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읽은 23권의 책
Summer Books List
꽃의 지혜 _모리스 마테를링크
다윈의 기원 비글호 여행 _파비엥 그롤로, 제레미 루아예
야생 숲의 노트 _시미언 피즈 체니
철학책 독서모임 _박동수
The Secret Garden _Frances Hodgson Burnett
Sunrise on the Reaping _Suzanne Collins
내손으로 시베리아, 내손으로 교토 _이다
어쩌다 개방 수장고? 그럼에도 조각! _국립현대미술관
도쿄의 디테일 _생각노트
아웃랜더 1,2 _다이애나 개벌돈
어스시의 마법사 _어슐러 K. 르귄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_김영민
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 _츠바타 슈이치, 츠바타 히데코
예술가와 고양이 _엘리슨 나스타지
바다의 선물 _앤 머로 린드버그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_이동진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4
김봉렬의 한국건축 이야기
미술관에서 읽는 서양미술사 _김영숙
이야기 청소년 서양 미술사 _박갑영
청소년을 위한 서양미술사 _도병훈
병렬독서라는 용어를 알고나서부터 나의 독서 습관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엄청난 병렬 독서가! 몇 권인지 세어본 적은 없지만 평균적으로 10권 정도를 동시에 읽는 듯하다. 소설, 비문학, 영어책 등을 조금씩 돌아가며 읽고, 얇거나 재미있으면 편 자리에서 끝내기도 한다. 처음 훑어본 후에 마음에 들면 대부분 완독 하는 편이기에 독서노트에는 완독 한 책을 기준으로 싣는다.
독서노트를 쓸 때면 책에 있던 글자들이 촘촘히 쌓여 거대한 테라포트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생각난다. 6월, 7월, 8월. 여름 동안 쌓인 글자들을 모아 정리했다.
_작년 여름의 독서노트 <여름에는 책을 읽어요>
어제는 책장을 뒤적이다 초등학생 때 쓴 일기가 들어있는 파일을 발견했다. 1년간 매일 쓰인 종이들이 가득 들어있었고, 그중에는 방학 동안 300권을 읽었다고 적어둔 페이지도 있었다. 조끄만 것이 멋있었구나...
올여름 들어 처음으로 에어컨 없이 양쪽 문을 열어두었다. 달아놓은 유리 종이 흔들거리고, 할 말은 없지만 신난 것처럼 수양자작나무 잎들이 흔들거린다. 더워서 몸도 마음도 녹을 뻔했지만, 마음의 피난처인 책들 사이에서 무사히 보낸 시간들을 뒤로 하고, 가을을 맞이한다.
꽃의 지혜 _모리스 마테를링크
우주의 모든 것은 꽃으로부터.
벨기에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수필집으로, 얇고 가벼운데 감동은 진하다. 깊은 울림이 있는 책이다. 다 읽고 나서 찾아보다가 무척 예전에 쓰인 책이란 것을 알고 놀랐다. 마당을 둘러보거나 무언가를 결심할 때, 항상 식물만큼만!이라는 생각을 자주 떠올리는데, 이 말을 이렇게 멋지게 풀어낼 수도 있구나.
본문에 나온 쇼펜하우어와 다윈의 책을 찾아보고, 바다의 선물을 책장에서 다시 꺼내야겠다.
바다의 선물 _앤 머로 린드버그
혼자 있는 시간과 내면의 고독을 바다의 선물들에 비유하여 풀어나간 책이다. 비유와 기승전결이 쉽고도 아름다운 말들로 순서를 기다리며 파도처럼 다가온다. 소라고둥 파트에서는 소라고둥에 비유되는 여성의 삶과 간소한 일상에 대한 감사가 담겨있다. 아주 예전에 쓰인 글임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들. 오십 년 전이어도 좋은 것은 시대를 넘나 든다.
나의 생각과 비슷한 점이 많아 맞아 맞아하며 읽었다. 서서 밑줄을 가득 그으며 봤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선물해주고 싶다. '명랑한 은둔자' 이후로 선물하고 싶은 책이 오랜만이다. 아주 얇기에 부담도 없을 것이다. (보통의 시집 정도의 두께) 작가의 다른 책도 보고 싶은데 한국어 번역판은 없는 것 같아 아쉽다. 바다에서 보낸 짧은 시간 동안 남긴 글인데 2주간 이런 글을 써내는 걸 보며, 이런 걸 읽을 수 있다면 기꺼이 나의 2주를 선물해주고 싶다.
2022년 봄의 독서노트
오랜만에 꺼내든 책. 여름에 읽기에 좋았다. 그때의 좋았던 문장들이 밑줄 위에서 여전히 반짝반짝!
다윈의 기원 비글호 여행 _파비엥 그롤로, 제레미 루아예
다윈이 비글호라는 배를 타고 떠난 긴 여행을 만화로 그렸다. 병을 숨기고 비글호에 승선해서 학자의 신분으로 탐험을 계속하게 되는데, 중간에 육지도 들리고 원주민들과의 이야기들도 등장한다. 노예제를 반대했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중간중간 신선한 구도의 풍부한 그림들이 너무 많아 좋았다. 어려울 수 있는 내용들을 만화로 보다니! 이걸 보고 집에 있는 맹꽁이 서당 만화, 조선시대 편을 정주행 하기로 마음먹었다.
야생 숲의 노트 _시미언 피즈 체니
정말 정말 아름다운 책. 이렇게 내용과 만듦새가 딱 들어맞는 책들을 간혹 가다 만나면 종이책이라는 물성에 감탄하게 된다. 역시 나의 가장 오래된 덕질 분야 책... 지니고 만지고 펼쳐보는 것 까지가 체험이다.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이라는 목정원 작가의 책도 그러했다. 읽고 너무 좋아서 7월을 요약하는 그림에도 등장시켰다.
19세기의 지휘자가 마국에 있는 새들의 울음소리를 관찰한 일지이다. 새의 노랫소리를 악보로 남겼는데, 분석된 표현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참새의 종류가 이렇게 많았다니! 파스칼 키냐르의 작품에 등장했다고 하는데 오랜만에 그 작가의 책들 또한 찾아봐야겠다. 이렇게 꼬리의 꼬리를 무는 독서생활!
철학책 독서모임 _박동수
클래식 음악의 세계와 같은 철학. 늘 문을 두드리지만 통로만 서성이다 돌이켜지는 발걸음이 전부인 날들이다. 이 책이 통로의 많은 문들을 여는 문고리가 되길 바란다. '철학 듣는 밤'이 여행 지도라면 이 책은 여행 에세이에 가깝겠다. '고유한 생각을 가진 매개자'인 편집자의 태도로 셀렉을 거쳐 대화까지 압축된 독후감이다. 한병철의 책들과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 정도에 머물러있던 철학 공부였는데, 여기 나온 철학책들을 읽으며 뻑뻑해진 머리에 기름칠해줘야겠다. 읽을 리스트를 많이 쟁여두었다.
2023년 겨울의 독서노트에서
예전에 읽던 책을 다시 읽다. 재작년의 내가 남겨두었던 필기들이 흥미롭다. 이때는 이런 글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구나! 타자와 편집자를 연결시킨 부분이 새롭게 좋았다.
어려운 책들을 다루는 데다가 읽더라도 나눌만한 나의 의견이 좁을까 모임에 끼고 싶단 생각도 들지 않지만, 쉽게 만나기 어려운 다채로운 생각들을 책으로나마 볼 수 있어 기쁘다. 2탄도 3탄도 나왔으면!
나중에 읽어보려고 적어둔 책들
숲은 생각한다
사람, 장소, 환대
즐거운 학문
모든 것은 빛난다
낭만주의의 뿌리
시장전체주의와 문명의 야만
약한 연결
도래하는 공동체
The Secret Garden _Frances Hodgson Burnett
어릴 적부터 가장 많이 읽었고, 고유한 감성이 형성되기까지 가장 많은 영향을 준 매체들이 있을 것이다. 비밀의 정원, 앤, 작은 아씨들, 해리포터, 찔레꽃 울타리 등 지금까지도 사랑해오고 있는 오래된 행복! 3년째 계속되는 영어책 읽기의 일환으로 읽었다. 예전에 읽었어서 그런지 정원에 무언가를 심고 가꾸는, 좋아하는 부분의 이야기가 꽤 뒤에 나온다는 새로운 정보. 매일 조금씩 읽고, 모르는 단어는 따로 모아 퀴즐렛에 넣어두고, 좋아하는 구절들을 옮겨 적으며 마무리지었다.
Sunrise on the Reaping _Suzanne Collins
헝거게임 시리즈의 신작. 영어로 완독 하다! 너무 멋지고 꿈꿔왔던 일! 멋지잖아! 해리포터 번역본이 나올 때까지 매일 서점에 인사하던 어린이는 이제 어른이 되어 기다리던 책을 원서로 읽어본다.
여태까지의 영어책 읽기는 아주 예전에라도 한국어로 읽어봐서 대략의 이야기를 아는 상태에서 접근했는데, 아예 모르는 새로운 내용을 읽어본 것은 처음이다. 해독 실력의 부족함을 느꼈지만 메모하며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읽으려고 노력했다. 이전 작품들과 연결되거나 특유의 챕터 맺음 덕분에 중간에 입을 딱딱 벌리며 즐거웠다. 재밌어... 짜릿해... 수잔님 새 편 당장 시작해주세요! 마찬가지로 모르는 단어는 뜻을 찾아 퀴즐렛에 정리해 두었다. 나올 한국어 버전과 영화까지 본다면 세 배로 행복하겠다! 기다려지는 미래 중 하나! (듄 3과 해포 드라마판을 다 볼 때까지는 열심히 살 것이다)
내손으로 시베리아, 내손으로 교토 _이다
자연관찰 시리즈로 알게 된 작가의 여행 시리즈! 이런 작고 이야기가 많은 그림들을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 매 페이지를 눈으로 뜯어먹느냐고 두근두근했다. 곧 갈 여행에서 작은 노트 하나를 채워오겠다는 마음을 들게 해 준 멋진 책! 기운찬 예전에는 매 여행마다 스케치북 하나를 꽉 채워오던 생각이 나 다시 도전해 본다. 나의 그리고 이다 작가의 내손으로 시리즈가 계속되길... 발길 닿는 곳마다 모두 전부 그려주세요!
어쩌다 개방 수장고? 그럼에도 조각! _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 있는 개방형 수장고인 국립현대미술관에 관한 책이다. 미술관에서 출판한 책이라 현재는 절판이다. 이런 도록은 보이면 사야 한다. 도서관에서 자만추하여 읽게 되었는데, 학부 때 수업을 들었던 교수님도 오랜만에 책에서 글로 만났다. 책이 반으로 나뉘어 수장고형 미술관에 대해, 거꾸로 뒤집어서 보면 조각에 대해 쓰여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했던 전시 중에 (한 10년 간 서울에서 국현미에서 열린 거의 모든 전시를 다 보았다. 청주 관도 개관 이래 거의 전부!) 미술관의 빈 공간에 대한 '보이드' 전시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 관련된 역할이라 레지스트라 인터뷰가 가장 흥미로웠다. 한 전시, 하나의 공간, 작품을 위해 정말 많은 손길들이 필요하다. 최근에 보고 온 근현대 작품들과 김창렬 전시도 기억에 남는다. 관람 후 김창렬 미술관만을 위해 제주에 가는 것도 추천!
도쿄의 디테일 _생각노트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2017년에 작가가 휴가를 위해 방문한 도쿄에서 발견한 남다른 점을 기록했다. 작은 차이들이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주는지에 대한 고찰이다. 프로젝트가 된 기록의 힘을 여실히 느낀다. 제본이 예쁘고 내용과 어울린다. 실제 기록한 기록장도 궁금해서 블로그도 구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야 해, 써야 해, 그려야 해!
아웃랜더 1,2 _다이애나 개벌돈
항상 정주행 할 것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 우걱우걱. 더 먹을 게 없나 책부터 음악, 공연, 넷플릭스, 텔레비전, 유튜브 모두 뒤적이는 게 기본 상태로 살아간다. 그중에 시작하게 된 아웃 랜더 드라마. 시즌이 많아 길수록 좋은 장편소설 같아 선택했다. 주인공이 너무 아리따우셔서 봤지만 몇 편 보다가 말았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동명의 원작 책을 우연히 찾아보게 되었다. 글을 맛깔나고 속도감 있게 써서 후루룩 보기 좋았다. 넷플릭스에는 시즌이 많길래 뒤 편도 많겠지 하고 막연히 읽었는데, 3편부터는 번역본이 없다는 황당한 사실과 맞닥뜨리다. 아이엠 넘버 포를 한참 우걱거리다가 뒤편이 없어 솜씻너가 된 상태와 같다. 출판사의 사정으로 새 시리즈들의 번역본이 나올 확률이 희박하다고 한다, 아쉬워라!
어스시의 마법사 _어슐러 K. 르귄
소박하고 꿈결 같은 묘사가 있는 옛이야기. 비들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마찬가지겠다.
힘을 가진 어린아이와 진정한 스승. 학교에 가서 허세를 부리다가 만난 그림자(맞서 싸울 존재). 홀로 겪는 유혹과 풍파들. 위험을 나눌 친구와 결국 이겨낸 화해와 극복까지.
"듣기 위해선, 침묵해야 한단다."
그리고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게드는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며, 다만 자신의 죽음의 그림자를 자기 이름으로 이름 지음으로써 자신을 완전하게 한 것이다. 그로써 그는 한 인간이 되었다. 진정한 자아 전체를 깨달은 인간이며 자신 아닌 그 어떤 힘에 이용당하거나 지배받지 않을 사람, 살기 위하여 살며 결코 파괴나 고통이나 증오나 어둠을 섬겨 살지 않는 인간이 된 것이다.
너무 다른 장르이지만, 비글호 여행과 유사한 이야기의 흐름으로 다가온다. 싯다르타의 원형과도 비슷하다. 작가의 아버지가 인디언 연구를 하는 인류학자이자 어머니가 아동문학가로 인디언 관련 책을 남겼다고 한다. 게다가 남편은 역사학자라고 하니 모든 이야기의 근원과도 같은 힘이 주변인에게서도 오겠다 싶은 생각!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_김영민
2년이 지나 다시 읽었다.
새 책이 나올 때마다 사서 보는 교수님(왠지 강의록 같아서 작가보단 티쳐)의 신간! 중국 고전을 곁들여 삶의 허무에 대해 성찰하는 단계가 담겼다. 이런 좋은 내용을 잠옷 입고 내방 침대에서 볼 수 있다니! 깔끔하고 농축된 한 마디들이 있다. 한 챕터가 짧고, 고전 영화 그림과 같은 다채로운 비유가 많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밑줄과 필기로 가득 채우며 봤다.
스타로 만들어준 '추석이란 무엇인가' 같은 글이 궁금하시다면 '오래 살아 신선이 된다는 것은' 파트를 읽어보시길. 전체를 밑줄치고 싶었던 파트는 '정신승리란 무엇인가'와 '좋은 의도의 정치' 파트.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전 책이 더 좋다. 알쓸신잡에 나와주세요! 새해 원고처럼 거절하실 것 같지만…
2023년 겨울의 독서노트 중
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 _츠바타 슈이치, 츠바타 히데코
유튜브에서 요리를 하고 일상을 보내는 브이로그를 좋아하는데, 종이에 풀어둔다면 이 책이겠다. 모든 일상에 이야기가 듬뿍 담겨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택배 보내주는 것은 만국 공통이구나! 보면서 해보고 싶었던 생활 습관은 좋은 일 일기, 베이컨 만들어보기, 일 년 요리 모음, 크리스토플 은식기 매년 선물하기. 도나베도 사보고 싶다!
"기록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쌓여가는 것을 보노라면 인생이 점점 아름다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슈이치 씨)
예술가와 고양이 _엘리슨 나스타지
아이 웨이웨이, 앤디 워홀, 자코메티, 프리다 칼로, 조지아 오키프, 헤르만 헤세, 존 케이지 등 고양이와 관련된 삶을 살았던 작가들의 정보가 담겨있다. 고양이 앞에서는 다 같은 집사! 웨이웨이의 베이징 스튜디오에 마흔 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이 있고, 자코메티 형제의 작품에 반영된 고양이들이 기억에 남는다.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_이동진
책을 좋아하지만, 책에 관한 책은 잘 읽어본 적이 없다. 작가님 파키아이아 이사하셨던데, 한 번쯤 가볼 수 있다면 콧김이 압력밥솥만큼 나오겠다. 그 공간에 혼자 하루만 있어볼 수 있다면!
호기심은 방사형!
유홍준의 한국미술사 강의 4, 김봉렬의 한국건축 이야기
장엄한 아름다움이 깃든 건축물, 종묘를 공부하기 위해 읽었다.
미술관에서 읽는 서양미술사 _김영숙, 이야기 청소년 서양 미술사 _박갑영, 청소년을 위한 서양미술사 _도병훈
마티스를 공부하기 위해 찾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