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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비 Jul 13. 2023

[상담회기] 11회차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 

새로 배우는 업무상 걸렸던 일들을 하지 않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너무 MZ세대 같은 발언 같았겠지만, 내가 살려면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 과도한 야근으로 스케줄이 해결되지 못하는 상황이 늘 발생하니까 삶이 버거웠다. 좋아하던 분들에게 일 못하는 사람이 돼버릴까 염려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 편이 나았다. 그리고, 어쩐지 좋아하던 분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을 것이라는 착각을 했다. 마음이 달라졌고, 어딘가 불편해졌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이 달라진 나를 보면, 지난 삶이 버겁고, 사람관계가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타인의 행동이 문제였던 게 아닌 나의 문제였을까 하는 궁금점이 들었다. 그러니까, 사람에 대한 마음을 내가 내 멋대로 해석하고 잘못 생각해 버렸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판단이다.


전 회사에서 퇴사를 결심했던 건,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상황이 싫어서였다. 일에 대한 컨펌을 받는 것은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일 외적으로 감정 쓰레기통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상했다. 그 일이 잦아진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욕하다 보면, 없던 이야기도 붙이고 있는 것은 아니었나 싶다. 누군가가 나를 욕하고 불편해하는 것은 내가 일을 너무 못해서 일수는 있다. 그러나 점점 알아가고 개선해 가면 되는 건데, 나는 개선해내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상대방의 말에서 감정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걸러서 듣는 게 잘 안 되는 편이기도 하고, 나 스스로는 모르겠어서 질문을 했다 해도, 상대방은 내 주술관계가 맘에 들지 않아 짜증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아마,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상대방이 내게 피드백을 해줄 때 되돌아올 상황은 불호에 가까운 것들 뿐이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려 했던 게, 나한테는 불편한 감정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나의 생각으로 일어난 일이었고, 생각으로만 벌어진 일이었는데, 그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현실과 상상, 그 장벽 사이에서 나는 무엇을 정리할 수 있었나. 아니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타인에 대한 불평만 잔뜩 한 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는 않았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


상담에 오게 된 계기가 된 전 회사에서의 상황이 힘들어서였다. 누군가의 감정쓰레기통이 된다고 생각했던 건 나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겠다. 아마 내가 바꾸고 변화해야 할 것은, 누군가가 이랬어요 저랬어요 핑계대기보다 나 스스로 삶을 책임지고, 타인을 지적하거나 이르는 것 없이 온전한 어른으로서 성장하는 것이었다. 이쪽 업계 특성상 T 인 사람들이 제법 많은지라, 상처되는 언행들을 자주 하시긴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나를 무조건적으로 싫어하거나, 무조건적으로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 그 마음은 타인의 자유이고, 동시에 내가 뭐라 할 권한도 권리도 없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대하면서 현실과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들을 하는 사람의 성향도 이해하게 되긴 하는데 역시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런 분들에겐 컨펌을 받으면 항상 불편했고, 기분이나 감정적으로 상하게 된다.


내가 일을 잘 못하는 걸 알아차리셨을 때, 선임자들은 기본을 배워야 할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학교를 다시 가고 있는 상황도 있다. 내가 선임자분들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바랬던 걸까. 20대 때의 그 싱그러움 덕에 받던 혜택들은 20대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일을 알려줄 때 쉽게 편하게 알려주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간에 사수 운이 좋았던 것이다. 기본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이 말도 안 되는 분냄과 성냄이 그저 슬프고 화가 났다. 이걸 왜 모르냐는 듯한 태도, 기본도 안되어있다는 태도에 속이 상했는데, 이걸 어떻게 개선할까 하다가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하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공부를 할 테니 일은 당분간 쉬어야겠다고 했다. 교육이라도 보내주실 줄 알았는데, 단기간 내에 나에게 많은 것을 바라셨구나 싶었다. 이 일터에서 오래 있기를 바라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내가 그들에게 실망을 안겨줬기 때문이겠거니 생각했다. 

 상대방이 이미 일을 알려주시면서도 기본 지식을 알아봐라 이런 이야기를 좀 더 먼저 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고, 교육을 하고, 뭐 이런 일들이 있을 텐데, 단기간 내에 나한테 많은 것을 바라셨던 것은 아닐까. 이 일에서 오래 있었던 것들을 원하셨던 것 아닌가. 


그래서 일을 회피하기 시작했고, 그런 내 모습에 속상하고 화가 났다. 이런 사람 아닌데 겨우 이렇게밖에 못하는 내가 안쓰러웠다. 그런데 상담선생님은 오히려 모든 사람들이 다 겪는 일이니 회피하는 자신을 너무 탓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 본인도 마찬가지라며, 인간으로서 당연히 미루게 되는 순간들도 있고, 미리미리 준비하는 순간도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것은 그냥 스타일에 불과하다는 것을 강조해 주셨다. 스트레스받아도 어떻게든 해내는 게 우리네 삶이라면, 이왕 하는 거 기분 좋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해내라는 응원으로 다가왔다. 안일하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땐,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내가 설 수 있는 정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자책만 하지 않아도 된다. 상대방의 그릇이 작아서 일어나는 일일수 있다. 저 사람의 문제일 수도 있다. 너무 걱정하거나, 안일하거나 그런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감정적으로 응대한 사람은 저 사람이니까. 원만한 합의를 이루어야 하는 건 전체적인 일들 가운데서 늘 있는 일이고, 다른 회사를 간다고 달라질까라고 생각했을 때, 그다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견딘다고 생각이 된다면, 그 이후에도 안 맞는다면 안 하는 게 맞겠지만 그것이 정답이 아니다는 말들로 위로와 위안을 얻었다.


사람 문제 때문에 늘 그렇게 회사를 옮길 거냐는 생각도 불현듯 든다. 그러나 내가 너무 힘든데,라는 생각을 더 먼저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것이 내가 견딜 수 있는 힘이라면, 그렇게 하는 편이 났다. 적어도 나를 힘들게 한 사람 때문에 목숨을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생각의 회로를 조금만 바꾸고 달리하면 된다. 스윙스 대표가 각광받는 건 그런 생각을 잘 활용한다. 스웩이 있고 타고난 사람이겠지만, 애초에 멘털을 강하게 붙잡을 줄 아는 사람이다. 어떤 상황에도 누가 뭐라고 해도, 그러라 그래 라는 태도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좋은 방향의 삶 같다. 그리고 나도 그 확언들을 좀 잘 보이는데 두고 붙이고 스스로를 높이는 방법들을 찾아봐야 하겠다.


처음 접수상담을 제외하고는 10회를 상담을 했다. 근 3주를 선생님을 보지 못했다. 잦은 야근과 여행, 각자자의 삶이 바빴다. 지금에서 나는 무엇을 얻었는지, 이 상담을 계속 지속해도 될지를 생각한다. 스펙터클한 변화를 바랐던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무엇을 위해 상담을 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나는 마음의 근력을 얻었다고 당당히 말하기가 어렵다. 여전히 나는 누군가를 탓하고, 핑계를 대고, 상황을 모면하려고 애만 쓰고 현재를 바꿔가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그렇다. 집중력 있고 라이트 하지 않은 삶을 원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조금은 안타깝다. 의미 있을까. 의미 없을까. 이 상담이 정말 내게 도움이 되었나. 안되었나. 잘 모르겠다.


생각하는 대로 이뤄진다.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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