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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의 틈

생각의 틈을 잃어버린 시대

4가지 서로 다른 생각의 틈 프로젝트

공허한 소비가 만든 Brain rot 현상

2024년 옥스퍼드가 선정한 Oxford Word of the Year 2024는 'Brain rot'입니다. 이 단어는 1854년 소로 '월든 Walden'소설 이후 한참이 지난 23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소셜미디어에서 회자되기 시작했습니다. 소셜미디어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여백을 잃어가는 점을 경고하는 의미로 'Brain Rot(뇌 썩음)'을 선택했습니다.


Oxford는 Brain Rot에 대해서 "사소하거나 도전적이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는 물질(특히 온라인 콘텐츠)의 과도한 소비로 인해 사람의 정신적 또는 지적 상태가 악화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그러한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특징지어지는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소셜 미디어상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고민하거나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으려는 현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현상은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틱톡의 무한 스크롤과 넷플릭스의 맥락을 무시한 빠른 재생 시청, 유튜브의 맞춤형 알고리즘은 너무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 습득방식은 오히려 우리를 더 깊은 무의식으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23년 대비 230%나 증가한 'Brain rot' 현상은,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슬픈 단면입니다.

https://corp.oup.com/news/brain-rot-named-oxford-word-of-the-year-2024/

스마트폰 용량과 Brain Rot 현상

스마트폰 저장공간이라는 일상의 작은 선택에서 Brain Rot 현상이 있습니다.

저장용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진입니다. 오래전 여행에서 찍은 수많은 사진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저장공간만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는 잠깐 시간을 내어서 정리하기를 미룹니다. 대신 더 큰 용량의 클라우드나 대용량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손쉬운 소비로 문제를 회피합니다. 이는 불편함을 마주하고 해결하기보다 즉각적인 해결책을 선호하는 현대인의 'Brain Rot'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디지털 저장 강박증'이라고 부릅니다.

디지털 저장 공간을 지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첫째 중요성 여부를 판단하지 못해서 버리기에 아깝고 찾을 것 같다는 생각

둘째 사진을 지우면 그때 느꼈던 감정, 추억, 기억 등이 다 증발한다는 생각에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고 잘못된 생각입니다.


스마트폰이나 카메라가 없던 시절, 우리는 어떻게 추억을 간직했을까요? 동네 골목길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던 형들의 모습이 사진 없이도 선명하게 기억되는 것처럼, 진정한 기억과 감정은 디지털 저장장치가 아닌 우리의 경험 속에 깊이 새겨집니다.


생각의 틈을 만드는 시작; '비움'

"'디지털 저장 강박증'의 해결책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바로 데이터를 과감하게 비우는 실천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간단한 해결책 앞에서 주저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의 틈'이라는 개념을 제시하게 된 시작점입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만나는 고객들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늘 새로운 것을 갈망하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은 이미 무언가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러한 모순적 상황을 목격하면서, 저는 컨설팅이나 강의에 앞서 '비움'이라는 과정을 먼저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비움의 틈.jpg 비움은 생각의 틈을 만드는 시작점 (이미지 출처: Minseo)
비움은 채움의 시작

놀랍게도, 가장 의미 있는 통찰과 창조성은 충만함이 아닌 부족함의 토양에서 꽃 피웁니다. 마치 배고픔이 뇌를 자극하여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내듯, 의도적인 비움을 통해 만들어진 공백은 우리 안에 '생각의 틈'을 열어줍니다. 이 틈새에서 비로소 우리는 절실함에서 비롯된 진정한 창조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비움"의 혁신적 가치는 비즈니스 현장에서도 적용됩니다.
닌텐도 Wii의 성공은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당시 게임 업계의 치열한 하드웨어 스펙 경쟁 속에서, 닌텐도는 과감히 이를 '비움'으로써 새로운 혁신의 공간을 창출했습니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경쟁사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된 가치가 되어, 오늘날까지 닌텐도만의 독특한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https://dbr.donga.com/graphic/view/gdbr_no/3002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남긴 창업 선언문에서도 비움의 가치가 발견됩니다. 특히 선언문의 두 번째 원칙인 '집중(Focus)'에서는 기업과 리더가 중요하지 않은 것들로부터 과감히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눈을 돌리는 것'은 결국 '비움'의 다른 표현이며, 이러한 '비움'을 통해 생겨난 새로운 공간은 혁신을 위한 '생각의 틈'이 되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미니멀리즘'을 통해 복잡한 환경일수록 과감한 선택과 버림이 필요함을 강조하면서 Apple 모든 제품에 드러나게 되고, 차별화 요소가 되었습니다.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디자인, 꼭 필요한 기능만을 담은 제품 철학은 '비움'의 가치를 실천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https://blog.naver.com/ceonomad/222225011917


누구나 비움의 실천을 통해서 생각의 틈을 만들어서 창의적인 인간이 되길 원합니다. 그러나, 아무나 이런 결과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극한 조건에서 창의성이 발휘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풍부하고 꽉 찬 상태는 창의성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결핍, 부족함이 생길 때 본능적으로 새로운 도전의식이 작동합니다. 지금이라도 비움을 통해서 생각의 틈을 확보해야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Brain rot는 멈추지 않습니다.




<생각의 틈을 여는 질문>

1. 정보가 흘러넘치는 세상에서 정보의 풍요는 다른 무언가의 결핍을 의미합니다. 풍요(편리함 증가)가 가져온 결핍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로 무엇이 있을까요? Brain Rot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나만의 '비움'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2. 170여 년 전 'Brain Rot'를 처음으로 언급한 소로의 '월든 Walden' 책 속에서는 길을 잃고 나서야, 세상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의 발견이 '생각의 틈'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그래서 완전히 길을 잃어버리거나 한 바퀴 빙 돌려지거나 하기 전에는 우리는 대자연의 거대함과 기이함을 깨닫지 못한다. 잠에서 깨어나든 몽상에서 깨어나든, 사람은 그때마다 나침반의 위치를 다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길을 잃고 나서야, 다시 말하면 세상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하며, 우리의 위치와 우리의 관계의 무한한 범위를 깨닫기 시작한다. “

- '월든 Walden' 마을, 258 페이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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