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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앨런 Nov 27. 2022

기자들이 문제다

혐오의 세상을 만드는 글쟁이들

'무소식이 약'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스마트폰으로 지구 반대편 쓸데없는 소식까지 알게 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오늘 네이버에는 우리나라와 전혀 상관없는 브라질 에어비앤비 몰카 뉴스가 상단에 올라와있다. 이게 언론사인지 디시인사이드인지.


오늘날 혼잡해진 인터넷의 근원에는 '기자'가 있다. 각종 커뮤니티의 글과 셀럽들의 인스타그램을 가져다 기사 쓰는 세상인 만큼 기자는 돈 벌기 쉬운 직업으로 꼽힌다. 놀랍게도 기자는 언론사별 자체 규정으로 뽑기 때문에, 공식적인 선정기준이 없다. 이에 역량이 부족하지만 부모님, 선배백으로 기자가 되는 사람이 꽤나 많다.


현장을 뛰어다니는 옛날 기자들과 달리, 요즘에는 인터넷 떠돌다가 적당히 문제 될만한 게시글을 그대로 기사화시키는 게 주요 업무다. 인턴기자, 객원기자 등으로 둔갑한 이들은 연예인 인스타로는 하루에 할당 기사량이 채워지지 않아 bj, 스트리머, 인플루언서까지 가리지 않고 글을 실어 나른다. 조회수만큼 월급이 느는 기이한 구조 때문에 자극적이고 어이없는 기사가 쏟아진다.


마우스로 긁어다 붙이기만 하고 팩트체크조차 하지 않는 기사가 쏟아지니 ‘삼인성호’ 말처럼 잘못된 정보는 곧 사실처럼 믿어진다. 그러다 보니 없던 문제도 생기고, 자연스럽게 혐오가 끓어오르는 세상이다.


손쉽게 일하는 만큼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없으면 모를까, 이들은 특이할 정도로 뒤틀린 사명감을 갖고 있다. 우라까이, 마와리 등 각종 외래어를 동원해 타업종은 알아듣지 못하게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드는 삐뚤어진 멋을 지녔다. 이들이 유일하게 만들지 않은 단어가 있다면 '기사를 돈으로 바꿔먹는 행위'다. 돈을 받고 글을 쓰는 걸 들키고 싶지 않은 기자들에게 광고는 금단의 영역과 같으니.


초년생 기자들은 자신이 쓴 글이 광고와 뒤바뀐 걸 알면 데스크와 싸우고, 이걸 자랑처럼 여기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체계를 느끼면서 엿 바꿔 먹는 행위가 불가피하단 걸 알게 된다. 못 참는 기자들은 업계를 떠나고, 아닌 사람들은 남아 묵인하면서 펜을 잡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대놓고 광고를 요구하는 기자가 된다. 엿장수(기사를 광고로 바꾸는 행위)만 남은 언론사는 점점 광고판으로 변질해가고, 기사 조회수만큼 돈을 받는 구조로 인해 더 자극적인 기사만 올라온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그런 언론사의 기사를 읽으며 지내고 있다.


최근 트위터 관련 오보를 낸 CNBC 기자(팩트 체크하지 않고 트위터 해고자 기사를 작성함)가 자신의 트위터에 낸 사과문을 보며 대단하다 생각했다. 오보를 냈으니 당연한 일이기는 하지만, 콧대 높은 우리나라 언론사에게는 기대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기자들도 일정 자격을 갖춰야 할 수 있는 ‘시험제도의’ 필요성을 매일매일 느끼며, 우리나라 언론이 제발 언론다워지기를 항상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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