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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목수 Aug 28. 2022

골프 내기 게임 《 10-10-10 》

너와 나의 대결, 텐, 텐, 텐

10불씩 내기이다. 1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이지만 백만 원의 무게로 살을 베이는 아픔이다.


전반 9홀에 10불, 후반 9홀에 10불, 전후반 18홀 총합에 10불을 주고받는 게임이라 10-10-10게임이라고 한다.


주로 1 대 1 게임으로 4명의 골퍼가 모여지지 않아 2명이 라운드를 할 때 제안할 수 있는 게임이다.


스트레스 강도 : ●●●●


난이도 : ●●


몰입도 : ●●●●


스트로크 게임으로서 무조건 상대보다 한 타라도 덜 치면 돈을 딸 수 있다. 전반 9홀에서 패배하더라도 잊어버리고 후반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핵심은 이기더라도 가급적 많은 점수차로 이겨야 하고 지더라도 어떻게든 적은 점수차로 져야 한다. 왜냐하면 18홀 전부의 스트로크에서도 승패가 나누어 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타, 한 타 집중해서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함부로 '오 케이', 즉 컨시드를 주지 않는다. 아무리 짧은 퍼트라도 가끔은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진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들키고 싶지 않은 악마의 속삭임으로 상대의 실수를 기다린다.


퍼트 거리에 상관없이 컨시드를 남발하는 사람이 있다. 얼핏 보기에 매너 좋고 이타적으로 보이지만 일단 내기 골프에 들어가면 야박해져 좀처럼 '오케이'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시작하기 전에 미리 컨시드 거리를 정하는 신박한 방법이 있다.


'은갈치'와 '먹갈치'라는 신조어이다.


파펏이나 버디 펏은 퍼터 자루의 스틸 부분, 즉 은빛으로 빛나는 쇠 부분의 거리 안쪽으로 들어가면 '오케이'로 '은갈치'라고 한다. 보기나 그 이상은 자루를 포함한 퍼터 자루 전체의 거리 안으로 들어가면 '먹갈치'.


상대가 컨시드를 주지 않으면 본인이 직접 측정해보고 스스로 '오케이'를 받으면 된다. 여기서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집어넣어! 집어넣어!"


퍼터 해드를 홀에 완전히 집어넣고 재어 보라는 것이다. 또,


"찢어진다! 찢어진다!"


퍼터를 공 쪽으로 잡아당겨 홀 입구가 벌어질까 봐 염려하면서 서로 낄낄거리며 쭉한 농을 주고받는다.


내기 게임이 셀수록, 걸려있는 상금이 클수록 심적 긴장도가 높아지고 스코어나 룰에 대하여 예민해진다. 초보 시절에는 나의 스코어를 기억하기에도 바쁜데 남의 스코어는 알 길이 없다.


점점 고수의 길로 들어서면 나의 스코어는 물론 상대방, 3명의 스코어가 쉽게 카운트된다. 분명히 트리플을 했는데도 더블이라고 우기면 난감하다. 초창기에는 부득부득 기억을 상기시켜 상대의 스코어를 바로잡았지만 이는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임을 알게 되었다.


쓸데없이 자존심을 건드려 친구를 잃는 우를 범하기 때문이다. 본인은 착각이라고 하지만 항상 타수를 적게 착각하는 것은 진실한 의미에서의 착각이라고 할 수 없다. 인간 본연의 욕망에서 비롯된 무의식의 착각일 뿐.


지금은 본인이 주장하는 데로 스코어를 기록한다. 언젠가는 깨우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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