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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수 Mar 21. 2021

소장품 5: Matchday Programme



영국 현지 시각 2016년 2월 28일 일요일 오후 2시 5분에 열린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의 공식 프로그램 북이다. 토트넘 홋스퍼와 스완지 시티의 27라운드 경기로 토트넘 홈구장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렸다. 현재도 토트넘에서 뛰는 손흥민 선수와 당시 스완지 소속이었던 기성용 선수가 맞부딪친 코리안 더비였다.


경기장에 직관 가면 그날 경기에 나오는 선수 명단, 최근 뉴스, 구단 안팎 소식을 담은 프로그램 북을 살 수 있다. 가격은 대략 3.5파운드, 우리 돈으로 5,500원 정도다. 오로지 그날의 경기를 위해 제작되므로 이보다 더 좋은 기념품도 없다. 특히, 이 프로그램 북에는 손흥민 선수가 아시아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소식이 실렸고, 상대 팀 전력 분석란에 기성용 선수 설명이 있는 등 더욱 소장 가치가 높다.


그런데 나는 영국 여행 당시 경기가 치러진 북런던에 갈 생각이 없었다. 토트넘이나 스완지의 팬도 아니다. 물론 손흥민 선수와 기성용 선수를 응원하지만, 코리안 더비가 있는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확인했더라도 직관 1순위가 아니었다. 나의 최애팀, 리버풀의 홈구장에서 열리는 라이벌 에버튼과의 경기를 예매했었다. 그런데 리버풀이 다른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하는 바람에 일정이 연기되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영국인데. 눈물을 머금고 다른 경기로 바꿨고, 그게 이 경기였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딱 맞다. 일부러 보러 가려고 해도 일정을 맞추기 어려운 코리안 더비를 직관하는 행운을 얻었다. 경기 자체도 재밌었다. 원정팀 스완지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전에 홈팀 토트넘이 2:1로 역전승을 기록했다. 옆에서 맥주를 마시며 연신 욕을 내뱉던 현지 팬도, 내 어깨를 감싸며 환호했다. 더욱 의미 있는 건 다음에도 영국 리버풀 여행을 올 핑계를 만들었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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