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초등학교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녔다. 덕분에 6년간 내 생활반경은 아파트 단지로 한정되었다. 집에서 초등학교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였다. 초등학생 걸음걸이로. 눈 감고도 갈 수 있다. 실제로 해봤다. 약간 실눈을 뜨면서. 학교 운동장 구석을 따라 나무와 인공 개울이 있었다. 비용 문제였는지 물이 흐르는 날은 몇 번 없었다. 그래도 주말 아침에 나와 개울을 따라 걷는 게 좋았다.
D 중학교
동(洞)이 달라지는 변화를 겪었지만, 여전히 가장 가까운 중학교였다. 학교가 컸다. 운동장은 정말 컸다. 운동장이 그렇게 컸는데도 점심시간에는 항상 만원이었다. 얼른 골대를 잡으려고 점심은 먹는 둥 마는 둥이었다. 학교 앞에는 국정원이 있었다. 그 옆에는 제법 큰 공원이었다. 그 근방을 통틀어 가장 ‘노는 땅’이 많았을 거다. 덕분에 하굣길이 걸을 만했다.
C고등학교
버스로 15분이니 여전히 가까운 편이었다. 그렇지만 주변 환경은 소도시와 대도시의 차이였다. 대학교와 대학병원, 그 앞 상권이 펼쳐진 곳이었다. 주변에 월드컵경기장과 법원, 경찰청이 있었다. 가는 길만 그랬지 막상 학교는 산꼭대기에 있었다. 정류장에 내려서 족히 10분은 걸어 올라가야 했다. 여우골이라 불리던 학교 뒷산은 원래 등산코스로 부모님과 오던 길이었다.
K 대학교
크게 4등분 되었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내가 주로 수업 듣던 인문계, 산을 따라 있던 병원과 운동장, 원룸 앞에 있던 자연계, 음주와 가무를 맡던 상권. 모두 걸을 맛이 났다. 화장실과 ATM부터 하늘이 잘 보이는 벤치, 냥냥님이 자주 출몰하시는 곳까지 속속들이 알았다. K는 학교보다는 길로써 좋아했다.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