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어울려가며 살아가는 세상, 즐길거리의 종류도 수천 가지이다.
그중에 하나가 골프인데 이것이 스포츠인지, 놀이인지, 게임인지 알 수 없는 경계에 서 있는 것 같다. 골프가 18홀을 돌아야 하고 72파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인구의 몇 퍼센트가 될까?
소설의 주제나 드라마, 시나리오등에 다른 스포츠들은 자주 쓰임세가 있지만 유독 골프만큼은 이야기의 주제로 쓰기에 동떨어져 있다. 골프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선입관이 우리네 정서에 스며있기 때문이다.
배고픔의 시절에서 언제 벗어났다고 손바닥만 한 국토에 저렇게 넓은 땅을 극소수의 사람들이 독차지할 수 있단 말인가? 땀도 흘리지도 않는 놀이에 화려한 옷을 입고 공을 치고 있는 장면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골프장 경계는 높은 담이나 수목을 심어 밖에서 볼 수 없게 하고 골프 나가는 것을 '운동하러 간다'라고 은어를 쓰듯이 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문턱에 올라섰고 동네마다 스크린 골프와 골프 연습장이 없는 데가 없다. 골프장의 그린피가 점점 대중화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골프의 긍정적인 면도 마음을 열고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골프가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든지 건강증진에 좋다든지 하는 구차한 실례를 들기보다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세상에 수용하고 적응해야 하는 데 있다. 과거의 전체주의적 국가 중심 사고에서 개인의 개성과 인권이 소중해지는 흐름에서 서로 상대방의 인격과 취향을 존중해 주어야 스스로도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PGA에서나 LPGA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괄목할 만하고 은퇴 후 노후에 활동할 수 있는 대표적인 스포츠로 더 이상 귀족 스포츠라고 왕따 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온 국민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골프인들이 떳떳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색안경을 벗어 버릴 때가 되었다.
나는 47세에 처음으로 골프채를 잡았다. 그전까지는 골프라는 놀이가 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선택받은 부유층이나 정재계 고위층들이 즐기는 은밀한 스포츠라는 색안경을 벗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치열하게 정진했던 생업을 잠시 접고 연수라는 핑계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잠시 고단한 인생을 쉬어 갈 무렵에 지인의 강요에 못 이겨 골프채를 구입하였다. 처음에는 비싼 레슨비를 내고 골프의 정도를 가기 위해 레슨프로에 내 몸을 맡겨 보았으나 본인의 골프 철학을 강제로 이식하려는 선생에게 나의 알량한 자존심이 발동하여 중간에 학업을 접고 말았다.
"이것으로 밥 먹고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닌데..."
그 후 와이프랑 같이 한 달에 35만 원만 내면 주중, 주말 할 것 없이 무제한 라운딩이 가능한 퍼블릭 골프장에 거의 매일 출근하였다.
간단한 골프 입문서와 함께 그야말로 매일 땅을 파는 농사꾼 수준으로 볼을 때려 보니 6개월 만에 100타 이내로 들어가더니 1년이 지나더니 아마추어 골퍼의 꿈인 80대의 타수로 접어 든 후 지금은 그럭저럭 핸디 12타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골프를 접하면서 정말 많은 류의 사람들과 동반 플레이를 가졌다.
골프를 종교처럼 엄숙하면서도 경건하게 치는 사람, 골프 실력이 남자의 능력 척도를 가늠하는 양 거만하게 치는 사람, 골프 못 치는 것이 큰 수치인 것처럼 자신을 낮추고 쩔쩔매는 사람, 골프채를 연못에 던져 버리며 자책하는 사람, 골프장에서 부부 싸움하는 불쌍한 중년부부 등등.
오랜 기간 골프를 접하면서 골프라는 운동을 사랑하게 되었고 때로는 지루한 게임이 될 수 있으므로 정말 가벼운 마음과 평범한 글로 골프에 대해 쓰고자 한다.
이왕 시간을 내고 돈을 지불하고 필드의 티잉 그라운드에 섰으면 즐겁게, 재미있게 라운드를 해야 할 것이다.
이에 부담 없이 즐기고 긴장감 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가벼운 게임들과 팁들을 모아 브런치에 올려 보기로 하였다.
아무쪼록 어느 볕 좋은 날 뺨을 스치는 봄바람처럼 무게를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