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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Jul 08. 2024

협찬이라는 걸 받아봤는데요? (2)

57 걸음

짧은 머리. 날카로운 눈빛. 노이즈 캔슬링이 지원돼 보이는 헤드폰을 낀 그는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다.


'말 걸어도 될까? 바빠 보이는데.. 일하게 두고 집이나 갈까?'


"어!?"

"앗!?"


내 마음이 들킨 걸까? 갑자기 그와 눈이 마주치며 서로가 알아봤다.


"아하하.. 안녕하세요."


인사말 뒤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긴장했던 탓이리라. 정신을 차렸을 땐 입사 후 받았던 웰컴키트처럼 그가 만든 여러 굿즈를 건네받은 상태였다.


'아 난 줄게 없는데..'


여하튼 그와의 인연은 지금 [협찬]에 관한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으니 추후 기회가 되면 다시 써보는 걸로 하겠다.


"그럼 뭐 하러 쓴 거예요?"


급하시긴. 이제부터 쓰면 되잖은가.


"???"


미안하지만 1화는 어그로였다..




그냥 어그로만 끈 건 아닌 게 사실 협찬과 관련해 도움 준 사람은 그의 아내였기 때문이다. 인연이란 게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는데 지금은 그의 아내와 내 아내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


어느 날인가 아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집으로 뛰어들어왔다. 평소 별거 아닌 일에도 호들갑 떨기에 그러려니 했다.


"오빠오빠! 대박!"

"응."

"공짜로 밥 먹을 수 있대!"

"어."

"아니 진짜라고!"

"왜?"


그렇다. 한 글자로만 대화하는 법을 익힌 난 상대의 눈치를 슬글슬금 보며 기분이 최대한 나빠지지 않도록 잘 선정해 말을 이어가면 된다. 그것이 부부다. 하지만 이날은 컨디션 난조였을까? 단어 선택이 별로였는지 내가 말하면 말할수록 아내의 화가 커져갔다.


"똑바로 안들어어어엉?!!!!"

"죄송합니다!"


도게자.. 아니 그랜절이라도 하며 사과를 해야 하는 걸까.


도게자 vs 그랜절 (무슨 맥락??)


어쩌면 그냥 도게자와 그랜절 설명하려고 글을 쓴 건 아닐까.. 아니다 정신 차리자.


"정말이야. 내 친구가 그랬어‼️ 체험단 신청해서 밥 공짜로 먹을 수 있다고 그랬어! 온 세상의 산해진미를 마음껏 공짜로 먹을 수 있다고 그랬단 말이얏!"

"아아.. 혹시 그것이 파워블로거나 뭐 그런 것인가?" (참고로 파워블로거는 더 이상 N사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협찬을 받기 위한 기본 세팅]


1. SNS 계정을 한다.
2. SNS 계정을 키운다.
3. 협찬이 올라오는 서비스에서 신청을 한다.
4. 당첨이 되면 시키는 대로 해서 결과물을 업로드한다.


'쉽네?'


그렇다. 뭐든지 이론은 쉬운 법이다.


"1번 준비되었는가?"

"예!"

"2번 준비되었는가?"

"..."


어느 정도 규모의 계정이어야 되는 거지? 내 일상 계정이래 봤자 보여줄 것도 없고.. 그냥 밥 먹으러 다니는 거 몇 개 깨작거리며 찍은 게 전분데. 이런 계정이지만 신청해도 될까?


업주의 마음을 헤아리며 100번 생각해 봐도 양심이 없어 보였다. 이런 하꼬(일본어 표현을 근절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계정에 제정신이라면 협찬할리가 없지.


"노우노우‼️ 그렇지 않아요. 파워 블로거이자 최강 인플루언서인 제 말만 들으면 당신도 협찬? 충분히 가능하죠."


실제로 그런 말을 하진 않았지만 아내를 통해 듣게 된 그녀의 조언은 실제로 큰 도움이 됐다. 게임도 그렇지만 체험단 선정에도 공략은 있는 법. 필승법은 아니지만 작고 소중한 내게는 큰 힘이 된 비법이었다.


그 키워드는 바로 [비인기지역 + 비수기]의 조합이었다.


"호오! 그래서요?"


이해도 낮은 학생은 아무리 쉽게 알려줘도 받아먹질 못한다. 그게 나였다. 게다가 자신감마저 바닥을 치고 있었으니.


사람이 몰리는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지방.. 그리고 사람이 잘 찾아오지 않는 시기에 올라오는 체험단 공고를 공략하면 쉽게 협찬이 가능하다 이 말씀되시겠다.


"아아..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협찬이 된다 하시매 협찬이 되더라."


중요한 건 3번째. 원하는 회사에 가기 위해선 그 회사의 전형에 지원해야 하듯. 받고 싶은 협찬이 있다면 올라온 공고를 보고 지원해야 하는 법이었다.


"체험단이 올라오는 곳은 꽤나 많지만 그중에서도 [리뷰노트, 레뷰, 기타] 등이 있답니다."


여러 가지를 전해줬던 거 같지만 기억나는 건 딱 2곳이었고 일단 되든 안되든 해보기로 했다.


"일단.. 지역은 강원도.. 그중에서도 차로 갈만한 곳은.. [속초, 양양, 고성, 춘천, 인제-].."

"그냥 강원도 전체로 하지 고르는 의미가 있나요?"

"아하?!"


하지만 내가 이러는 덴 이유가 있었다. 보통 체험단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건 N사의 블로그 계정을 선호하는데 내가 운영 중인 계정은 인스타그램이었다. 최근엔 릴스나 피드형태의 홍보를 원하는 곳도 늘어가는 추세지만 그 수가 많진 않았다. 특히 내가 사는 곳에 한해서는 찾기가 더 힘들었으니.


가물에 콩 나듯 몇 군데를 찾을 수 있었다. 나한텐 운이 좋았지만 업주분은 지독히도 운이 나빴다고 해야 하나..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10명 모집에 5명 지원이었던가. 미달된 정원에 당당히 계정을 들이밀고 당첨이 됐다. 지금 와서 얘기지만 업주님이 참으로 비통했으리라 생각한다. 차린 반찬이 적은데 억지로 밥은 먹어야 되겠고.


그리고 호들갑은 계속되어야 한다. 아내에게 황급히 전화를 걸었다. 알바 중이라 통화할 짬이 없는 걸 뻔히 아는데 자랑이 먼저였다.


"아씨! 바빠 끊어!"

"저기..."


이미 끊어졌다. 다시 건다면 그때 끊어지는 건 내 숨이 될지도 모르겠다.




쿵쿵쿵-


온다. 온몸에 땀이 흥건해지기 시작했다. 내 귀는 바깥의 쿵쿵 거리는 소리에 온 신경이 쏠렸고 최대한 그녀의 공격에 대비한 방책을 마련해야 했다.


"왜 자꾸 전화질이야!!!!!"


노호성을 지르며 등장한 그녀는 내가 보이지 않자 당황했다.


"어..?"

"짜잔! 일하고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가장 님."

"닥쳐."

"네. 나 체험단 당첨됐어!"

"그래서."

"아니. 그거 해보라며.."

"아?? 체험단? 공짜 음식??? 야호!"


공짜는 아내를 춤추게 만든다. 그토록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설법했건만. 갸륵한 중생 같으니. 하지만 나도 좋았다.


"와하하 이게 되네? 보통은 집에서 쉬는 아내들이 많이 하던데 오빠가 일도 안 하고 시간도 남아도는 백수라서 이런 것도 할 수 있게 됐네??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아내의 끊이지 않는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진짜로 시간이 남아돌며 일도 하지 않고 자판이나 두들기며 세월을 보내는 나이기에 해낼 수 있었던 일. 그렇게 첫 협찬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다음 내용은 꼭 다음 글에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생각날 때 이어 쓰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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