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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세 Jul 05. 2021

Ep.33 새로운 취미 그리고 필터링

취미 생활도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개인 시간의 비중이 높아졌고, 늘어난 개인 시간 대부분은 밖에 나가서 산책 또는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시간들로 메워졌다. 우선은 체력을 늘 유지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데에 시간을 투자하는 비중이 높아지게 된다.


한강, 주변 둘레길 등을 찾아 나서 걷거나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다 보면 지겨워질 때가 있는데 그런 무료함을 지워보고자 새로운 취미를 찾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골프채를 잡게 되었다.


호주에서 대학 다닐 당시 방학 동안 레슨을 받고 같은 과 사람들과 연습장 또는 근처 퍼블릭 골프장에서 3개월 정도 골프를 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에는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고 엄밀히 말하면 막 휘두르는 수준이었다.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가끔 연습장에서 혼자 스윙 연습을 한 적이 있었지만 남들처럼 제대로 장비를 갖추고 골프를 쳐 본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별로 관심이 생기지를 않았다. 스포츠 중계를 보더라도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을 봤지만 골프는 그저 무료함만 느껴지는 나에게는 그저 그런 지루한 스포츠였다.


그런데 작년부터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기존에 당연했던 취미 생활들에 제약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그나마 활동에 제한이 덜한 골프를 새로운 취미로 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방대한 분량의 골프 관련 채널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전문적인 선수, 레슨 프로뿐만 아니라 연예인들도 자신의 채널에서 골프를 꽤나 많이 다루고 있다. 최근에는 골프 관련 예능 프로그램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가끔씩 연습장 또는 스크린 골프장을 가다가 지난달부터 제대로 레슨을 받기로 결정하고 골프에 입문하였다. 그런데 생각만큼 스윙 동작이 내 몸에 달라붙지 못하였다. 아예 처음부터 백지상태에서 배우는 거면 더 수월하게 제대로 된 기본자세를 습득할 텐데 기존에 막 휘두르던 시절에 몸에 밴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리고 레슨을 받으면서 티칭 프로가 알려준 대로 스윙하다 보면 확실히 개선된 것을 느끼게 된다. 앞으로도 쭈욱 그런 자세와 스윙이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뒷볼과 탑볼을 남발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은 골프는 정말 어려운 운동이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 다다랐다고 생각되면 어김없이 미세한 흐트러짐에서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초래한다. 반복을 통해 나 자신에게 가장 최적화된 하지만 몸을 무리시키지 않는 스윙 자세를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에 골프 치는 친구나 지인들이 꽤 많아서 가끔씩 라운딩이나 스크린 골프를 치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 피해야 될 부류들이 발견된다. 가장 피해야 할 부류는 쓸데없이 골프 결과에 목숨 거는 유형이다. 그런 유형들은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 "오늘따라 안 맞네". 그러면서 화풀이하듯이 스윙을 해댄다. 다 같이 즐기자고 모인 자리에서 혼자 PGA 투어에 나선 것처럼 전투적으로 골프를 치는데 그런 유형이 맞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유형이 정말 질색이다.


상당히 불편하다. 특히 이런 유형들은 남의 스윙에 대해 자기 멋대로 평가하고 판단을 내린다. 이런 유형과 같이 라운딩을 하거나 스크린 골프 하는 것은 오히려 정신 건강을 해칠 수 있다. 그렇게 골프를 잘 치면 진작에 프로로 전향해서 투어를 나갈 것이지 왜 이 바닥에서 잘난척하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다. 내 주변에도 질량 보존의 법칙이 적용되어 골프 치고 나서 상쾌함은커녕 불쾌감만 잔뜩 퍼다 주는 이가 있다. 딱 한 번 스크린 골프를 같이 쳤는데, 그 후로는 아예 상종을 안 하려고 피하는 중이다.


다행히도 그 외에는 그렇게 불쾌함을 주는 유형이 없다. 못 쳐도 눈감아주고 잘 치면 '나이스 샷'을 외치면서 서로의 기를 북돋워주는 매너로 즐거운 기억들만 안겨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잘 못 쳤을 때 농담 몇 마디 정도 건넬 수는 있다. 그런데 혼자 눈에 불을 켜고 투어 모드로 나서는 이들은 피하고 싶은 우선순위이다. 대부분은 안 그러겠지만 극히 일부 돌연변이 같은 유형들이 물을 흐리는 것이겠지..


어떤 운동이든 취미이든 간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일 것이다.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스윙 연습을 했더니 옆구리에 탈이 나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힘 빼고 스윙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 몸이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몸에 힘을 빼고 스윙하는 것이 체득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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