 불의의 부상을 입은 김제혁이 더 이상 재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낙담한 채 온실에 모인 교도관과 수감자들을 향해 절규하는 장면이 나온다.


고등학교 시절 교통사고를 당해 어깨가 망가졌는데 거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위암이 발견되어 2년 동안 투병생활을 극복하고 악착같이 재활하여 신고선수로 프로야구 무대에 발을 들였고, 신고선수에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올라서기까지 죽기 살기로 버텨온 자기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곳에 있어야 하는지.. 자기는 열심히 살아온 것 밖에 없는데 왜 이런 험한 일들만 겪어야 하는지 절규하는 모습에서 울컥하였다. 


그러면서 하늘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이미는 모습을 보면서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는 동감과 함께 캐릭터에 푹 빠져들었다.


나도 악착같이 일하고 조금이라도 더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왔는데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만 하는지... 그 힘든 프로젝트 다 끝내고 영국에 나갈 준비만 하면 되는데... 왜 나한테 그런 몹쓸 병이 찾아온 걸까. 내가 왜 이런 더럽고 험한 꼴을 겪어야 하는가.. 이런 생각이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시로 밀려 들어온다. 나보다 더 오래 야근하고 술, 담배도 더 많이 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한데 마치 러시안룰렛에 제물이 된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비록 드라마이지만 '슬기로운 감방생활'에 더 공감하게 되는 이유는 우리 주변에 참 억울한 일들을 겪는 사람들이 의외로 참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책이나 좋은 말씀이 나오는 유튜브를 보면 지나간 과거에 매달려봤자 아무 소용없음을 절절히 알려준다. 당연히 나도 알지. 그런데 막상 실천하려고 하면 계속 불쑥불쑥 억울함과 분함이 치밀어 오른다. 


그럴 필요 없는데.. 그래 봤자 나만 손해인데.. 왜 그러는지... 아무래도 작년까지만 해도 몰입할 일거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출근도 못하는 상황이라 미치도록 몰입했던 일 대신에 대체할 몰입 거리를 못 찾아서가 가장 큰 이유인 듯싶다.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왼쪽 어깨를 다친 김제혁이 생각을 바꿔 오른 어깨로 공을 던지기 시작하는데 나 역시 지나간 과거에 덮어 쓰인 것들 중에 불필요한 것들을 빨리 덜어내고 새로운 발상과 행동의 전환을 추진해야 할 것 같다. 누구한테 잘 보이기 위함도 아니고 오직 내가 살기 위해서 필요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내 자신일 수도 있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김제혁을 위해 속으로 외쳐본다. "힘내라! 김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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