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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수 Mar 22. 2021

소장품 6: 내셔널 지오그래픽 1992년 5월호


다소 뜬금없는  잡지와의 인연은 2017 부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포동과 국제시장을 구경하고도 시간이 남았다. 어딜 가나 서점을  번씩 검색해보는 습관은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조금만 걸으면 보수동 책방골목이었다. 주로 헌책을 취급하는 책방이 많았다. 여기저기 책을 둘러보던 나와 여자친구는 책방들의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다.


가게마다 앞쪽에 책을 쌓아놨는데, 꼭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가 있던 것이다. 자세히 보니 10년은 족히 지난 예전 책이었다. 갑자기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92년 5월호와 96년 1월호를 찾아 나섰다. 친구를 찾는 건 인간의 본능인가보다. 하지만 20년 넘는 세월을 버틴 책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KTX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말은 제주도로, 책은 서울로 간다고 했던가. 부산에서 벌인 일을 서울 청계천에서 결자해지했다. 잡지만을 전문적으로 매입하는 헌책방이 있었다. 그곳에서 여자친구와 친구인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만났다. 그보다 네 살 많은 친구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책방 사장님과 친해져서 따로 연락을 받기로 했다. 마침내 마지막 남은 호랑이가 내게 왔다.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진 않았다. 읽으려고 산 게 아니다. 진정한 친구는 옆에 있기만 해도 위로가 된다고 했다. 아마도 이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는 나의 물건 중 가장 오래된 것이며, 앞으로도 그 자리를 내어주지는 않을 테다. 이렇게 평생 친구로 가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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