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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수 Mar 17. 2021

나의 집 2: 당산

7살 무렵,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잠시 살았다. 정확히 말하면 사촌 집에 얹혀살았다. 부모님께서는 수원 아파트로 이사할 전세자금을 마련하느라 맞벌이에 여념이 없으셨다. 나는 내 또래 사촌 누나와 동생과 함께 지내는 게 나쁘지 않았다.


일이 터졌다. 집 구조상 화장실이 집 밖에 있었다. 씻고 나면 화장실에서 방까지 뛰었고, 그게 또 신나는 일이었다. 작은어머니께서는 나를 수건으로 닦아주셨을 거다. 그래도 발바닥의 물기까지는 도리가 없었다. 마룻바닥에 보기 좋게 넘어졌고, 하필 왼손으로 땅을 짚었다.


놀란 작은어머니는 곧바로 나를 동네 정형외과에 데려가셨다. 팔이 부러진 것 같다며 큰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무척 아팠을 거다. 지금 똑같이 팔을 다쳐도 눈물이 찔끔 날 거고. 그런데 7살의 나는 울지 않았다. 엄마가 오시기 전까지 의연하게 있었다(고 전해진다).


왜 그랬을까, 희미한 기억을 되짚어보면, 내 인생의 좌우명인 민폐를 끼치지 말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물론 작은집도 가족이지만 엄마 아빠와는 분명 다르다. 우리 집이 아닌 곳에서 다친 것만으로도 충분히 걱정을 끼쳐드렸는데, 울고불고 하는 건 정말 아니라 생각했을 테다. 삼단논법으로 결론을 도출하면 당산은 ‘나의 집’이 아니었나보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나의 집은 꽤 중요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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