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3학년 개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무렵이었다. 오랜만에 학교에서 만난 동기들과 점심을 먹기로 했다. 중앙광장에서 중국 음식 배달을 기다리다, 웬 단톡방 하나에 초대되었다. 많은 사람이 한 번에 초대된 그 방에는, 익숙하지만 족히 10년 만에 듣는 이름들이 있었다. 부고였다.
정장 한 벌 없었던 나는 대학 동기에게 서둘러 옷을 빌렸다. 학교를 마치고 곧장 수원으로 향했다. 가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 밑바탕에는 친구가 죽었을 리 없다는 게 깔려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와닿지 않았다. 그럴 수 있는 일인 것 같지가 않았다.
상주는 어릴 적 함께 놀던 친구의 동생이었다. 어리광이 심했었는데, 악수할 때 손아귀 힘이 단단했다. 애써 눈물을 참았다. 장례식장 테이블에는 장소에 맞지 않게 20대가 너무 많았다. 모두 친구이거나 적어도 얼굴을 아는 사람이었다. 알바 때문에 곧장 나와야 했던 게 아직도 미안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났다. 줄곧 같은 아파트에 살았고 같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둘도 없는 단짝은 아니었다. 졸업 후에 연락을 많이 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긴 시간을 알고 지냈다. 인연이 그렇게 빨리 끊어질 줄은 몰랐다. 한 번이라도 더 연락할 걸 그랬다는 말은 핑계고 나 마음 편하여지자는 말이다. 그저 최대한 자주 떠올리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