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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수 Mar 15. 2021

2020년 여름

금요일, 퇴근하고 여자친구와 밥을 먹을 참이었다. 엄마께 전화가 왔다. 좀처럼 먼저 전화하는 일이 없으신 엄마. 나는 무언가를 직감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자마자 버스 시간표를 확인했다. 퇴근 복장 그대로 강남터미널로 향했다. 너무 자연스럽게 행동하여 스스로도 놀랐다. 할머니께서는 연초부터 급격한 악화로 중환자실에 계셨고, 내가 본 마지막도 그곳이었다. 마음 한편에 준비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서글펐다.


방명록을 안내했다. 속속 들어오는 화환을 정리했다. 편육, 떡 따위가 부족해지면 장부에 적고 받아왔다. 조의금 액수를 확인했다. 장례 대금을 결제했다.


싸워서 왕래가 없었던 가족이 만나 밤새 술판이 벌어졌다. 화장실에서는 금요일 밤에 임종인 덕에 주말까지 삼일장이 딱 맞는다는 말도 들려왔다. 상조회사 매니저는 말을 바꿔 돈을 더 뜯어갔다.


서글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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