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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Jul 06. 2024

협찬이라는 걸 받아봤는데요? (1)

56 걸음

[자칭 파워 블로거]

..

라기엔 미약한데.. 여하튼 SNS 계정을 운영하다 보니 소소한 협찬을 받게 될 때가 있다. 그것도 억지로 겨우 몇 건 얻어낸 게 전부지만. (주로 내가 사냥을 하는 거니 역협찬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으려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누군가의 식당 음식이나 제품을 공짜(?)로 제공 받게 되리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관심도 없었고 나 같은 아저씨에게 당신 같으면 협찬을 하겠는가?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여기서 약간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생기는데 몇 번의 협찬을 받게 된 데는 지대한 도움을 준 이가 있었으니..




강원도 고성에 알고 지내는 부부가 있다. 그야말로 폐쇄성의 끝을 달리는 내가 누군가와 이토록 오래 알고 지낸다는 자체도 기적에 가까운데.


"아~ 내가 폐쇄성이 강해서 애플 제품을 좋아하는 거구나‼️"


궤변에 가까운 궤소리는 여기까지만 하겠다.


그들을 알게 된 건 어쩌면 천운과도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생활을 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리라.


이 또한 SNS 덕이었다. SNS라.. 축구계에서 (잉글랜드 한정이지만..?) 유명한 퍼거슨 옹의 비범한 일침이 전해진다.



"아 다행이네. 난 X(트위터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신 인스타그램 하는데."


나와는 상관없는 말이니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긴 했다.


당시 난 고성에 이주 후 다소 의욕이 앞서던 시기였다.


"내향성을 극복하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결성하자‼️"


왜였을까? 고성을 만만하게 본 것인가? 도시에선 아싸였으면서 이곳에선 인싸라도 될 줄 알았나?


새로운 학교로 전학 가면서 기선 제압을 통해 왕좌에 오르겠다고 생각하는 철없는 생각과도 같은 짓을 40대에 저질렀다고 밖에. 지금 생각해 봐도 이유는 도통 모르겠는데 근자감으로 가득 차 있었던 거 같다.


"오빠.. 왜 그러고 다녀? 억지로 굳이 인간관계 형성 안 해도 괜찮아. 내가 있잖아. 오빠 친구 없다고 다신 안 그럴게."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친구 없다고 해서 긁힌 건 사실) 이제는 좀 다른 삶을 살아야겠어. 새 술은 새 부대에!"


아내는 걱정스럽게 쳐다봤지만 나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아마도 그 눈빛은 '에휴.. 저러다 말겠지.'에 가까웠다.


"아니!! 파워블로거 활동한다면서 그 얘기 안 꺼내요?"

"저.. 파워블로거는 아니고요. 그냥.. 몇 군데 밥 얻어먹은 정도예요. 굳이 따지자면 지역구.."


인스타그램은 참 신기한 게 어쩜 그리 내 마음을 꿰뚫는지 친구추천도 관심사 기반으로 알려주는 듯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계정 하나.


"오.. 뭐지?"


나의 너저분하고 통일성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피드와 달리 깔끔 모던 그 자체. 익숙하게 느껴지는 디자이너의 향기.


"아오! 디자이너로 퉁치지 마세요!!!! 우리도 직군이 다양하거든요!"


하지만 내가 아는 지식이 별로 없으니 일단 디자이너로 퉁치겠다. 반대로 나를 프로그래머라고 퉁치면 똑같이 발끈했을 것이다.


"사실 프로그래머도 직군이 엄청 다양한데 말이죠. 설명을 시작해 보자면-"

"뉘에뉘에."


신기하게도 DM이란 걸 보내게 됐다. 방송에서만 DM, 디엠 소리 듣던 젊은이들의 전유물 같이 여겨지던 걸 내가 쓰게 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물론 보내기 전에 상대방이 나와 같은 성별인 건 알고 있었다.


"아니.. 요즘 남녀갈등이 민감한 시기에 굳이 성별-"

"그런 거 아니니까 들어줘요."


유부남은 조심해야 할 것이 몇 개 있다. 그중에서도 낯선 여자와의 접촉은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별 거 아닌 일에도 아내는 직감이라고 명명된 레이더망을 펼쳐 나를 압박할 것이기에.


[안녕하세요 XX님.


전 고성에 이사 와서 지내고 있는 사람이에요. 전에는 개발자였었고 지금은 이것저것 할 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겪고 있어요.


관심사가 다를 수도 있고 결이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브랜드를 만들어 가시는 과정이 궁금해 연락드려봤어요.


해당 계정은 제 글쓰기 계정인데 혹시나 제가 어떤 마인드로 살아가는지 보여드리기 좋을 거 같아 공유드려요.


혹시 관심사가 비슷하다고 생각되시면 언제 기회 만들어서 티타임 한 번 가져보고 싶습니다.


부담이 가신다면 인스타에서나마 응원드리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혹시나 해서 처음 보냈던 메시지를 찾아봤더니 부끄럽게도 흉측한 몰골을 드러내며 씩 웃었다. 글을 읽자마자 부끄러움이 오소소 소름 돋게 만드네.


우리는 그렇게 만남을 가졌다. 그날은 유독 눈이 비가 되어 내리는 궂은 날씨였다. 굳이 궂은 날씨에 만남을 정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당시의 난 운전 미숙. 초보 운전자였다. 날씨를 핑계 삼아 내가 보자고 한 그분을 나 편하자고 동네까지 오게 만들었다.


'하하.. 인성.'


설렜다. 같은 성별인 건 중요하지 않았다. 약속 장소로 걸어가며 내 심장은 쿵쾅 거리기 시작했고 머릿속은 하얘졌다.


카페는 2층이었고 계단을 오르며 '지금이라도 도망칠까?'라는 생각이 몇 십 번 생겼다 사라지곤 했다. 조금씩 걸음을 천천히 빼꼼히 누가 있는지 찾아보려고 고개를 기웃거렸다.


'아. 저분이구나!'


직감 같은 것이었다. 한눈에 봐도 나와 만나기로 한 그 사람이었다. 심장이 떨리면서 내 볼은 소녀처럼 붉게 물들었다.


"요즘 소녀들 막 뺨 붉게 물들고 그러지 않는데요?"


휴. 떨려. 어쩌면 이래서 동성을 만나는 건가. 별.. 여하튼 긴장을 없애야 했다. 배운 적도 없는 라마즈 호흡법을 상상으로 해내며 이윽고..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최대한 내가 아닌 척. '나는 그냥 오늘 커피를 마시기 위해 들어온 손님일 뿐이다.'라며 어색하게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곧장 스프링처럼 벌떡 일어나 내가 점지한 그 사내를 향해 걸어갔다.


"저.. 이번에 내려.."

"누구시죠?"

"아. 오늘 만나기로 했던."

"전 여기 사장인데요?"

"어..?? 아.. 그러시군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하러 왔는데요."


얼결에 주문하고 다시 자리에 앉아 붉어진 고개를 테이블에 떨궜다. 그때 반대편에 앉아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아..!"




다음 내용은 다음에 써볼게요. (당연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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