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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석수 Jun 03. 2016

#01. 남을 돕기 위한 꿈

어느 불편한 울림_꿈

1. 어느 불편한 울림


고등학교 다닐때, 저는 평상시와는 다른  조금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3때 어느 날이었는데요.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놀기 위해 대전의 시내, 은행동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때 제 수중에는 5천원짜리 한 장만 있었는데, 이 돈은 노래방 3천원, 마실 물 1천원, 그리고 돌아갈 차비 몇 백원으로 밖에 쓸 수 없는 돈이었습니다. 


그렇게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지하상가에서 계단을 올라가던 중, 계단에서 구걸을 하고 계시는 노숙자 분을 보게 되었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가던 곳이고 자주 마주하던 상황이었는데, 그날따라 평소와는 다른 울림이 느껴졌습니다. 왠지 모르게 저는 계단을 오르던 발을 멈추고 구걸하시는 분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섰습니다. 계속 서있으면서 문득‘이분을 도와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지만 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도와드릴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 분 앞에 놓인 바구니에 돈을 놓고 가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갈등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가진 것은 오천원권 한 장뿐인데, 이 전부를 드리면 제가 친구들과 놀 수 없기에 오천원 전부를 드릴 수는 없었고, 그렇다고 계단을 올라가서 멀리 있는 편의점까지 간 후에 잔돈을 만들어 드릴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자리에서, ‘나는 돈이 없어’라는 생각을 한 후에 시선을 돌려 친구들을 만나러갔습니다. 친구들과 만나서 좀 전의 상황은 까마득하게 잊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노래하며 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목이 아프거나 건조해질 때 마다 물을 사서 마셨습니다. 


그렇게 친구들과 놀고 집으로 가려고 버스를 타러 가던 중, 또다시 좀 전의 구걸하시는 분을 보게 되었고, 제 손에는 천원권 한 장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진짜 돈이 없어’라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나는 돈이 없어..





좀 전에 구걸하시는 분과의 만남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것일까요? 집에 도착해서 아까의 그 상황이 계속 생각이 나는 겁니다. 그리고 갑자기 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질문을 했다기 보다는 그냥 계속 의문이 생겨났다고 하는 것이 맞겠네요.


과연 나는 진짜 돈이 없어서 도와드리지 못한 것일까? 
내 수중에 잔돈이 있었다면 도와드릴 수 있었을까?
내가 평상시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면 과감히 도와드릴 수 있었을까?
만약 내가 그때 100원을 드렸다면, 그 100원이 의미있는 도움이 될까?


저는 온갖 의문들에 사로잡혀 몇 시간을 생각에 잠겼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저의 행동을 볼 때에, 친구들과 놀고 먹을 돈은 있었으면서, 정작 남을 도울 돈과 여유는 없다고 한 것입니다. 사실 이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죠. 남을 도와줄 여유가 없으니 도와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날따라 자꾸 의구심이 들었고 뭔가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친구들과 놀 돈이 있었는데, 나는 왜 돈이 없다고 했을까?






2. 모든 이들이 기부를 하는 꿈


그렇게 저는 물음에 물음을 거듭하다가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만약, 놀고 먹고 마시고 행동하는 모든 순간순간 마다 기부로 이어질 수 있다면?
만일 기부를 위한 기부가 아니라, 내가 아무 생각없이 놀고 먹고 마시고 행동하는 모든 순간이 나도 모르게 기부로 이어질 수 있다면?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츄파츕스 하나를 먹어도 기부가 되고,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놀아도 기부가 되며, 밤새 술 퍼먹고 곤드레만드레 취해도 저절로 기부가 되는 그러한 세상. 티끌모아 태산이라 했듯이, 적은 금액일지라도 모든 이들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놀고 먹고 마시면 좀 더 아름답게 되는 그런 세상.


저는 이런 세상을 꿈 꾸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실현해야할지 막막했지만, 해결할 문제가 명확하니 해결책은 언젠가 나오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혼자 연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구라고 하니 뭔가 거창하네요. 그냥 생각을 좀 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제 꿈인, 모든 이들이 기부하도록 하기 위한 솔루션을 찾아가는 과정들을 적을까 합니다. 제가 사회적 기업이라는 것을 어떻게 처음 알게 되었는지. 그리고 기존의 기부 시스템 속에서 어떠한 문제를 발견하고, 어떠한 기회를 발견했는지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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