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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들 seondeul Dec 11. 2024

키신: 호텔 레스토랑 총괄 셰프

클래식 다이빙2 _키신 피아노 리사이틀 후기

클래식 다이빙

1. 사계 탐구 _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예습

2. 여러 피아니스트들의 사계 _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예습

3. 사랑의 꿈을 사랑 _임윤찬 피아노 리사이틀 후기 / 서울 예술의 전당 2024.6.22.     


클래식 다이빙2

1. 손열음: 음표 탕후루

2. 루간스키: 공무원 앙버터

3. 키신: 호텔 레스토랑 총괄 셰프


축 클래식 입덕 카테고리에서 이전 글들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클래식에 흠뻑 빠져 지낸 올 한 해! 

클래식에 입덕하게 된 계기부터 공부했던 음악들, 좋았던 음악들에 대한 감상을 모아 13개의 글을 남겼다. 작년 뮌헨필과 임윤찬의 협연을 본 후기, 6월에 보았던 임윤찬의 리사이틀에 대한 후기도 담겨있다. 그 이후, 계촌 음악축제에서 본 김선욱, 조성진의 공연과 더불어 총 3개의 리사이틀을 더 관람하였다. 손열음, 루간스키, 키신 세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듣고 온 소감을 총 3편에 걸쳐, 한 해의 마무리로 남겨본다.   




키신: 호텔 레스토랑 총괄 셰프


https://www.youtube.com/watch?v=XU1kOOunlRk

베이비 키신!

카라얀과 함께한 앨범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키신. 내한 소식을 듣고 가볍게 도전해본 티켓팅에서 성공하여 리사이틀을 가게 되었다.           


프로그램북에서 말하길 키신은 변화하지만 전혀 변화지 않은 피아니스트. 2살 때 시작해서, 영재로 여겨지던 10살 시절을 지나 50이 넘은 지금까지 꾸준히 연주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 보고 아빠가 돈 많이 벌어서 더 가까이 가란다

쇼팽의 에튀드를 연주하는 영상을 보았는데 레코딩에서는 다소 과하다고 느껴져서 개인적인 취향이 아니였으나, 실제로 들으니 깨끗한 터치가 강약 조절이 완벽하게 되는 소리와 어우러져서 맞는 옷처럼 느껴졌다. 마치 화보집의 사진과 전시장에 걸린 그림의 차이가 크게 다가오는 화가가 있듯이, 소리의 크기 변화가 덜 전달되는 레코딩에 비해 실연은 전혀 과하게 들리지 않았다. 워낙 힘이 좋은 듯하다. (쇼팽 환상곡의 글리산도도 힘으로 친다, 와우 가능한 것이였구나)          


원래 생각하던 키신의 이미지는 통밀빵 파는 빵집의 파티셰. 주말에 마을에 파티 있어서 주문이 들어오면 삼단 케이크 엄청 큰 거 만들고 뿌듯해하심(그다지 세련되진x 엄청 크고 나눠먹기 가능)이였는데 실제로 들으니 호텔 레스토랑 총괄 셰프에 가까웠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7번, 쇼팽의 녹턴과 환상곡, 브람스의 발라드,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2번을 연주했다. 쇼팽보다는 베토벤이 더 어울렸다. 쇼팽은 아까 그 빵집 아저씨가 갑자기 아이싱 쿠키 굽는 낌. 베토벤은 예습 때 듣던 부분과 다르게 실제로 들으니 좋아하는 부분이 생겼다. 솔직히 브람스는 졸렸어요, 딴 생각함 죄송합니다 선생님. 프로코피예프를 위한 힘아낌이였다고 여겨졌다. 바로 차력쇼 오픈.      


프로코피예프는 피아니스트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하는데 예습 때는 난해하게 느껴졌다. 루간스키의 바그너처럼 포기하고 떠먹여주세요 하며 갔는데 좋았다. 조각보처럼 뜯어서 펼쳐주니 큰 화해! 


왜인지 1악장부터 호그와트가 떠올랐는데 성의 전경이 보이고, 2악장에서는 1학년 삼총사의 모험, 3악장은 소망의 거울이나 트리위저드 미로, 4악장은 마법부 복도를 뛰는 기사단을 상상하며 들었다. 좋아하는 것과 연결 지어 생각하니 이해가 다채로워졌다. 


모든 곡이 그렇지만 특히 2악장과 4악장은 손을 6개쯤 복제해야 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악보를 상상하고 싶지 않아요... 키신 버전의 전람회의 그림이 있다면 들어봐겠다고 생각했다.     

 

chopin mazurka, op.67, no.4
prokofiev, march from the love for three oranges
brahms, waltz in a flat major, op.39, no.15


앵콜 때는 짧은 세 곡을 연주했다. 방금까지 철판 마라 볶음 주다가 바로 버터 감바스 줬다. 그러다가 다시 볶아짐.  


생각보다 날렵하심...

키신의 공연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리사이틀보다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보고싶다. 이정도 파워라면 오케스트라 다 잡아 먹을 것 같다. 소형차, 승용차 절대 아니고, 산에 있는 절의 스님들이 타고 다니는 사륜구동 suv에 가깝다.      


피아노는 타악기가 맞아요... 터치 또한 차력쇼가 어울린다. 손가락으로 그랜드 피아노를 끌 수 있을 것 같다. 한음 한음 예쁘게 돌봐주는 연주자가 아니라, 모든 음표들을 자루에 넣어서 다 데리고 뛰는 느낌이다. 근데 그게 정확하게 배달 되는.


피아노 선생님이 매번 멜로디가 들리게! (나와 같은 초보들은 신경 쓰이는 음표나 긴 손가락 부분이 세게 쳐진다)가 너무 잘 들렸다. 섬세한 묘사와 비유의 김연수보다 스토리의 힘과 필력으로 끌고 가는 김영하 파에 배정하겠다.      


첨언으로, 겨울에는 정말 사람들의 기침 소리가 어쩔 수 없이 계속된다. 거의 추임새급. 피아니스트들은 담력훈련처럼 옆에서 누가 재채기해도 연주하기 훈련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NSw73Cmsygk&t=89s

피아노 패는 키신. 이정도면 피아노도 쉬게 해주세요!

올 한 해, 피아니스트들의 열정과 몰입에 영향 받기 위해 연주회를 찾았다. 햇살을 쬐는 식물들처럼, 그 열정 아래 성장할 수 있도록 내년에도 앞으로도 좋은 음악을 찾아다니길 다짐한다. (임윤찬이 라흐4를 연주할 도쿄 연주를 예매해두었다! 내년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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