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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목수 Nov 03. 2022

왜 인간은 악한가?

인간성의 과학, 종교, 철학적 연결고리

골프를 오래 해보면 인간이 원천적으로 악함을 알 수 있다.


매너를 강조하는 스포츠라지만 골프의 뒷편에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이 숨겨져 있다. 우선 남보다 잘 쳐서 뽐내고자 하는 명예욕과 남을 이겨서 승리하고자 하는 지배욕과 내기에서 돈을 따고자 하는 소유욕이 골고루 퍼져있다.


"굿 샷!"


그 외침속에 진정함이란 없다. 오로지 의식에서만 칭찬하는 척, 배려하는 척 할 뿐, 심연의 무의식에선 갈등과 시기심과 욕심만이 가득차 있다. 이를 부정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 솔직함이 겸연쩍어 자신만은 그렇지 않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론과, 순자가 역설한 성악설과 리처드 도킨슨의 역작 '이기적 유전자'에서 공공연하게 인간의 악에 대하여 밝히고 있다.


김프로( 가명, 65세 )라는 골퍼를 살펴본다.


" 골프로 왜 스트레스를 받아, 즐겁게 쳐야지! "


함부로 단정짓기를 인생의 잣대로 삼는 그에게는 남의 생각이란 비집고 들 틈세는 없다. 80타 초반을 치는 그는 전체 골퍼에서 상위 10%에 속하는 고수라 할수 있다. 라운딩 시작에 앞서 게임룰을 물어볼 필요가 없는 듯 일방적 골프내기를 알리고 티샷을 시작한다.


입으로는 말한다.


" 골프룰이 엄격한 것은 공평하게 해서 약자에게 배려한 것이야 "


공감 안되는 어이없는 멘트를 날리는가 하면,


" 빨리 안치고 질질 끄는 사람은 골퍼 자격이 없어! "


자기의 기준 스피드에 맞지않은 사람은 모두 초자이며 매너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골퍼라 단정한다. 나르시시스트의 끝판왕이라 할수 있다. 배려와 매너를 외치는 그가 운전하는 골프카트는 남의 공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공으로만 핸들을 돌린다.


김프로야 원래 인간성이 나빠서 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러면 정프로( 가명, 63세 ) 의 경우를 보자. 이 남자는 관광업을 하는 사장님으로 점잖은 성격으로 명망이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골프중 부인에게만은 매정하다. 실수타에 대해 핀잔을 주기 일수고 칭찬에 인색하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그에 못지 않게 그 부인도 지지않고 변명과 남편탓을 세우며 자못 언성이 높아질 때면 분위기가 서늘해지면서 난감하다.


운전과 골프 배우기는 남편과 하지 말라고 했던가!


이는 인간본성의 숨겨진 이기심 위에 의식이 지배하여 삶을 살아갈 뿐 사소한 이익이 충돌하는 시점에도 쉽게 인간의 부정적인 면이 수시로 떠오른다는 사실이다.


인위적인 꾸밈을 경계하고 있는 노장철학에서 가장 '도'에 가까운 것은 물과 아기라고 하였다. 배가 고프거나 똥이 마려우면 그냥 울 뿐이다. 타인의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본인만 만족하면 그뿐이다. 안고있는 어머니의 팔이 아무리 아파도 본인은 그저 태연자약 그 자체이다. 이것으로 인간은 철저하게 이기심과 자기중심성으로 태어났음을 알 수 있다.


순자는 이를 간파하고 성악설을 설파하고 있다. 사람은 본래 이익을 좋아하고 손해를 싫어하며 좋은 것을 탐하는 본성이 있기에 법과 예로서 교육시키지 않으면 천하가 혼란해진다고 하였다.

비록 인성은 악하지만 후천적 노력에 의하여 선하게 될 수 있으며 이는 모든 사람이 그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현대에 이르러 리처드 도킨스는 무신론적 확신의 투사로 자청하며 사람의 육체나 정신은 유구한 세월과 함께 진화해온 유전자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하였다. DNA, 즉 유전자의 생존과 번식이라는 오로지 2가지의 목적아래 철저하게 이기적으로 설계된 숙주가 바로 그 인간이라는 것이다. 고로 우주가 나의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단 말이다.


그 맥락에서 기독교의 원죄론이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뱀의 꼬임에 넘어간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어 그로부터 태초의 죄를 짊어지고 시작되었다는 인류의 스토리는 애초부터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오히려 존을 위해 이기적으로 설계된 인간의 본성이야 말로 전쟁과 살육을 마다하지 않는 인류의 사악성을 쉽게 웅변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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