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강사의 오프라인 데뷔전
최근 후속강의를 준비하는 와중에 신한 커리어업 측에서 UX 직무 강사로 제안 메일이 왔다. 신한 커리어업은 대학생/신입들을 위한 실무 경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인데 이전에 영화님(@y.note)께서 이전 기수로 참여해 강의를 한 적이 있어서 어떤 곳인지 알고 있었다. 그런 곳에서 나에게 강사 제안 메일이 오다니. 막상 메일을 읽었을 당시에는 신기했으나, 처음으로 하는 오프라인 강의라 약간 당황스럽고 두려움이 올라왔다.
"내가 강사로 전향할 것도 아닌데.. 강의하지 말까?"라고 묻는 나에게 남자친구는 "너가 네 콘텐츠에서 쓸데없어 보이는, 버릴 것 같은 경험도 다 소중하다고 그냥 다 해보라고 그러더니, 왜 너가 안 지켜?"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나는 최근 업로드한 게시글에 보잘것없어 보이는 경험이라도 그 안에서 내가 배운 것, 잘한 것, 아쉬운 것들을 돌아본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날카로운 반박에 할 말을 잃었다. 그래, 이렇게까지 하기 싫은 일이라면 오히려 해야만 하는 일인 걸지도. 그렇게 주변 선배들에게 강의에 대해 몇가지 의견을 구한 후, 계약서에 싸인을 갈겼다.
다행인 것은 이미 온라인 강의에서 발표자료를 다 만들어두었어서 이 내용을 어떻게 잘 압축해서 전달할지가 관건이었는데, 이미 만들어뒀다해서 할 일이 줄은 것은 아니기에 '어떻게 해야 핵심적인 내용(액기스)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그래서 내가 가장 주요하게 생각했던 기준은 3가지가 있었다.
강의를 만들 때, 스스로 던졌던 질문
그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가?
그들의 사고를 열어줄 수 있는 내용인가?
나와 헤어지고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인가?
처음 온라인 강의를 만들 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그냥 열심히 나를 갈아서 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다 욱여넣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이 방식이 정말 비효율적이었고 오히려 딱딱해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관점을 바꿔 내가 좋았다고 느꼈던 강의들이 무엇이었나 돌아보았을 때, 위의 3가지 기준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능동적으로 강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본격적으로 강의 당일, 긴장된 상태로 입장했고 정말, 드디어! 내 강의가 시작되었다.
처음 강의를 여는 내용으로 프로덕트 디자이너에 대한 정의를 채용공고를 뜯어보며 알아본 다음, 문제해결력이 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능력들이 왜 중요한지 자세히 설명하며 기초 정보를 공유했다. 그리고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들이 이 직무를 선택한 이유이자 스스로의 커리어 방향성에 대해 돌아볼 수 있도록 실습 활동을 진행했다.
전반적으로 최대한 그들에게 현업과 취업준비생의 괴리감을 줄이는 것에 집중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너무나도 필수적인 포트폴리오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포트폴리오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현업에서 선호하는 포트폴리오란 무엇인지에 대해 공유했다. 이후 대망의 피날레, 학생들 중 지원자의 한에서 포트폴리오 발표를 진행 후, 피드백을 하면서 수강생들이 스스로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평가하고 잘못된 부분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실 처음에 포트폴리오 리뷰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반응이 꽤나 안 좋은 분위기라 당황했는데(영화님께 분명..리뷰하고 피드백 주는 세션이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어서 조금 당황했다..!) 기존에 나를 팔로워 하던 학생이 계셨는데 감사하게도 그분이 스타트라인을 끊어주셨다. 이후에는 줄줄이 소시지처럼 한두 분씩 나와 발표를 해주셔서 강의를 잘 이어나갈 수 있었다. (알라뷰, 은교님)
학생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놀랐던 건 충격적일 정도로 현업과 동떨어진 내용이 많았으며 현업에서 굉장히 꺼려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만들어진 내용이 많다는 사실이었다.(정말 다같이 오답노트 공유하나 싶을정도) 걱정되는 마음에 총 3분의 발표자분들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피드백드렸다. 그래서일까? 리뷰 세션이 끝난 후, 쉬는 시간이 되자 병아리처럼 쭈르륵 노트북 들고 나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너무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로는 현재 기업에서 뽑는 인재상을 통해 취업 트랜드를 공유하고 장기적으로 커리어를 어떻게 꾸려가야 하는지, 나는 6년간 어떤 식으로 커리어를 만들어왔는지 공유한 후, 질의응답 세션으로 마무리했다. 처음으로 오프 강의를 한지라 기념사진을 한 장 남겨달라고 요청드려 단체사진을 찍고 정말 강의가 종료되었다.
정신없이 강의가 끝난 후, 매니저님과 인사를 나누는데 알고 보니 강의 제안을 하시게 된 계기가 대표님께서 직접 나를 추천해 주셔서 제안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까지 영화님을 통해 제안이 들어온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니. 정말 나 그 자체로 인정받고 존중받는 기분이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내가 권고사직을 받고 지금까지 급하게 회사를 알아보지 않고 나의 속도를 만들어갈 수 있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나의 파란만장한 커리어 속에서 나는 어느새 누구와 어떤 일을 할지 결정할 수 있는 자유, 커리어 파워를 갖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처음으로 명확하게 나 잘하고 있구나, 느껴졌다.)
그렇게 두려웠고 회피하고 싶었던 활동을 끝내고 나니 나에게는 또 다른 성장이 있었다. 그리고 이후 강의 만족도 4.6점을 보고 뿌듯하고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당시 신한 커리어업에서 제 강의를 듣고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친구들은 이 링크를 클릭해서 무료 강의를 들어보세요. 복습하시기 수월할 거에요. 혹은 저와 영화님이 진행하고 있는 팟캐스트도 꼭 꼭 들어보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기를 응원할게요. 우리 어디선가 마주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