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 걸음
앱테크까지는 아니지만 [토스]의 서비스를 몇 개 애용하고 있다.
1. 만보기
2. 행운복권
3. 매일 주식받는 출석체크
- 고작 몇 십원 정도 벌려고 그런 거 하는 건가요?
맞다. 고작 몇 십원.. 을 위해 날마다 탭을 한다.
만보기 서비스를 쓰고는 있지만 10,000보를 걸어본 적이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많이 걸어봤자 5,000걸음 정도 걸으려나. 어떤 날엔 100걸음 정도 걷는 날도 있다. 그런데도 하루에 평균 두 장 정도의 복권을 "옛다 받아라!"하고 던져준다. 예전에는 확정적인 10원을 줬었던 거 같은데 언제부턴가 복권으로 바뀌더니 이제는 적게는 2원에서 많게는 20원 정도를 주더라. 평균적으로는 5원 내외로 받는 듯하다.
가끔 복권 후기에는 100만 원 당첨‼️된 사람들의 글이 올라오곤 하는데, 그림의 떡일 뿐이다. 진위여부는 모르겠고 언젠가는 나도 당첨돼서 맛있는 한 끼라도 사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 중이다. 일확천금 만세!
그에 반해 행운복권은 1일 1회로 제한된 서비스인데 귀찮아서 보통 3가지 선택지 중 보지도 않고 가운데만 죽어라 누르고 있다. 예전에는 이 서비스도 무조건 10원 이상은 줬었던 거 같은데, 요즘 토스도 상황이 좋지 않은지 액수가 절반 이하로 지급될 때가 많아졌다. 그래서 매우 슬프다.
마지막으로 주식받는 출석체크는 다소 노가다가 심하다. 내 경우엔 특정 해외주식을 선택했는데 미션을 몇 날 며칠에 걸쳐 성공할 경우 50원에 해당하는 극소량의 소수점 주식 지분을 제공해 준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태산이 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 같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나을 거 같아 쓰기 시작했던 서비스는 어느새 하루의 루틴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언젠가 장모님 댁에 묵었을 때의 일이다.
"프서방! 이거 해봤나?"
"뭔데요?"
"이 앱 쓰면 돈을 막 퍼준다고."
장모님은 나보다 훨씬 얼리어답터셨다. 만보기 어플을 기본 두 개 이상 쓰고 있으셨으며, 심지어 걷지 못한 날을 대비해 자동으로 딸깍거리며 만보를 채워주는 도구까지 장만해 놓으셨다. 사위와 장모 사이에 큰 접점이 없을 만도 한데, 우리는 앱테크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진 셈이니 이 또한 잘된 일 아닌가. 하지만 난 누가 시키면 하기 싫은 반골 기질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에이.. 귀찮아서 안 할래요 ㅎ"
"왜. 어차피 놀면서. 이런 거라도 좀 해보지 그래."
아픈 곳을 긁으시겠다? 하지만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진짜로 놀고 있는 사람한테 "놀고 있으니 뭐라도 하게."라고 하면 그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는 수밖에. 너무나도 아픈 곳을 잘 찔러 오셨다. 마지못해 장모님이 보는 앞에서 앱을 깔고 시늉을 해봤다.
"음... 괜찮네요?"
"그렇지? 계속해봐. 그걸로 용돈이라도 벌어. 난 가끔 커피도 사 마시고 그래."
"하하."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앱은 삭제해 버렸다. 장모님께 반기를 들려는 게 아니라 뭔가 앱이 쓰기 싫게 생겼고 누르는 행위 자체가 고단했다. 이상하게 토스처럼 손이 가질 않는달까? 토스랑 전혀 상관도 없는 사람인데 내가 뭐라고 토스 언급은 하고 있는 건지 참. 그래도 손이 가게 잘 만들었다는 건 인정이다.
한 번은 본격적으로 앱테크 할만한 게 있을까 싶어 뒤져봤었다. 그리고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 이것저것 시도 후 접어버렸다. 체질적으로 반복되는 작업에 취약한 탓일까? 아무것도 안 하면서 흘려보내는 시간은 안 아까웠는데, 앱 실행해서 이것저것 딸깍거리며 탭 하는 시간은 굉장히 아까웠다. 내가 생각해도 핑계가 참 많긴 하네. 그래도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할 수는 없는 법이지.
'40대부터 벌써 세상 다 산 것처럼 이래서는 안 돼. 포기하지 말라고!'
좀 더 생산적이면서도 삶에 도움이 되는 뭔가를 해야 할 텐데. 그런 일이 쉽게 내 눈에 띌 일이 없지.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쉽게 접하는 [돈 버는 정보]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쉽게 기회가 찾아오지도 않거니와 정말로 큰 결과를 원한다면 생각 이상으로 큰 노력을 해야 함을 느꼈다.
여전히 작심삼일형인 내게는 무엇하나 만만한 게 없었다. 그냥 먹던 반찬이나 꾸준히 먹는 게 가장 좋은 건데, 그건 걷어차 버렸으니. 아무래도 이번 생은.. 아니지. 그래도 한 가정의 아버지인데 나약한 말은 집어넣도록 하자. 그래도 이 집안에서 내가 할 역할이 있지.
"뭔 역할? 실질적 가장은 나 아님?"
"..."
"이상한 생각할 시간에 집안일이라도 좀 해!"
"집안일은 이상할 정도로 내 루틴에 포함이 잘 안 되더라고 허허."
"나는 되고? 어디 푸닥거리해 봐?"
찾았다. 생산적인 일. 그래.. 지키기 힘든 일인 건 알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집안일]을 해내보자. 지금까지는 무기력하게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버텨왔지만, 더 이상은 그럴 수 없다. 그랬다간..
이제부턴 앱테크 이전에 제대로 된 집테크부터 시작해 보자고. 그간 집안일에 애써준 아내의 노고를 치하하며 앞으로는 좀 더 열심히, 제대로 임할 것임을 선언해 보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