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초구를 지우고 두 번째 골프 샷을 인정해주면 좋겠지만 원칙상 딱 한 번의 샷만으로 고개를 숙여야 한다.
두 번의 인생을 살 수 없는 것처럼 골프도 그와 닮아 있다. 초보시절에는 멀리건 샷으로 스코어를 조작하기도 하였지만 점점 골프 타수가 낮아질수록 멀리건 샷을 받지도, 바라지도 않게 된다. 그만큼 첫 타에 모든 정신과 신경을 집중하여 후회 없는 샷을 날리기 위하여 정성을 다해야 한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실수한 골프 샷도 나의 실력인데 잘 친 샷만이 나의 본모습이고 실패한 샷은 주위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구력이 깊어갈수록, 고수의 길로 접어들수록 겸손하게 나를 돌아보고 잘났든지 못났든지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깊은 아량을 터득해가는 것 같다. 우리의 삶이 또 그러하듯이.
그러나 이 골프 게임은 두 번의 기회가 있다. 전반 9홀과 후반 9홀...
스트레스 강도 : ●●●●
난이도 : ●●
몰입도 : ●●●●
이 게임은 매우 단순하다. 스트로크 게임의 일종이기 때문에 무조건 한 타라도 적게 친 선수가 돈을 따간다.
화투에서도 초기에는 '고스톱'이나 '나이롱 뽕' 등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임에서 판이 커지고 구력이 높아갈수록 '섰다'나'돌이 짓고 땡'과 같은 속전속결, 단순 게임으로 진화해 간다. 역시 이 게임도 고수들이 즐기는 심플한 게임이다.
우선 1 번홀 티샷 전에 각자의 1/4의 게임 머니를 지불하여 상금 풀을 만든다. 그 상금의 반을 전반 9홀에서 1등을 한 선수에게 수여한다. 그리고 후반 9홀에서 1등을 한 선수에게 나머지 반을 상금으로 주는 것이다. 만약 1등이 2명 이상으로 동타이면 아무도 전반에 상금을 가져갈 수 없고후반에서도 1등이 여럿이면 그 게임은 무효가 되어 돈을 돌려받는다.
그리고 전반 9 홀의 성적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후반 9홀을 시작한다. 즉, 실패한 인생을 뒤로하고 한 번 더 사는 느낌이다. 새로운 후반 9 홀에서 다시 잘할 수 있다면 하는 희망이 샘솟는다.
게임을 약간 변형하여 상금이 크면 2등에게도 얼마간의 상금을 배분하면 더욱 재미있다. 골프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같이 게임하기를 원하면 적당한 핸디를 미리 주어 같이 즐길 수 있다.
요즘 캘리포니아 한인 골퍼들끼리 주로 이 게임을 선호한다. 상당한 실력을 보유한 고수들이다. 거의 핸디가 10 오버 파를 아우르는 70대 말 80대 초반을 치는 골퍼들이다. 플레이 중에는 묵묵히 골프에만 매진하는 싸늘한 분위기이다. 마치 섰다 패를 들고 눈치만 보는 도박사들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