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입사 후 적응 회고
벌써 8개월 차가 되었다. 그렇게 초기에 어렵다고 느꼈던 PM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어느샌가부터 수월하게 진행하고 있다. 여전히 힘든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이전보다 수월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8개월 차의 큰 맥락 같다. 그동안의 회사에서의 가장 큰 변화로는 도메인 리드가 생긴 것(쉽게 말해 내 위에 상사가 오셨다!), UX팀에 내부에 UT 프로세스가 확립되어 언제든지 유저 피드백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여러 PM들과 협업하며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늘은 부분이 있었다.
그중 가장 크게 배운 3가지가 있는데 오랜만에 회고 겸 정리해본다.
우리 회사는 PRD 시스템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전에는 구두로만 논의해서 업무를 진행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들었을 때 이 시스템 도입이 얼마나 반갑던지. 그래서 나는 이 문서와 시스템을 잘 활용해야만 했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PRD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이전 글 참고)
내가 정확하게 PRD 리뷰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은 위에서 언급했던 리드의 조인 이후부터였는데 리드는 우리가 프로젝트를 잘 진행할 수 있도록 항상 이니셔티브 Kick-off 미팅과 PRD 리뷰 시간에 꼭 참석해주셨다. 그때마다 항상 리스크가 있는 부분들을 캐치하여 PM에게 질문하였고, 그때 제외된 유저 케이스가 있다면 꼭 검토 부탁한다고 역으로 제안을 많이 해주셨다.
마지막으로, 항상 이니셔티브 타임라인을 체크하여 내가 작업시간을 넉넉히 확보하여 UX적으로 고민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체크해주셨다.(말도 안 되는 데드라인을 발생할 경우, "디자인이 나오는 과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이 있고, 같이 만들어갈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거나 "벤치마킹 등 디자인 디시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시안 중간 리뷰 시간까지 필요해서 1주일은 타이트한데 조금 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쭤보고 싶었습니다."라는 정중하고 프로페셔널 한 문장으로 디펜스 해주시곤 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Product Designer로써 PRD에서 체크해야 할 부분들은 아래와 같다.
해당 이니셔티브에서 고려해야 할 모든 유저 케이스
각종 이해관계자와 결정된 정책
위 2가지를 고려했을 때 발생하는 리스크
해당 이니셔티브를 진행 시, 성과지표
또한 PRD의 기본적인 원칙으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보는 단 하나의 문서이기 때문에 항상 최신의 정보들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의 후 변경사항이 발생하거나 새로운 정보가 추가되었을 때 누락된 정보가 있다면 PD가 역으로 업데이트 요청을 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을 학습한 후부터는 상황 상, 미팅에 리드가 계시지 않을 때 내가 직접 질문을 하기도 하고 관련 팀과 직접 미팅을 통해 리스크를 챙기기도 하는데 어버버 거리던 나날이 지나고 약간 능수능란해진 내 모습에 스알짝 뿌듯해지고 있는 요즘이다.
내가 맡고 있는 도메인 Acquisition(유입)은 이름처럼 모든 유입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해관계자가 많고 이에 따라 미팅이 잦은 특성을 갖고 있다.
그렇다 보니 PM이 프로젝트 매니징을 담당해준다고 해도, 각자 느끼는 점과 기억해야 하는 포인트가 다 다르기 때문에 나에게 중요한 정보들은 스스로 정리해야지 누군가에게 의존하면 안 된다는 것을 더 명확하게 깨달았다.
초기에는 아이폰 메모장에 끄적이는 형태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매시간 노션에 회의록 테이블을 만들어서 회의 참가자들을 모두 태그하고 제삼자가 봐도 이해 가는 내용으로 워싱해서 배포해서 서로 얼라인하는 프레임을 구축했다.
항상 미팅 일자와 미팅 명, 참석자를 모두 태그하고 사전에 아젠다를 작성해서 미팅을 참관한다. (내가 주관하는 미팅이라면 아젠다 셋팅은 사실 기본이니 이건 빼놓고 가겠다.) 미팅이 끝날 무렵에는 각자 액션 아이템이 정리되는데 이때 작성 중인 회의록을 토대로 나의 액션 아이템이 맞는지 더블체크 후에 종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선이 우려될 때는 해당 회의록과 함께 내가 할 테스크와 데드라인을 슬랙에 공유하는 편인데 모든지 오버커뮤니케이션 하면 나쁠 건 없다 주의라서, 노션과 슬랙의 역할을 잘 분리해서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 부분 때문인지 협업하는 팀원들이 나와 일하기 수월하다며, 한 페이지에 필요한 정보들을 요약해서 전달해줘서 고맙다고 말할 때마다 너무 뿌듯하다.
현재는 회의록 템플릿을 개선하고자 하는데 조금씩 일을 진행함에 따라 현재의 회의록 템플릿에 아쉬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추후에는 최종 시안과 유저 플로우, 임팩트 등에 대한 Final까지 정리해서 누구나 해당 링크를 접속했을 때 한눈에 해당 프로젝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사소한 부분인데 실제로 팀원에게 성장했다는 피드백을 직접적으로 듣게 되어서 작성하게 되었다.
나와 UT를 자주 진행했던 UXI 팀의 앨리스가 어느 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키키가 이전에는 하나하나 발생하는 이슈에 집중하고 스트레스받는 것들이 보였는데 지금은 통합적으로 이야기하면서 그 안에서 내 입장은 이렇고, 당신의 입장은 이러이러하다,라고 차분하게 잘 전달하는 것 같아요. 많이 성장하셨구나 느껴졌어요. "
라고 해주셔서 굉장히 부끄러웠다.
많이 성장했다는 것은 진짜 좋은 부분인데 내가 이전까지는 미숙하게 감정 컨트롤하지 못하고 다급하게 내 의견을 피력했는지 돌아보게 돼서 이불 발차기 같은 느낌이랄까.
이 이야기를 해준 팀원은 내가 초기 긴급도 높은 프로젝트를 담당할 때마다 함께해준 든든한 분인데 긴급도가 높다 보니 데드라인이 촉박하고 스트레스가 높은 부분들이 많았는데 그때 힘들었지만 많이 늘었다며 토닥여주셨다. (앞으로 내 OKR은 화내지 않기...!)
연차가 쌓여가다 보니 UX 스킬은 당연하게 갖고 가되 협업 스킬을 디테일하게 쌓아갈 수 있는 환경과 몰입이 생기는 것 같다. 처음에는 이 부분이 프디로써 하는 것이 맞을까? 이건 PM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내 커리어는 잘 흘러가는 것일까?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내가 하는 롤은 항상 다양한 팀과 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문서화/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참 중요하고 내가 그 부분을 잘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UXI 팀 지니가 불안한 내 마음에 대해 "조금 더 커리어 레벨업이 되어가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시니어 디자이너가 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어떨까?"라고 던져준 질문에 답이 조금씩 생겨나가는 것 같다.
물론 대기업에 갔었다면 나는 조금 더 화면 설계에 집중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이겠지만, 회사도 나도 성장하고 있고 우리는 같이 시행착오 중이니까. 자연스러운 상황이라는 생각도 든다.
BX 팀 스쿠브가 좋은 회사는 많지만 좋은 경험을 해주는 회사는 적다고.
내가 성장한 것이 위에 처럼 많으니까 좋은 경험을 주는 회사를 다니고 있.. 는 것이라 믿고 싶다.
사실 그보다, 나는 우리 팀을 너무 애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때보다 꽤 행복하게 일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조금 더 믿고 더 달려보련다.
다음 글은 UT를 진행하며 배운 점과 1년 회고를 적어봐야지. 8개월 동안 나, 너무 수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