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외길인생 축 클래식 입덕
<케이팝 외길인생 축 클래식 입덕>
2. 실물 영접
다소 늦은 뮌헨필과 임윤찬 세종 후기
중고등학교 땐 빅뱅, 어른이 되어선 방탄을 메인으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소화한 케이팝 러버 1인으로서, 나의 자랑거리는 바로 티켓팅 실력. 가고 싶은 건 내 손으로 잡아 다 갔다. 지인들을 도와주기도 할 정도. (하지만 내 수강신청은 체스판) 드디어 실제 연주를 듣는 건가 하며 티켓팅날짜를 기다리다가 코로롱 동안 녹슨 실력 발휘해 겨우겨우 세종 2층 하나를 잡았다. 나 아직 살아있네! (워낙 살아 있음)
케이팝 콘서트와 다른 점
케이팝 콘서트와 달리 공연 시작 20분 전에 도착했다. 말이 돼? 거의 청주공항 국제선 출입국 속도 느낌. 3000석이었나. 케이팝에서 이 정도면 계 탔다. 애들 얼굴 다 보였던 부스터(전설의 방탄소년단 부산 팬미팅)도 이것보단 많았다고. 더 풀어달라고요! 케이팝처럼 4일 연속해주세요. 로비는 매년 가는 해리포터 콘서트로 매우 익숙했다. 뭐 꾸민 것도 해리포터보다 없고 생각보다 남녀노소가 관객으로 온 느낌. 한국의 클래식 관객이 매우 어린 편이라 해외 관계자들이 놀란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굿즈도 없다. 있는 건 프로그램 북? 뭐라도 사게 해줘요. 다들 줄 서길래 나도 서서 망원경을 빌려봤다. 2층이라 소리만 듣자는 마음으로 갔는데, 고척과 잠실에 익숙해진 마음은 생눈으로 얼굴이 보인단 사실에 감사했다. 핸드볼 시야정도. 하지만 극싸는 항상 단점. 실연을 보러 가면 그 기절이라는 왼손 연주를 꼭 보라고 했는데, 오른쪽이어서 얼굴만 움직이는 홀로그램 같았고요, 반대쪽에서 본 사람은 바쁜 손만 보였겠죠? 대형 전광판 틀어주세요.
아직 공연장 홀의 음향 차이까지는 구분은 못하지만. 여기가 그렇게 구리다면서요..? 4층이면 돌림노래로 들리는 케이팝계의 고척 같은 건가.
자꾸 자는 옆자리 친구를 깨우고 싶었다. 애기야 일어나 봐... 지금 이모는 손에 땀나.. 정신없이 지나간 1부를 마치고. 2부의 마무리까지 잘 보았다. 정명훈 지휘자와 임윤찬은 선생님과 제자 같은 느낌, 김성근과 교원이랄까... (교원아 잘 해보걸아. 원픽들은 떠나가야 기뻐요... 핸인..핸수..)
사랑의 꿈을 사랑
https://www.youtube.com/watch?v=RJeGcWZ-K5Q
피아니스트들에게 앙코르는 앵커들의 마무리멘트처럼 본인의 고유 권한이라고 한다. 케이팝 콘서트도 반짝이 옷 벗고 청바지에 흰 티로 불러주는 막곡이 찐이잖아요? 앙코르 스포 없이 갔는데, 거기에서 사랑의 꿈을 처음 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임윤찬의 연주 곡이 되었다. 너무 황홀했고, 꿈처럼 느껴진다. 사랑의 꿈에 대해서는 다른 글로 따로 다뤄보고 싶다.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할 말이 너무 많아요.
지금부터 피아노 연습하면 50살에는 칠 수 있을까요? 엉엉 케이팝 보면서는 한 번도 춤추거나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 한 적 없었는데, 악보의 콩나물도 못 읽으며 언젠가 치면 좋겠다 싶은 곡만 늘어간다. 언젠간 실행할 것!
보통 케이팝 콘서트는 3시간 넘게 (나도 같이) 춤추고 노래하고, 멘트도 쳤다가 눈물도 좀 흘리고 뛰어다니고 끝나면 땀에 절어 집에 오면 뻗어야 하는 게 루틴. 근데 공연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 너무 뽀송하잖아? 그리고 너무 빨리 끝나서 신기했다. 이렇게요? 진짜 가요? 아쉬워, 근데 좋아. 다른 깊이의 맛이다. 케이팝 콘서트가 하이디라오면 여긴 원두 볶아파는 드립 커피 전문점. 둘 다 좋다. 매운 거 먹고 커피로 지져. 그게 한국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