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났을 때 으레 물어보는 질문. 고향이 어디세요? 사실 별 뜻 없이 물어봤을 테다. 꼭 지연을 따지지 않더라도, 동향이면 이야깃거리 하나는 생기니까. 아니라도 대화를 시작하기에 무난한 질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에 대답할 때면 늘 구차해진다. 태어난 건 서울, 그다음엔 부천,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수원이다. 내가 찾은 적절한 대답은, 학교를 전부 수원에서 나왔어요.
그런데 고향이 꼭 태어난 곳만은 아니다. ‘집’, ‘동네’ 하면 생각나는 곳이 곧 고향이다. 지금도 눈을 감고 집을 생각하면 수원에서 살았던 아파트가 떠오른다. 3-4라인 출입구가 떠오르고 그 앞 보도블록 색깔까지 기억난다. 그곳에 안 산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파트 단지에서부터 학교 가는 길, 가끔 자전거를 탔던 공원까지 로드뷰처럼 생생히 펼쳐진다.
한 가지 단점은 업데이트가 안 된다는 것. 재작년 여자친구와 수원에 갔었다. 내 나름의 내비를 켜고 둘러봤다. 너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산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지하철역이 생겼다면 말 다 했다. 광교는 가을마다 가는 산 이름이자 교가에나 등장했는데, 이제는 신도시의 그것이 되었다. 이제는 나와 아무 상관 없을 변화일 테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속 집과 고향이 바뀌는 것이었다. 식은땀과 눈물 그사이 어떤 것이 흐르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