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잠깐이나마 설렜다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 가끔 사업 아이디어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피곤하던 눈이 갑자기 말똥말똥 해지며, 달달한 성공을 꿈꾸다 지쳐 잠들곤 한다. 그런데 스타트업이란 즉슨 아이디어 그 자체의 기발함보다 갖은 고충을 묵직하게 헤쳐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고 배우며...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
머리맡에서 메모했던 아이디어들을 이 참에 공유해보고자 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는데, 분명 비슷한 것을 시도했거나 제공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을 것이다. 그냥 재미 삼아 봐줬으면 좋겠다.
- 멜론의 고충은 쏟아지는 음원을 감당하기 위한 서버 비용이라는 말을 듣고 떠올린 아이디어다. 음원시장은 파레토 법칙이 적용되어 상위 20%의 곡들로 80%의 재생을 커버할 수 있을 텐데... 그냥 TOP 100 음원만 제공하면 안 될까?라는 생각을 했다. TOP 100 리스트는 일주일 단위로 갱신하며,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면 유인되는 소비자가 있을 것 같았다. 취향을 타는 일반 사용자들보다 플레이 리스트를 무작위로 재생하는 리스너, 업장 위주로 서비스가 제공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학교 교내 장학금 신청일을 놓치면서 빡친 것에서부터 비롯된 아이템이다. 왜 나는 몰랐지? 라며 허탈해했는데, 아이돌 콘서트 예매가 네이버 인기 검색어 상단에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자주 검색하는 키워드가 내게 노출되면 좋겠다. 장학금 신청일을 놓치는 일도 없을 것이며, 다른 재미있는 이슈도 빠르게 접할 수 있겠다. 학교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소구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여튼 핵심은 오프라인 집단의 공통된 관심사를 빠르게 전달하고 집중시키는 것
- 게임을 하다 보면 캐릭터들의 능력치 스탯을 보게 되는데, 내 신체 인바디 정보를 게임 내에 캐릭터 화하여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내 신체 근육량, 지구력, 유연성 등에 따라 내 캐릭터의 파워, 체력, 민첩성 등이 결정되는 구조이다. 축구게임이나 격투게임에 적용시키면 재미있을 것 같았고, 헬스케어 산업과 연관 지을 지점도 있다고 생각했다. 초기 수준의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디벨롶 할 요소가 많다.
- 비슷한 출퇴근 길의 사람들을 한 승합차에 태워 강사가 강의해준다는 아이디어다. 자기 계발은 하고 싶지만 퇴근하면 힘들고, 퇴근길이 고되어하고 싶었던 의욕도 다 사라진다. 요즘 지하철에서도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냥 한꺼번에 태워서 공부를 시키면 어떨까 생각했다. 여행사 가이드처럼 말이다. 그런데 타다나 카카오택시가 직면한 규제부터, 사람들의 행선지 매칭 그리고 자기 계발 취향의 매칭 등 해결할 문제가 많아 보이는 아이디어였다.
- 먹다 남은 약을 일괄적으로 수거하는 비즈니스이다. 약은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면 환경오염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떠올렸다. 원래 남은 약은 약국에 다시 가져다줘야 한다. 그런데 너무 귀찮다. 쓰레기통에 버린다고 해서 법적인 잘못도 없는 것 같고 직접 약국에 가져다줘서 얻는 이득도 없다. 이런 사각지대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이 없을까 싶어서 생각한 아이디어다. 수거한 약 성분을 추출하여 재사용하거나, 약이 버려지는 정도를 데이터화하여 환자의 복용 상태를 제약회사나 병원에 알려주는 것이 어떨까 했는데....해당 산업에 지식 없이 떠올리기 힘든 BM이다.
밤 중에 달콤한 상상을 하기에 좋은 소재들이었다. 갑자기 머리가 또렷해지고 심장 쿵쾅되어 잠 못 이룬 것 빼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