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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모 May 21. 2024

나도 같은 것을 찍었다.

뒤늦게라도 깨달아 다행. 다양하고 많은 사진을 보아야 피할 수 있어.

서울시립미술관을 종종 찾는다. 기획 전시회를 보기 위함이다. 입장료를 받는 유료전시도 있지만 무료전시도 결코 그냥 지나칠 수준은 아니다. 2024년 7월 21일까지 [미래긍정: 노먼 포스터, 포스터 + 파트너스] 전시가 열린다. 영국 건축가인 노먼 포스터가 지키려 한 건축설계에 대한 가치관을 설명해 놓았다. 

건축 설계도와 개념도만 있다면 일반인에게는 재미없는 전시회일 거다. 하지만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건축물 모형이 다수 전시되어 있어 마치 미니어처 공원에 온 듯한 느낌이다. 건축물 모형은 설계 의뢰자에게 확실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사실 일반인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공간을 상상하기 어렵다. 이런 모형들을 통해 구체화되고 확실해진다.

현대의 대형 건축물은 실용성과 조형성이 얼마나 조화로운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그렇기에 거액 건축비가 제대로 성과를 내는지 건축 의뢰자는 궁금한 게 당연하다. 그 옛날 궁궐 같은 대형 건축물을 짓던 목수들은 어떻게 최종 의뢰자인 왕에게 설명했을까? 설명이 필요 없었을지도 모른다. 완성된 건축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악독한 왕은 그냥 목수의 목을 참수해 버리고 다시 짓게 하지 않았을까? 현대 건축가는 목숨을 걸진 않더라도 자신의 명성을 걸고(사실상 목숨과 다름없는 '생계'를 걸고) 건물을 설계하고 짓는다.


전시된 건축 모형은 건축물만 만들어 놓지 않았다. 완공된 뒤 사용할 사람들이 공간에서 어떻게 위치하고 어떻게 움직이게 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미니어처 인형을 건축모형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마치 걸어가고 있는 듯이 그리고 서로 만나 이야기하고 있는 듯한 동작을 지닌 모습이다. 건축물 크기에 비례해 인물 크기가 정해졌다. 커다란 광장 같은 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재현했고 인물 크기는 작았지만 오고 가는 동작을 표현해 놓았다. 인물 미니어처를 크게 만들어 배치한 건축 모형에는 얼굴 표정이 보일 정도로 정교한 인형을 두었다.


나는 가까이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마치 디오라마 속의 인형을 찍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몰래 사람들 사진을 찍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같은 포즈의 두 인형이 이미 다른 사진가가 촬영했던 것임을 생각나게 했다. 
이 비행기도 위 사진을 찍은 사진가가 같이 찍었음이 기억났다. 물론 사진 앵글은 다르다.

그런데 찍다 보니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이 사진을 찍고 나니 생각이 났다. 두 인물이 똑같은 포즈로 놓인 모습이 기억났다.(물론 사진 앵글은 다르다) 그러자 비행기 격납고 사진도 본 기억이 났다. 사진잡지에서 본 것인지 인터넷상에서 본 것인지 정확하진 않았지만 확실히 본 사진이었다. 구글에서 검색을 해봤지만 찾지를 못했다. 혹시 이글과 사진을 보고 아시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시길...

(이런 헛수고... 이미 촬영한 사람이 있는 사진을 찍는 일... 를 방지하려면 많은 사진을 보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아무것도 보지 않았고 내가 독창적이라고 생각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이미 같은 형식과 내용인 사진이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얼마나 허탈할지.... 결국 공부가 필요하고 그 공부가... 너무 넓은 범위이기에.... 더욱 어렵다.)


사진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현실에 있는 것을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시작된다. 특히 풍경사진 같은 경우는 빛의 조건(즉 촬영시간), 날씨 등에 변화는 있지만 같은 대상을 찍게 된다. 같은 소재라는 점에서 동어반복이 되기 쉽고 아류로 전락하기 쉽다. 이를 극복하려면 좀 더 다른 모습이 되게끔 만들던가 아니면 다른 순간을 포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화가는 같은 꽃을 그려도 확실하게 차이 나게 그릴 수 있다. 이와 달리 사진은 같은 대상을 다르게 보이도록 만들기가 쉽지 않다. 결국 소위 '메이킹 포토'라는 사진가가 설정한 환경을 촬영하는 분야도 생겼다.


노먼 포스터 전시회에 전시된 건축 모형 속 인물 인형들은 제삼자가 설정한 환경이다. 사진가 스스로 '만든 환경'은 아니지만 결국 만든 환경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번 경우를 보면서 시각 훈련을 받았거나 혹은 시각 감성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사람이 좋아하는 혹은 관심을 끄는 대상은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이미 찍혔던 대상'이라는 생각 없이 촬영했지만 결국 비슷한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으니... [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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