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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들 seondeul Mar 07. 2023

드디어 습관이 된 새해목표

영어 원서 읽기; 공부법과 책 추천


1월과 2월에, 25일만에 읽은 세 권의 영어 책, 마틸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비밀의 방.


마틸다는 11일 동안, 마법사의 돌은 6일 동안, 비밀의 방은 9일동안 읽었다. 영어로 쓰인 책 읽기에 이런 식으로 성공한 건 처음이다. 그 여정을 담았다. 아마 도움은 안 될지도... 그러나 헤쳐나감이 흥미로울지도...



영어 공부를 시작할 마음이 든건...
영어 책을 읽게 된건...
11일동안 마틸다 읽기
15일동안 마법사의 돌과 비밀의 방 읽기
앞으로는...






영어 공부를 시작할 마음이 든건...

원서, 영어노트, 다이어리, 아이패드, 커버를 씌운 한국어판, 일기장

수능이 끝난 이후부터 십여년간 나의 오랜 목표는 영어공부였다. 그때 영어 공부를 해야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한 조언이 희미해질만한 세월이다. 영어를 쓸 일이 없어 한국말에 착 눌어붙은 시간들. 새해에 이루고 싶은 것에는 매년 영어공부가 적혔다. 당연히 실행하지 않았다.


나의 영어 리즈 시절은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하는 영어 학원을 다녔던 중학생 때. 영어 실력은 여러모로 지금보다 좀 나았을지도 모른다. 매일 영어로 수업을 하다보니 꿈도 영어로 꿨었다. 억지로 억지로 외워 그때 쌓은 실력으로, 수능까지 짜내 돌려막았다. 그 이후로 먼지가 쌓여 거의 모든 걸 잊었다. 들인 돈과 시간이 무색하게, 여행을 갔을 때 부당한 상황에서 갑자기 유창해지거나 간단한 주문 정도 가능한 수준이다.


최근 다녀온 여행에서 영어를 잘 하는 친구가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러 오는 초등학생 친구가 화상 영어를 재밌게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서 가지고만 있었던 계획을 실행시켜보기로 결심했다. 나도 도전! 목표는 유창한 영어 말하기. 언젠가 외국에서 살거나 일하게 된다면, 혹은 한국에 있더라도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시작일테다.






영어 책을 읽게 된건...

친구가 소개해준 화상영어를 등록했는데, 막상 말하려니 손이 촉촉해질 정도로 매우 떨렸다. 미리 스크립트도 써보고, 갑자기 유튜브도 찾아봤다. 전화영어 하다가 전화 공포증 생겼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일을 오후에 시작하는데, 점심시간 뒤에 붙여 화상 영어를 신청했다. 오전엔 수영하고 요가하고 출근하면, 영어뿐 아니라 하루 종일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입을 떼어 게다가 영어로 말하려니 소름돋게 어색했다. 평소 전화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말하기 전에 뇌와 입을 풀 용도로 1월 2일, 새해맞이 책 쇼핑에 영어책을 끼워넣게 된다. 말하기를 보충하기 위해, 말하기/듣기/쓰기/읽기 중 가장 좋아하는 읽기를 고른 셈이다. 무엇보다 모든 '읽기'는 혼자 할 수 있다, 최고야.






11일동안 마틸다 읽기

점심을 평소보다 이르게 먹고 화상영어 수업 전, 영어 책을 읽는 시간을 빼놓는다. 처음 고른 책은 마틸다. 알라딘 영어책 코너의 인기 책이었다. 마침 한국어판도 가지고 있고, 쉬운 내용인 걸 알고 있었다. 어릴 적 시공주니어 광인이라 도서관에 있는 모든 시공주니어 시리즈를 독파한 적도 있는데, 마틸다는 시공주니어 레벨3의 책이다. 초등학교 5학년 이상이면 읽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내용도 쉽고 재미있는 데다가, 오디오북이나 영화, 유튜브 등 풍부한 보조자료가 있다. 초보들은 이렇게 다채로운 접근이 있는 책을 선택하는 편이 좋겠다.




한국어는 워낙 속독하는 편이라(유행하는 속독학원을 친구 따라 가봤다가 거기서 원하는 속독이 너무 느려서 그만둠) 한국어판을 먼저 빠르게 읽고, 그 다음에 영어로 읽었다. 방금 한국어로 이해한 내용이라 머릿 속에 틀이 있는 상태여서 이해에 수월하다. 목차별로 나눠 하루에 달성한 만큼 체크하였는데, 얼마나 왔는지 파악하기도 좋고 성취감이 있었다. 한 챕터씩 번갈아가며 읽다가 나중엔 두개씩, 세개씩 묶어 읽었다.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 혹은 좋아하는 구절을 밑줄 치며 읽는다. 이해가 잘 되지 않을 때는 소리내어 말해본다. 평소에 책에 밑줄과 글씨를 많이 치는 편이라 괜찮았지만, 밑줄을 팍팍 치기에 부담스럽다면 페이퍼북을 추천한다. 매우 싸고 막 색칠해도 마음이 덜 아프다. 표시해놓은 부분은 하루 읽은 분량에 따라 노트에 옮긴다.



회화에 쓰일만한 구절이나 그냥 좋았던 부분도 옮겨적는다

한국어판 마틸다나 네이버 영어사전을 참고해서 뜻을 적어두었다. 파파고는 추천하지 않는 이유가 동의어 유의어를 찾기 힘들어, 문맥에 맞는 뜻을 찾기 어렵다. 한국어판을 참고하여 해석한 이유는 주변의 문장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파악하게 되고, 문장 구조를 바꾸거나 끊어서 번역한 부분도 참고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원서를 읽다보니 마틸다에 숨겨진 수많은 언어유희와 리듬감이 느껴졌다. 번역본에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넷플 영화에는 영혼을 갈아 번역했다던데!) 매우매우 귀찮은, 옮겨적고 모르는 단어 찾기 과정을 거쳐야 다음 이야기 이해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11일 동안 21챕터의 책 한 권이 끝났다.




마틸다를 영어로 읽은 소감






15일동안 마법사의 돌과 비밀의 방 읽기

그 다음은 해리포터를 시작했는데, 나의 읽기 생활에 있어 해리포터는 쌀밥과도 같은 존재이다. 항상 읽고 있으며, 오랫동안, 엄청 여러 번, 읽어왔다. 마법사의 돌은 특히 오십번은 봤을까? 세어보지 않아 모르겠다. 영어 책으로 해리포터를 읽는 요즘에 부제를 붙일 수 있다면 여기까지 온 오덕...이라고 쓰겠다. 당연하지만 좋아하는 책을 원서로 보길 추천한다. 문장의 맛을 느끼고 오히려 한국어의 질감을 사랑하게 된다.





마법사의 돌은 문장을 약간 외우는 지경이라 한국어판을 따로 먼저 보지 않았다. 소장하고 있는 건 소중한 구판 전집, 짐케이의 일러스트판은 불의 잔까지. 미나리마 영국어판을 이번 기회에 장만했다. 오히려 좋아! 미나리아판은 그냥 소장용으로도 매우! 짐케이 버전보다 더 추천한다. 팝업이나 움직이고 돌릴 수 있는 그림들이 혜자롭게 들어있다. 작업하며 행복했을 것 같다, 제발 다음판도 내주세요! 일러스트와 함께 읽으니 지루함도 덜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책에 밑줄을 치는 게 살짝 고통스러웠다.  




원서를 읽기 전에 <해리포터를 영어로 읽어주는 책>이라는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다. 이걸로 먼저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꼭 영어공부 뿐 아니라 해리포터 관련 서적을 모으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목차만 봐도 알찬 구성이다. 아쉬운 점은 불의 잔까지의 내용으로 출판되었는데 도움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걸 먼저 공부하고 원서를 읽어 단어 이해가 수월했다.




마틸다를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챕터별로 나누고, 모르는 단어, 좋아하는 구절을 밑줄을 치며 읽은 후에 노트에 옮겨적고, 한국어판과 사전으로 뜻을 찾았다. 때마다 다르지만 옮긴 내용은 한 챕터당 두세페이지 정도 나왔다. 읽다가 집중이 되지 않을 때는 대화체만 소리내어 읽었고, 나는 화상영어 전에 입을 푸는 용도였기에 훨씬 도움이 되었다.




읽다보면 머리 속에서 번역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수영처럼 한 번 물살을 타면, 그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밑줄을 쳐두고 넘어갔다가 문장 내에서 단어의 역할을 파악하는 편이 낫다. 정확한 그 단어를 외우는 것이 목표가 아니기에 뉘앙스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몇 개는 저절로 입에 붙는다. 예시) cauldron은 냄비다. enchantment는 마법에 걸렸단 뜻이고, expel은 퇴학이다. 오천번 반복해서 나오기에 알아서 소화가 된다.




이렇게 17개의 챕터가 있는 마법사의 돌을 6일만에, 18개의 챕터가 있는 비밀의 방을 9일만에 읽었다.





앞으로는...

나중에는 정리해둔 노트를 한 번 읽고, 그 파트에 해당하는 원서를 읽으면 밑줄이 읽히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요약해둔 노트가 일종의 단권화 역할을 해줄테다.


미나리마편이 비밀의 방까지밖에 없어 페이퍼북을 따로 구매했다. 영국판 페이퍼북 전집으로 선택한 목적은 다 스프링 제본을 할 예정이기 때문이었는데, 막상 보니 책등이 매우 영롱하여 그냥 보기로 했다.




지금은 아즈카반과 더불어 역시나 여러 번 읽은 헝거게임, 랩걸도 함께 보고 있다. 랩 걸은 매우 사랑하는 에세이라 도전했는데 과학 책이라 어려운 용어가 자주 등장해 난이도가 있다. 보통 책 한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10개 정도면 자신의 난이도라고 한다. 읽어보니 맞는 말이다. 그걸 넘어가니 이해가 어려웠다.




새해 목표

해리포터를 여러모로 추천하는 이유는, 같이 읽자는 뜻도 있고! 애초에 어린이 책이기 때문이다. 꼭 한국어 판 책을 파먹은 나같은 사람이 아니어도 충분히 접근 가능한 난이도다. 영화를 본 적이 있다면 그 대사와 장면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어요... 코피흘리고 밤새며 본 내용인데도... 썩을만큼 본 어른인데도 또 재밌어요... 영어로 봐도 재밌네요, 흥미 보장! 다음 내용이 궁금하여 포기하기 어려워진다. 올해 안에 모든 시리즈를 끝내는 것이 목표다. 좋아하는 내용을 좀 더 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어 기쁘다.




더불어 바다의 선물, 명랑한 은둔자, 더 로스트 키친이나 헤세, 리베카 솔닛의 책같은 비문학들도 도전해보고 싶고, 실력이 쌓인다면! 앤, 나니아, 비밀의 정원과 같은 소설들도 영어로 읽어보고 싶다. (구매하려고 이것저것 찾아보니 에세이는 생각보다 원서를 잘 팔지 않는다. 당황스럽구만. 직구해야하나...) 다시 읽을 게 다채로우니 설레는 마음이다.




마틸다의 노래와 같은 문장들, 해리포터의 아라고그ARAGOG가 거미의 다리처럼 대칭무늬라는 것은 영어로 읽지 않았다면 평생 눈치채지 못했을 것들이다. 새로운 언어로 나의 세계가 넓어짐이 체감된다. 지금의 영어 실력은 겨우 물에 뜨는 수준이지만, 힘차게 물을 밀어 나아가는 접영이 찾아온 것 처럼, 어느날 그저 읽히길 바라며 한 글자씩 눈으로 미끄러질 뿐이다. 나의 읽기 취미에 심어나갈 것이 많은 새로운 땅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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