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포토크 Jan 26. 2016

[그토록 소담한] #4

글 쓰는 것에 대하여

글 쓰기


글 쓰는 건 늘 쉽지 않다. 전문지 기자 생활 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글 쓰기 전에는 긴장한다. 그냥 쓱쓱 써지는 글이란 게 있을까. 물론 글을 쉽게, 빨리 쓰는 동료들이 있다. 자판에 손을 얹으면 그냥 글이 써진다는 친구도 있다. 그러나 난 맹세코 그들이 부러웠던 적이 없다. 글에 대한 고집 혹은 자존심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쉽게 쓰고 싶진 않아’ ‘해당 주제나 인터뷰이의 의도를 최대한 반영해야지!' 생각한다.

언젠가 소설가 김연수의 '작가 강연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는 '글이란 것은 쥐어짜듯 자신의 것을 쏟아내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소설가이기 전부터 기자로서 글을 썼고 소설을 쓰면서도 프리랜서 작가 일을 멈추지 않았던 그가 글 쓰는 것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 말을 듣는데, 순간 마음이 놓였다. 위안이 됐다. '나만 어려운 게 아니구나' '내 안의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생각과 경험이 담기는 것이 글이지'라는 공감. '글 쓰는 건 당연히 쉽지 않아'라고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지금까지 고민하고 좌절한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글 듣기

'글 쓰는 거 어려운데, 왜 안 떼려 쳐?'
'월급도 박봉이잖아.'
'그렇지. 일을 하면서 제일 아쉬운 점이기도 하지.'
'근데 글 쓰는 거 너무 좋지 않아?'
'다른 거 하고 싶은 일 있어?'


스스로 자문한다. 맞다. 글 쓰는 거 어렵지만 그래도 쓸 수밖에 없는 건, 그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월급보다 중요한 가치다. 노력만 해야 한다면 나도 벌써 글 쓰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마감이라는 시간제한이 글 쓰기를 방해했다면 진작 그만뒀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글에 집중하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자유롭다. 유일하게 세상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나만의 시간이 확보되는 순간. 그래서 자꾸 그 시간으로 들어가고 싶어 진다.

매체에 소속돼서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한쪽으로 쏠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분야의 책만 읽고 그 분야의 트렌드만 좇는다. 다른 분야의 정보와 글들에 무관심해진다. 무지해진다. 어느 날 책장을 보니 온통 전문 서적뿐, 3년 사이 읽은 소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노래는 다양한 장르 선곡이 가능한데, 왜 글은 안 될까? 멀티가 안 되는 성격 탓도 있겠지만, 이러다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 덕분에 다양한 분야의 매체에서 일했다. 하지만 끝은 비슷하다. 편향.


글 보기

글 쓰는 것이 더는 취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난 일기 쓰기를 멈췄다. 글이 직업이 되니 문장 하나도 편하게 쓸 수 없었다. 난 다른 사람들보다 글에 강박감이 있는지 모르겠다. 인정! 하지만 그 강박감이 완벽을 추구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부정! 그래서인지 그 강박감이 불편하지 않다. 견딜 만하고 즐길 만하다.

지금은 '어떻게 쓸까?'보다 '무엇을 쓸까' 고민한다. 정해진 분야, 써야만 하는 주제가 아닌, 내가 쓰고 싶은 글. 삶이 보이고 사람이 보이고 영혼이 보이는 글.


매거진의 이전글 [그토록 소담한]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