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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키 Apr 18. 2024

멈출 때가 느껴지는 순간

불안과 공존하며 나로 서기

감사하게도 회사 밖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런칭되었고 덕분에 급하게 회사를 찾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주어졌다. 어색한 자유 속에서 나의 커리어 5년과 더불어 내 삶을 돌아보며 몸과 마음의 건강도 함께 돌아볼 수 있었는데 덕분에 이제까지 하고 싶었지만 계속 미루었던 영어공부도 제대로 시작해 볼 수 있었다.


회사를 다니며 정말 많은 시도와 경험, 성취가 있었지만 단 2가지는 해내지 못했다. 바로 운동과 영어다. 깊숙이 디깅 해야 하는 두 가지 분야인 만큼, 깔짝깔짝 시도만 하다 퇴사하고 지금에서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미 충분히 많은 일에 너무 많은 테스크를 추가했던 탓일까. 회사 다닐 때보다 더 크고 작은 번아웃을 마주하게 되었다. 몸이 망가져 머리는 팽팽 굴러가서 당장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한, 그러나 침대에 드러누워있던 날, 처음에는 빨리 나아서 일을 하고 싶었고 3-4일이 흐르니 ‘아 그만 아프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이 되어도 낫지 않으니 ‘이제 다시는 이런 패턴으로 일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직장인으로서의 나는 회사의 존패가 달려있고 내가 담당한 업무이니 책임감으로 인한 과로와 번아웃이 나름 타당해 보였다. 그런데 회사 밖의 나는 내 일을 하는데도 몸이 아프다니.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번아웃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는 질문과 함께 처음으로 번아웃과 마주하게 되었다.


우선 내가 아는 최고의 방법들을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다. 명상 워크샵도 듣고 아침 명상과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PT를 끊고 주 2회 개인 운동을 하며 건강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문득문득 올라오는 불안과 우울함이 나를 괴롭혔다. ‘아니, 운동도 하고 명상도 하는데 이번엔 또 왜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건강에 좋다는 거 다 하고 있는데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나는 남자친구에게 호소하고 친구에게 호소했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나 도드라지는 문제 중 하나는 관계에 의존하는 내 삶이 굉장히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건 결코 건강한 방법이 아니었다. 게다가 부정적인 의식의 흐름을 토로한다고 해서 내 감정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었다.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러다 문득 퇴근 후, 집에 걸어가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불안을 없애버리고 떼버릴 생각만 했지. 한 번도 공존할 생각을 안 했네?' 당연히 불안이 나에게 악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정말 객관적으로 본다면 정말 그럴까? 그렇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커리어를 쌓고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 중 하나는 바로 나의 불안이었다. 적정선의 불안은 나를 더 성장하게 만들고 성취를 이루게 하여 내가 원하는 목표를 달릴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성장해 왔다. 불안은 내 적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불안과 계속 함께해야 하는 동료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시에 ‘불안’에 대해 파보기로 했다.




나의 불안은 무엇일까 돌아보니 크게 3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로 지금 만들고 있는 새로운 강의를 런칭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애초에 창업을 하러 나온 것도 아니었고 타의적인 퇴사였기 때문에 그다음의 스텝이 보이지 않는 것이 불안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 스스로도 커리어 방향성에 대해서도 모르겠고 찾아가는 중인데 이런 내가 커리어 관련 코칭을 하는 것이 맞을까?' 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코치로써 적합한 사람인지에 대한 스스로 의구심이 들었다.


두 번째, 나는 생각보다 나를 잘 몰랐다. 나를 알아야 내가 살아가는 방향성을 아는데 정작 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해서 성과를 내는 것을 좋아하고 돈을 좋아하고. 이런 외부적인 요건들에 대해서는 굉장히 많이 생각하고 아는데 예를 들어, 나는 왜 자꾸 일을 미루지? 나는 왜 거절을 하기 힘들어하지? 나는 왜 무리해서 일을 많이 하지? 나는 왜 모든 것을 다 잘하고 싶어 하고 짊어지려고 하지? 왜 내려놓지 않지? 나는 왜 멈추지 않고 계속 일을 추가하지? 나는 돈을 많이 벌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거지? 같은 질문들에 명확히 답을 할 수 없었다. 


즉, 가장 중요한 질문에는 스스로 답변을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런 회고 없이는 회사 안이든 밖이든, 타인에게 끌려가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런 고민들은 다른 이들과의 대화에서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링크드인을 통해 만난 ex-구글러 민지 님과의 커피챗에서 유난히 그 지점을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나는 계속 민지님께 커리어에 대한 질문을 하는데 민지님은 계속 결국 “스스로 어떻게 살고 싶느냐에 따라 달려있어요.”로 답변을 주셨다.


처음에는 ‘아니, 커리어 질문인데 왜 자꾸 뭐로 하든 그 답으로 가는 거지?’ 하는 생각에 약간 당황했지만 바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게 되었다. 빠른 시간 내로 깨달을 수 있었다.

민지님의 대답과 내가 수강생분들을 만날 때 하는 대답이 일치한다는 것을.

나 또한 내 안의 답을 무시한 체, 누군가 정해주는 답을 향해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끄러운 약한 내 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오히려 민지님은 이렇게 회사 밖에서 강의와 코칭을 하는 내 모습이 대단하다고 나의 스타트업 경험들에 대해 위기관리 능력과 감지 능력이 굉장히 대단하시다고 칭찬해 주셨다. 그렇구나, 나는 또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경험을 가진 사람에게 부러움을 느끼고 내가 가진 강점은 또 덮어 두는구나.

나의 강점은 보지 않고 나의 부족한 점만을 찾는다. 나는 나를 존귀하게 대해주지 않고 있었다.

민지님과의 미팅 후, 남자친구와 함께 한강을 걸었다. 노을이 진짜 이뻤다!

민지님과의 대화 후, 잠시 생각에 잠겼다.


누구보다 자유롭고 주도적이고 싶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의 답에 맡기려 하지 말자.

현혹되지 말자.

나는 나이다.

나에 대한 질문의 답은 그 누구도 해줄 수 없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이 글을 쓰고 있던 순간, 날이 좋았던 일요일 오후

그리고 세 번째 이유, 지금의 나를 뚜렷하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곧 멈춰야 할 때임을 깨달았다. 멈추지 않고 내려놓지 않으면 돌아볼 수 없으니까.


멈춰야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내 경험들을 회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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