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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May 21. 2024

자연스러웠어!

서른다섯 걸음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싶어. 평소의 나답게. 보태지도 덜어내지도 말고.'


새로운 만남이 있을 때면 다짐하곤 했다. 하지만 지키기 쉬울 거 같은 다짐을 제대로 지켜본 적이 없었다. 이상하게 만남에 있어 내가 누구인지를 알려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도 있던 거 같다.


'나를 알려야 하는 것에 대해 왜 이리 집착할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내 생각엔 [있어 보이고 싶어서]가 컸던 거 같다.


난 이런 것도 해냈다.

내가 선택한 건 대단한 일이고 배울 점이 있어.

이렇게 말한 내 모습.. 멋있었다.


40대가 되었기에 이 정도는 보여줘야.. 이 정도 능력은 있어야 해 라며 나도 모르게 생긴 허세.

'그리고 만만하게 보여선 안돼'라며 알 수 없는 다짐도 했다.


즐겁게 대화에 집중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자체에 의미를 두기에도 빠듯한데 무슨 잡념이 그리 많은지. 결국 만남 뒤에는 후회가 밀려왔다.


'결국 오늘도 내 자랑을 포기하지 못했어. 진짜 잘난 사람도 아닌데 말이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걸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걸까?

상대방이 바라볼 내 모습을 왜 이리 걱정할까?

만약 실망스럽게 보이면 어떡하지?

그래도 날 좀 특별하게 봐줬으면 좋겠는데.


욕심의 크기만큼 있어 보이고 싶어지는 이유가 늘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가깝고 멀고를 떠나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나로 인해 관계가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여전히 내겐 있어 보임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가득했던 것이다.




시간이 많이 지나자 주변이 잠잠해졌다. 찾아오는 이도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있어 보여야 할 대상이 사라지자 마음도 조금씩 평온해졌다. 하지만 자발적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한 것뿐이었다. 만약 계기가 생긴다면 다시 또 있어 보이려고 할지도 모를 일이지.


그래도 고민은 계속했다.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고 나답게 오버하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해. 그리고 모처럼 다시 기회는 찾아왔다.


새로운 만남.. 설렘.. 두려움.


낯선 대화에 대한 두려움 보다 스스로에 대해 실망할까 봐 더 두려웠다. 이번에도 또 있어 보이려고 하다 그르치지 말아야 해라고 다짐했다.




만남은 순조로웠고 대화는 즐거웠다. 물론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다시 후회하던 모습이 몇 번 튀어나올 뻔은 했지만 다행히 조금 잠재울 수 있었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 법이다.


'조금만 더 자연스러웠으면 좋았겠는데 말이지.'




자기 PR의 시대에서 있어 보이려는 게 나쁜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있는 걸 토대로 표현할 수도 있고 아직 가지지 못했지만 있어 보일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보여주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결국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닐까?


다른 누구에게 잘 보이고 싶고 때론 그런 감정에 취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본인만큼은 객관적인 모습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바라는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서 간극이 느껴진다면 어떤 모습을 나답다고 여겨야 할까?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마주할 상대방에겐 어떤 모습으로 대화를 나눠야 할까?


기왕이면 난 현재의 나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쪽을 선택하고 싶다. 최대한 담백하고 진솔하게. 약간의 꾸밈이 있을진 몰라도 그것마저도 솔직해질 수 있는 사람으로 다가서고 싶다.


그런 바람과 생각이 하루하루 쌓여 언젠가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나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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