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첫인상
9월 24일. 프라하 도착하고 둘째 날. 정처 없이 계속 걸어 다녔다. 하루 동안 거의 10시간, 20km가량은 걸은 것 같다. 트램 타는 법 몰랐던 것은 비밀. 새로 정착한 집 주변에는 무엇이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첫날부터 필사적으로 돌아다녔다. 그냥 동네 탐방식이라 구글맵을 켜지 않고 방황하듯 걸었는데, 신기하게도 유명 관광지를 다 지나치고 있었다. 걷고 걷다 보니 프라하성이 나왔고, 까를교가 나왔고 그리고 구시가지까지 닿기도 했다. 생각보다 프라하는 그렇게 큰 도시가 아니었다. 기숙사에서 프라하성까지 걸어서 15분 거리였고, 까를교를 건너 구시가지까진 25분이면 충분했다. 아 참고로, 내 발걸음이 좀 빠르긴 하다.
프라하는 정말이지 정말이지... 예쁘고 아름다운 도시이다. 첫날 기숙사에서 걸어 나와 저녁거리 사러 가면서 느꼈던 감정은 잊을 수가 없다. 아담한 사이즈의 건물들은 파스텔톤으로 알록달록했고, 시원하게 트인 창문에는 꽃 장식으로 꾸며둔 것이 보기 좋았다. 밤에는 오렌지색 가로등이 도시 전체를 밝혔고, 유럽풍 길거리와 잘 어울렸다. 그리고 도시를 누비는 빨간색 올드 트램은 언제 봐도 반갑다. 어스름 질 무렵, 까를교가 지나는 블타바 강을 바라보며 체코 생맥주를 마시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카메라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자그마한 프레임에 프라하를 담기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날씨까지 흐렸기 때문에 더 아쉬웠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첫날의 설레발이었다. 그냥 날씨 좋은 날 다시 와서 사진 찍으면 되는 일이었다. 여행 다닐 때마다 셔터만 수없이 눌러대느라 그곳의 정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는데, 이제 터전을 잡았으니 이렇게 여유 부릴 수 있다. 감격스럽다.
공부 좀 해야겠다. 프라하는 사연이 많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 때는 종교개혁과 관련된 일화가 있고, 근대에는 1~2차 세계대전과 공산주의 치하의 아픔을 겪은 나라다. 다행히 도시 자체가 보존이 잘 되어있기 때문에 곳곳에 큰 성당도 많고, 흥미로워 보이는 동상도 많다. 건물들의 모습은 제각각 특색이 있고, 세워진 시기도 다 다르다. 하지만 머리 텅텅 빈 채로 구경만 하고 있으니, 나에겐 그냥 ‘예쁜 도시’ 일뿐이다. 유명 관광지에 얽힌 일화들은 대충 찾아보고 왔지만, 이 사랑스러운 도시에 살면서 제대로 이해하기까지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한국에서 책 좀 더 읽어보고 올껄ㅠ
아래부터는 날씨 좋은 날 찍은 사진들!
이제는 프라하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 조금 지났다. 어느정도 생활이 안정 되었고, 길거리에서 두리번거리는 관광객 모드도 거의 끝나간다. 마침 학기도 시작했다. 더듬이 쭈뼛세워 놓고 많이 경험하며 배우는 것이 목표다.
저번 학기에 브뤼셀로 교환학생 갔다 온 친구에게 프라하가 최고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니 친구는 다른 유럽 도시 여행해보고 말하라며 짬이 꽉 차고 묵직한 조언을 날려줬다...ㅎ
그래도 프라하가 최고일 거야 이 자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