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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목수 Sep 14. 2023

지구 위에서

증오의 민족과 종교전쟁


200 만년 전

인간의 뿌리가

우연히 두 다리로

서서 걷게 된 이후로

수많은 인종이 사라져도

증오의 씨앗은 그대로 남아

미워하고 시기하고 빼앗고 죽이고


12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의 사막을 피해

중동을 거쳐 유럽과 아시아로

조상의 길을 따라 무리지어 퍼져갈 때도

증오의 열매는 더욱 똘똘 뭉쳐 죽이고 또 죽이고


현세에

인간의 단 한 종만이

이 좁은 지구에 남아

5백만 종이 넘는 생물을 제치고

지구의 주인으로 지배하고 행세하는데

증오의 열매가 싹을 틔워 잎을 내고 꽃을 피웠네




지구가 점점 이상해져 간다. 아프리카 사막에 눈이 내리고 시베리아 동토는 녹아내려 멸종된 매머드의  이빨을 토해낸다.


1년 동안 내려야 할 비가 하루 밤 사이에 엎질러지고 끓어 넘치는 태평양의 수증기는 엉뚱한 곳에 초대형 비바람을 몰고 온다.


이기심과 증오로 가득 찬 인류는 이런 상황에서도 민족과 종교의 아집으로 똘똘 뭉쳐 물어뜯고 햘키고 지구를 파헤친다.


전쟁은 끊임이 없고 증오는 패를 나누어 으르렁 거란다.


누가 지구를 구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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