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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녁s토리 Oct 05. 2017

프라하 재즈바 투어

Like a Damien Chazelle



영화 <라라랜드>에서 주인공 라이언 고슬링은 재즈란 연주자들끼리 타협하고 마찰하며 만들어 내는 음악이라고 했다. 그래서 매일매일이 새로운 연주며 굉장히 신난다고 이야기한다. 정해진 규율에서 벗어나, 연주자의 기량에 기반하고 자유도가 높다는 점이 재즈만의 매력이다.      


영화 <위플래쉬>에서는 주인공 마일즈 텔러는 손에 피에 피가 맺힐 때까지 드럼을 친다. 최고의 드러머가 되겠다는 집념 하나로 미친 듯이 노력하는 이야기이다. 갖은 수모를 당하고도 마지막 무대에서 Caravan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모습은 정말이지 숨 막힐 정도로 인상 깊다.      


이런 인생영화 2개를 보고 나서 재즈에 대한 열망이 생기곤 했다. 그런데 바로 어제, 프라하의 작은 바에서 최고의 재즈 연주를 볼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겨우 20명 가까이 들어갈 만한 작은 공간에서 라이브 재즈 연주가 있었는데, 3시간 동안 넋 놓고 볼 정도로 대단했다. 나도 모르게 몸이 들썩이고 있었다. 그리고 손바닥이 아릴 정도로 박수를 오래 쳐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처음엔 다 함께 연주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비교적 소리가 큰 색소폰과 드럼 위주로 진행되는 듯했다. 색소폰이 멜로디를 리드하고, 드럼이 리듬을 맞춰주었다. 피아노와 베이스는 소리가 묻히는 듯했지만, 모르는 새에 녹아들어 흥겨움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전혀 단조롭지 않았다. 마치 공연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쉬고 있다가도 타이밍 맞춰서 치고 들어오며, 때론 자신의 비중을 줄이면서 다른 연주자들의 파트를 부각하여주기도 한다. 대망의 솔로 파트로 넘어가면 각자의 기량을 있는 대로 뽐낸다. <라라랜드>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말했던 생동감 넘치는 재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귀가 황홀했다.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연주를 보았다. 덕분에 뮤지션들의 손가락과 리듬 타는 모습, 표정 하나하나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베이스는 소리가 작은 편이라 잘 안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현을 튕기는 손을 보고 있으면 귀에 쏙쏙 박힌다. 베이스는 솔로 연주를 할 때면, 입으로 멜로디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리듬 타는 모습이 신기하고 또 흐뭇했다. 특별하게는 드러머의 표정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재간둥이가 따로 없다. 방긋방긋 웃으면서 드럼을 치는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다. 보고 있는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가끔은 눈살을 찌푸리며 연주에 심취하기도 하고, 양 옆의 베이스와 색소폰과 눈을 마주치며 강약을 조율하기도 하는 모습이 프로페셔널해 보였다. 



처음 접해본 재즈 라이브부터 홈런을 쳐 버려서 기대치가 너무 올라간 게 아닐까 걱정이다. 그냥 한국 돌아갈 때까지 이 팀 일정에 맞추어 자주 들러야겠다. 하루의 마무리를 최고의 연주와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래는 연주 동영상. 짧은 것으로 올리려다 보니 다른 연주자들 파트가 안 나와서 조금 아쉽다.

소리가 좀 깨져서 들리지만.... 그래도 훌륭했던 드러머 솔로 파트




U Malého Glena 펍 이름과 위치

매일 공연의 내용이 다르다. 라이브 재즈쇼를 보려면 날짜와 시간을 잘 맞춰서 가야 한다.

https://www.google.cz/maps/place/U+Mal%C3%A9ho+Glena/@50.0868321,14.4036262,15z/data=!4m2!3m1!1s0x0:0xcc455b4597c44fb9?sa=X&ved=0ahUKEwjqp-HTk9fWAhVGLsAKHRvGCLYQ_BIImgEwDg



17.09.29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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