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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의 틈

공유의 시대, 우리는 여전히 왜 소유를 갈망할까?

feat. 제러미 리프킨 "소유의 종말"

by 서소헌

회사를 나와 1인 기업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집에서 방 하나를 서재로 만들어 사용해 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독립적인 공간에 대한 갈망이 커졌습니다. '내 일'과 '집안일'이 구분되지 않는 답답함 이라고 할까요? 아침에 노트북을 켜고 일을 시작하려 하면 아이들이 옆에서 뛰어놀고, 설거지해야 할 그릇이 눈에 띄었습니다. 일과 생활이 뒤섞이는 이 모호함이 점점 제 에너지를 갉아먹는 느낌이었습니다. 새해가 되면서 "내 일에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집 밖에서 나만의 오피스를 마련해야겠어"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저의 공유 오피스 찾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다양한 옵션들을 살피며 설레고 신이 났습니다. 그런데 후기와 사진을 보며 며칠 동안 고민했지만, 정작 계약을 앞두고는 묘한 감정을 느끼며 선택을 망설이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이 공간은 분명히 제 이름으로 계약하고 제가 사용하게 될 텐데, 어쩐지 '진짜 내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호텔에서 며칠을 머물면 편리하지만 왠지 내 집 같이 편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쓰고, 필요할 때만 머물 수 있는 유연함은 분명 편리하고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그런데도 저는 이 공간이 '내 것'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아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머뭇거리고 있었습니다. 이때 떠오른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나는 왜 공유하면서도 소유하려 할까?”

공유의 시대, 소유의 흔적

질문에 대해 생각하며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다 보니 제러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 과 러셀 벨크의 '심리적 소유감'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이 본능적 욕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책《소유의 종말》에서 "우리는 이제 ‘소유’를 통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접근’을 통해 경험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카셰어링으로 필요한 시간만큼만 차를 빌리고,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예약하며, 공유 오피스에서 업무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 익숙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물리적으로 소유하지 않고도 충분히 원하는 곳에 접근 할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제가 공유오피스를 찾아보면서도 원했던 것은 '내가 필요할 때 얼마나 빠르고, 편하게 접근 할 수 있는 가'였습니다. 이곳이 마치 내 오피스인 것처럼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영어 제목인 "The age of access"가 한국어 제목 보다 저자가 뜻하는 바를 더 잘 전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공유와 접근'이 주는 이러한 가벼움 속에서도 우리는 종종 소유의 감각을 갈망합니다. 공유 차량을 사용할 때도,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지낼 때도, ‘내 것’처럼 느껴지길 바랍니다. 이를 두고 러셀 벨크는《심리적 소유감에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우리는 물리적으로 소유하지 않더라도, 반복적인 사용과 개인화를 통해 소유감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유 차량 앱에서는 사용자의 좌석 위치나 음악 선호 설정을 저장해 줄 수 있고, 에어비앤비에서는 호스트가 개인적인 환영 메시지를 남기거나, 게스트의 필요에 맞춰 공간을 맞춤화하는 노력을 합니다. 이러한 세심한 장치는 사용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공간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공유 오피스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용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개인 물품을 배치할 수 있는 선반이나 락커가 제공되어 소유감을 높여주었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출,입과 예약 시스템이 ‘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정말 소유하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요? 아니면 공유라는 이름 아래 여전히 소유를 추구하는 걸까요? 리프킨이 말한 대로 우리는 아마 점점 더 ‘접근’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만, 벨크가 지적했듯 ‘소유의 감각’이 여전히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공유 오피스를 고민하면서 느낀 ‘어딘가 불완전한 느낌’은 아마도 이 경계에서 오는 감정이었을 던 것 같습니다.


공유와 소유의 균형 찾기

환경적, 사회적 요구로 인해 공유 경제는 계속 확산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공유의 확장이 소유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공유 속에서도 소유의 흔적을 남기고, 소유 속에서도 공유의 가치를 찾고 있습니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우리는 지식과 감정을 공유하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개성과 목소리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제가 공유 오피스를 둘러보며 느낀"나는 왜 공유하면서도 소유하려 할까?"라는 작은 혼란에 대한 답은 아마도 공유와 소유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공존해야 하는 감각이라는 것입니다. 공유를 통해 자유로움을 느끼고, 소유를 통해 안정감을 찾으며, 우리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공유 오피스에서 일하는 하루가 단순히 공간을 빌리는 시간이 아니라, 나만의 창의성을 발휘하고 삶의 주도권을 느끼는 경험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제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아닐까요? 공유 오피스를 계약한 후,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이제 내 공간이 생겼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비록 완전한 제 것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이제 저만의 리듬과 창의성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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