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모 Mar 28. 2023

나도 당신도 1원짜리, 재밌는 게임?

친구와 함께 토스 켜고 포인트 받기, 서울 시립미술관에 사람들 모인 이유

인터넷 뱅킹 앱인 '토스' 메뉴 중에 '친구와 함께 토스 켜고 포인트 받기' 메뉴가 있다.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주변에 토스 앱을 설치한 사람이 이 메뉴를 켜면  두 사람에게 포인트를 준다. 이 포인트는 현금과 같이 사용되기에 실물현금과 마찬가지다. 초기에는 10원씩 주었는데 이용자가 늘면서 비용이 급증하자 20명까지 10원씩 주다가 그다음부터는 9,8,7,6,5,4,3,2,1으로 줄어든 뒤 1원씩 주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나는 토스에 이 메뉴가 생긴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여러 가지 조항에 동의해야 하는 것이 싫어 사용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함께 토스를 켤 사람이 주변에 얼마나 있겠냐 하는 현실적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신기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토스 앱에는 만보를 걸으면서 일정한 장소에 도착하면 20원씩 주는 기능도 있다. 대개 공원이나 광고와 관련된 업체가 있는 곳이다. 사무실 주변에 공원이 몇 개 있어 점심 후 걷기를 하면서 포인트를 받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서울 시립미술관도 20원을 받는 특정 장소였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 마당에 모여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한 분에게 물었더니 토스 함께 켜서 포인트 받는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질문받은 아주머니는 친절하게(?) 내 스마트폰에서 토스 메뉴를 찾아 동의 사항을 누르고는 하는 방법을 실연해 주었다. 이때는 10원씩 줄 때여서 나도 금방 1500원 정도를 받았다. 주변에서 커피값 벌었다는 소리도 들렸다.

https://economist.co.kr/article/view/ecn202302140001

내가 매일 점심에 갈 수 있었다면 상당한 액수를 벌 수 있었다. 매일 가지는 못했지만 어느 날 가보니 포인트 받는 방식이 1원으로 줄어들었다. 때마침 간 날이 새롭게 적용된 날이었다. 사람들이 '어'하는 탄성과 함께 '와 이제 1원씩으로 변했다'며 안타까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사람들은 10원씩 받으면서도 토스가 망하는 것 아니냐면서 걱정 아닌 걱정을 하기도 했다. 1원씩 밖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참여하는 사람이 줄 것으로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기우였다.

포인트 받기가 10원에서 1원으로 줄었지만 참여 인원은 더 늘어 점심시간 서울 시립미술관 앞 마당이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시립미술관 앞마당은 더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다. 주차장 통로 옆으로 인도가 있었지만 사람이 늘면서 차량 출입 과정에 안전사고 우려가 생기자 미술관 측에서 통행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몰려 혼잡해지자 서울 시립미술관 주차장 입구 옆으로 통제선이 설치됐다.

하루 날을 잡아 12시부터 13시까지 1 시간을 머물며 액수를 확인해 봤다. 1200원 정도를 받았다. 한마디로 내가 1천 명 가까이 만난 셈이었다. 만일 10원씩 받았다면 1만 원 이상을 받았을 것이다. 그것도 매일 점심시간에...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10원씩 줄 때부터 포인트 받기를 한 사람을 만나길 바랐지만 1원씩 받을 때부터 했다는 답뿐이었다. 1원씩 받을 뿐인데 왜 이렇게 하냐고 물었다. 답은 몇 가지로 나왔다. '게임 같아 재밌다.' '점심 먹고 산책하다가 소액(몇 백 원에서 많아야 1천여 원)이지만 공돈 생기는 즐거움' '한 글자 지워진 주변 사람 이름과 함께 나오는 아이콘을 누르면 톡톡 터지는 재미' 한 마디로 재미였다.

그래서 이렇게 물어봤다. 혹시 1원짜리 동전이 바닥에 있으면 줍겠냐고? 안 줍는다고 했다. 그러면 마당에 1 천여 개 정도 바닥에 깔려 있다면 어떻겠느냐? 는 질문에도 안 줍는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허리 굽혀 줍는 수고 하기도 싫고, 그런 내 모습을 보여주기도 싫다고 했다. 설사한다 해도 바로 사용하기에는 불편하니 은행에 가서 바꾸는 일을 하기도 귀찮다고 했다. 그런데 앱에서 그냥 아이콘을 두드리면 톡톡 터지면서 바로 적립되니 쓰기도 편하다고 했다.

이런 토스 앱 기능이 진화했다. 한 번 이상 만나 1원씩 적립한 사람이라면 친구 맺기를 하겠냐는 질문이 나오게 만들었다. 눌러서 확인하지 않았지만 실수로 눌리기도 했다. 토스는 친구 맺기 한 사람과 어떤 일을 벌여 이득 보려고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사실상 생면부지인 사람인데... 다만 친구 맺기를 하면 전체 이름이 보인다고 했다. 단지 이 기능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1원짜리 아이콘으로 치환되고, 톡톡 터뜨리는 소재가 된 사이버틱한 세상이 정말로 즐거운 것인지 아닌지 아직은 모르겠다. [빈모]


===================================

덧붙임

===================================

2023년 4월 4일 점심시간에 서울시립미술관을 오랜만에 방문했다. 사람이 줄어든 느낌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1원씩 주던 보상이 200명을 넘어가자 없어졌다. 아이콘으로 뜬 주변 인물을 터뜨릴 수 만 있었다. 하기사 토스에서도 아무리 1원씩만 주더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리면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보상(?) 없는 게임이 재미없는 것은 당연하다.

================================================================================

덧붙임 2차

================================================================================

2014년 1월 현재 토사의 보상 체계가 바뀌었다. 지난해 언제부터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미 바뀐 체계다.

10원씩은 5명까지, 그 뒤 15명은 3원씩, 그 뒤 30명은 1원씩으로 변했다. 그러니까 총 50명에게만 준다.

걸음 보상도 바뀌었다. 특정 장소 5군데를 가면 20원씩 하루 5번 주던 것을 하루 1만 보를 걸어야 하는 것으로 되었다. 1만 보가 되는 과정에서 5번 보상하되 랜덤으로 최대 20원을 주며, 중간에 특정 아이콘을 주기도 한다. 이 아이콘을 일정개수 모으면 몇 가지 혜택이 있는 것으로 변경되었는데 결론은 보상을 적게 준다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마트폰 기종 변경 유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