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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비 Jun 08. 2023

[상담회기] 9회차

나 스스로가 조금 말에 과장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되는 마음들을 이야기했다. 사람들이랑 말할 때 있는 사실에 가감을 많이 한다. 사람이니까 너무도 당연하게 추억하는 것들에 대한 미화는 일어나 있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들에 양념을 치고 더 맛있게 이야기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들이 너무 과하지는 않은가 고민하게 되다가 선생님한테 이야기한 거였다. 그런데 막상 다 이야기하고 나니까, 과연 내가 이런 나의 행동을, 언어적 습관을 알아차리고 선생님께 이야기하는 것이 정말 나를 바꿀 수 있는 어떤 것이 되어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때때로 , 내가 느낀 감정에 너무 내가 자기 검열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것이 검열의 대상이 되어서 이 정도로 예쁘게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좋은 영향력을 보이고 있고, 어떻게 보면 너무 지나치니까,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선생님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것들은 조금의 과장이 (양념 치는 이야기들) 있어도 괜찮을 거란다. 나뿐만 아니라 각자가 모두 그럴 테니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러지 않으면 된단다. 어쨌든 사적인 영역에선 친밀한 사람들과 있을 땐 이러나저러나 상관없지 않겠는가.  그 사람들에게 나를 굳이 맞출 필요가 없다는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 것 같다.


대표님에게 메일을 보내는 일, 업무적으로 주눅 드는 삶이 지속되고 있다. 업무가 왜 이리 어려울까. 애초에 상담하러 간 경우도, 누군가와 친해지는 게 버거워진 이유가 회사 상사와의 불편한 관계가 시발점이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일적으로 편하게 일할 수 없다 보니, 일하면서 욕먹을지 않을지 걱정하고, 말도 잘 못 걸겠고,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더 많이 인지하려고 애를 쓴다. 엉뚱한데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분이다. 여전히 나는 누군가와 비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만 같고, 그 사람의 직군이 나와 다름에도 불구하고, 다름을 인지하지만 같은 나이라는 이유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아가야 하지 않나 하는 고민을 또 하곤 한다. 그 사람은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인데,  나는 회사에서 정말 필요한 인재인지 한번 더 체크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우울해지고 불안해진다. 회사에서 내 위치가 사라져 버리면 어때!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필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현재는 회사에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보면 점점 또다시 우울해지는 느낌들이 든다. 이게 맞나 싶다. 결국 나는 또 해야 할 일을 해내지 못하는 사람으로 머무르게 될까 봐 걱정되고, 답답해졌다. 어쩌면 나에게는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그저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에 대한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대답을 하다가 문득 주제에서 벗어난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도 뭐 뚤린입 아무렇게나 이야기라도 해보자 하고 이야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나 스스로가 믿고 있는 사람들과 믿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떤 차별을 두고 있었는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다.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포지션으로 대하고, 어떤 모습 이어야 할지 어떤 모습들이 그려져야 하는데 그려지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은 확실하다. 다만 친밀한 사람과 친밀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나는 어찌 구분 지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도 맞다. 사람마다 각각 다른 모습을 내비치기도 버겁고 힘드니까 다시 집으로 기어들어간다. 요즘은 유독 더 그렇다. 인정받지 못한다면, 온전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혼자 있는 게 났지 않느냐 고민하게 된다.

사람과 사람이 자꾸 부딪히고 사람냄새도 나고 해야 하는데, 부딪히는 것 자체가 엄청 무서워지고 있다. 친밀해지고 싶으면서도 더 이상 친밀해지고 싶지 않고, 천천히 차근차근 알아가고 싶다가도 차라리 혼자 있고 싶다가도 하니까, 사람에게 에너지를 쓰는 것 자체가 너무 내게 지친 일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잦은 고백에도 여전히 상처를 받고 있었고, 나는 애써 보인 호의와 진심을 상대방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받은 상처들을 다독일 시간과 여유가 지금의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유독 관계에 어려워하고 있고, 관계성에 신뢰성을 앞세워 더 이상 당신에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런 나의 이기적인 모습들이 상대방에게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 내가 매너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나를 지킬 때만 나를 지켰어야 했는데, 나는 모든 상황에서 날이 서있는 고슴도치처럼 사람들에게 가시를 세우고 있다. 외롭지만!! 다가오지 말아 줘!!라고, 마음을 둘 한 사람만 애써 찾으려고 애쓰는 것 같다.


회기 기록을 듣다 보면 내가 생각보다 중구난방의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일단 그럼 나는 타인의 말을 들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내가 너무 말만 하고 싶은 상황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한다. 상담 회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이 이야기를 했다가 저이야기를 했다가 난리가 났다. 평소에도 한 주제를 꾸준히 이야기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이었는데, 듣다 보면 또 내가 알고 있는 나를 마주한다.





너무 바쁜 시간을 살았고, 너무 아팠고, 그래서 이번주에 가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은 상담을 가려고 할 때,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한다. 선생님과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게, 단순한 수다가 정말 도움이 될까. 자꾸 많은 의심이 들곤 한다. 바쁜 일상이지만 지극히 일상이 정말 일상적으로 흘렀던지라, 특별히 할 말도 없는데, 그렇다 할 이슈가 없는 인생도 인생이겠지만, 그렇다 할 이슈를 만들어야 할 것도 인생일까. 삶이 좀 퍽퍽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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