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지수 Mar 19. 2021

나의 집 4: 불광

어느 낮이었다. 엄마는 내게 미션을 주었다. 할머니 댁에서 연신내역 파파이스까지 와라, 오면 햄버거를 사주겠다. 어른 걸음걸이로도 족히 20분은 걸릴 거리였다. 당시 나는 별생각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한번 지난 길은 잊지 않았기에 씩씩하게 걸어갔다. 약간은 들떠 뛰었을지도.


무사히 도착했고 약속받은 햄버거를 먹었다. 내 기억에 엄마는 아무것도 드시지 않았다. 어머니는 햄버거가 싫다고 하셨을까? 실제로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시지만, 생각건대 생각이 많으셨을 테다. 걱정과 안도, 대견 그 감정들 사이의 어떤 것. 8살 아이에게 그 긴 거리를 걸어오게 한 건 독립심을 기르게 하기 위함이셨으리라. 엄마는 생각보다 나를 보낼 준비를 생각보다 더 빨리하셨을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집 3: 안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