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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녁s토리 Aug 26. 2019

직장생활에는 청산 주기가 없다

스톡데일 패러독스

할 일을 다 해치우고 완전하게 프리해지는 것. 나는 이것을 청산이라 부른다. 학교 다닐 때는 정기적인 청산 주기가 있었다. 
 
시험기간에는 빡세게 공부하고, 끝난 후에는 한 숨 돌리며 푹 쉴 수 있었다. 방학 때 어디갈지 계획을 세우고 '지금 할 일'에 대한 부담 없이 놀고는 했다. '할 일'에 대한 정기적인 청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힘들고 바쁜 일정이 있더라도 잠깐 그 순간만 잘 버텨내면 되었다. '고생 끝에 휴식이 온다'라는 공식이 적용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제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좀 넘어간다. '돈을 받고 회사를 다니다 보면 돈을 내고 다니는 학교는 편했다'는 명언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몫을 해내야 하는 곳이다. 그리고 회사는 정기적인 청산 주기가 없는 곳이었다. 언제쯤 맘 놓고 쉴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었고, 연차를 쓰더라도 회사에 남겨 놓은 일들이 계속 맘에 걸렸다. 긴장의 연속이다. 그래서 올해 초에는 스트레스와 두통에 시달리곤 했다. 
 
다행히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과 배려를 받으며 일을 해왔다. 사람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가 없었지만, 여태껏 살아온 생활 패턴이 달라진 것에 대한 부담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 회사분으로부터 '스톡데일 패러독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스톡데일 장군 초상화


스톡데일이라는 미군 장교의 일화인데, 베트남 전쟁 때 8년간의 포로생활을 견디고 돌아온 사람이다. 무려 8년이다. 풀려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직시한 덕분에 견뎌낼 수 있었다고 한다. 반면, '다음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풀려나겠지'라며 낙관적으로만 생각한 사람들은 기대감과 상실감의 반복으로 견뎌내지 못했다고 한다.

 

나는 이제 사회에 발을 디뎠다. 앞으로는 생을 유지하기 위한 밥벌이를 수십 년간 해야 한다. 백수가 되지 않는 이상 할 일은 계속해서 있을 것이다. 막연하게 '고생 끝에 낙이 올 것'이라고 재단하지 말자. 일이 잘 풀릴 것이라는 믿음 아래 하루하루를 착실하게 보내야 할 것이다. 프로는 쉴 때도 잘 쉰다고 한다.  주기적인 일정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제 내 컨디션은 내가 관리해야 한다. 정해진 청산 주기는 없다. 학교의 요람으로부터 자꾸 벗어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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