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010년 30대와 다른 '2020년 버전 30대'
옛날 30대는 왕어른이었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삶을 살고 조금이라도 특별하게 살면 안됐던 그때 대한민국에서 평균적인 30대는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았어야 했습니다. 2000년초, 초등학생 시점으로 바라본 30대는 어른의 경계선을 확실히 건넜던 대상이었습니다. 얼굴에 근엄한 느낌까지 서려있어 자연스럽게 어른으로 대우해야 했던 때와 달리 요즘 30대는 진짜 개초딩입니다.
어려운 주변 환경으로 인해 절반이 결혼도 안하고 출산도 안하는 이들은 ‘자기 자신’이 제일 중요합니다. 학창시절과 달리 돈을 버는 직장인으로서 나에게 투자할 수 있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넘칩니다. 여유는 좋아하는 각자의 취미생활에 계속 파고들게 만들고 이는 훌륭한 삶의 원동력이 되어 줍니다. 또 SNS를 통해 다른 사람과 달리 특별하게 보이고 싶어합니다. 매일 도파민을 찾는 이들은 항상 새로운 것과 언제나 재밌는 것을 발견해냅니다. 이러한 요즘 30대의 특징은 이들이 도태될 수 없게 만듭니다.
요즘 30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해본 특별한 세대이기도 한데요. 다이어리와 노트에 직접 필기해가며 공부하거나 추억을 기록하는 느낌을 알고, 디지털기기를 통해 편리하고 빠르게 저장하는 장점을 모두 아는 것이죠. 그러니 아날로그의 감성과 디지털기기의 편리함 중에 취사선택할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1세대 핸드폰, 컴퓨터부터 지금의 아이폰, 맥북까지 써봤으니 기기들에 대한 숙련도도 자연스레 높습니다. 그러니 아날로그가 메인이었던 부모님 세대뿐 아니라 10대, 20대와도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요즘 입사한 친구들은 초창기 디지털시대의 혁신이라고 꼽히던 PMP를 써 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여기서부터 30대인 저와도 벽이 느껴지더군요. 부모님 세대와는 얼마나 큰 벽이 있을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또 이들은 뛰어난 스마트폰 숙련자입니다. 스마트폰이 첫 출시된 시점에 인생에서 가장 재밌는 시기인 20대였던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편리하게 사는 법을 체득했습니다. 어디를 가야할지 막막했던 이전 시대와 달리 네이버 지도를 통해 맛집과 관광명소를 찾고, 심지어 구글맵을 통해 해외에서도 현지 핫플을 찾아가죠. 더 나아가 챗GPT를 활용해 전체적인 여행일정을 짠다고 하네요. 삶의 동반자격인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 모든 정보를 다 볼 수 있는 셈입니다. 아래로는 10대들 사이서 유행하는 밈까지 알고 있고 위로는 부모님을 위해 임영웅 콘서트 티케팅까지 하고 있으니 모두의 관심사를 알 수 있는 것이죠.
요즘 30대는 인터넷 문화를 이끄는 주류세대이기도 합니다. 세이클럽 등 인터넷 문화가 형성되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모든 발전과정을 봐 온 이들은 학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인터넷 예절을 경험하면서 배웠는데요. 무엇이 인기를 끌고, 어떤 선을 넘으면 안 되는지 어릴 때부터 모두가 직접 겪어보며 체득한 것입니다. 또 이들의 많은 숫자도 주류세대가 되는 주요원인 중 하나입니다. 인터넷 문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2000년대 초에 이들은 '초글링(초딩+저글링)'이라는 특별한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낳은 자녀들이니 숫자가 너무 많아 오죽하면 초글링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을까요. 숫자도 많으니 이들의 공감대가 곧 인터넷 주류문화가 되는 셈이죠. 인터넷도 가장 잘 활용하고, 숫자도 많은 이들이다보니 요즘 30대의 의견이 인터넷에서 여론이 되는 걸 자주 발견하곤 합니다.
30대가 도태되지 않는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지금 생각나는 걸 적어봤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도 운동하러 가는 평범한 요즘 30대인 저는 또 밥을 챙겨먹고 나가보려 합니다. (갔다와서는 또 유튜브를 보고, 게임하고, 책을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