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뜬금없는 이 잡지와의 인연은 2017년 부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포동과 국제시장을 구경하고도 시간이 남았다. 어딜 가나 서점을 한 번씩 검색해보는 습관은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조금만 걸으면 보수동 책방골목이었다. 주로 헌책을 취급하는 책방이 많았다. 여기저기 책을 둘러보던 나와 여자친구는 책방들의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다.
가게마다 앞쪽에 책을 쌓아놨는데, 꼭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가 있던 것이다. 자세히 보니 10년은 족히 지난 예전 책이었다. 갑자기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92년 5월호와 96년 1월호를 찾아 나섰다. 친구를 찾는 건 인간의 본능인가보다. 하지만 20년 넘는 세월을 버틴 책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KTX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말은 제주도로, 책은 서울로 간다고 했던가. 부산에서 벌인 일을 서울 청계천에서 결자해지했다. 잡지만을 전문적으로 매입하는 헌책방이 있었다. 그곳에서 여자친구와 친구인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만났다. 그보다 네 살 많은 친구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책방 사장님과 친해져서 따로 연락을 받기로 했다. 마침내 마지막 남은 호랑이가 내게 왔다.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진 않았다. 읽으려고 산 게 아니다. 진정한 친구는 옆에 있기만 해도 위로가 된다고 했다. 아마도 이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는 나의 물건 중 가장 오래된 것이며, 앞으로도 그 자리를 내어주지는 않을 테다. 이렇게 평생 친구로 가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