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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수 Mar 18. 2021

나의 집 3: 안암

성북구 안암동에서 4년 가까이 살았다. 여러모로 특별한 집이었다. 처음으로 혼자 살 게 되었고, 처음으로 주거비를 스스로 마련했다. 제대하여 복학하고 대학교 5학년까지 함께했다. 집을 구하고 처음으로 한 일은 알바를 구한 것이고, 마지막으로 한 일은 정규직 직장을 구한 것이다. 바로 옆 학교에서 소중한 인연이자 연인을 만났다.


안암에서의 삶이 내게 심어놓은 또 다른 하나는 동네의 개념이었다. 내가 다닌 학교 특성상 캠퍼스와 주변 상권, 원룸촌까지 대학교의 일부로 느껴졌다. 근처에 영화관이나 쇼핑몰 등 외부 사람이 모일 시설이 없다는 슬픈 이유 때문이기는 하지만. 덕분에 반경 1km 정도는 집이자 학교이자 동네처럼 돌아다녔다.


닭강정 ‘레드 컵스’, 밥집 ‘할매순대국’은 매일 가다시피 해서 사장님이 나를 잘 아셨다. 미용실 ‘비바스’에서는 인생 첫 면접을 위한 머리 손질을 했다. 책방 ‘부비프’에는 주말 오후면 슬리퍼를 끌고 가서 한참을 구경하기도 했다.


대학교 캠퍼스가 참 걷기 좋았다. 나무가 많고 건물이 통일성 있어서 흡사 테마 공원에 온 기분이었다. 조금 더 걸으면 하천이 있었는데, 아침저녁으로 조깅하기 안성맞춤이었다. 하천의 끝은 낙산 공원이었다. 시간이 조금 더 있다면 동산에 올라 전망 좋은 카페에 들렀다.


집을 고르는 기준은 여러 가지겠지만, 주변 시설에 조금 더 눈이 가게 되었다. 안암에서의 삶이 퍽 좋았기 때문이다. 지하철역과 대형마트, 학원가도 좋지만 틈만 나면 돌아다니게 되는 동네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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